<Jesus and mary chain>의 Psychocandy 앨범이 생각나서 찾아 듣다가
뒤이어 떠오른 Weezer 그리고 Suede 와 Teenage fanclub 까지 빛의 속도로 찾아 듣다가 생각난 영화.
꽤 오래전에 본 영화인데 비슷한 시기에 본 <The world's end>와 여러모로 겹치는 설정 탓에 기억에 남았던 영화이다.
이 두 영화는 하나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다른 하나가 따라오는 나에게는 이란성 쌍둥이같은 영화.
주인공들이 추억에 젖어 고향을 찾아오지만 상상했던것과는 다른 현실과 맞닥뜨린다는 기본적인 설정과
90년대 영국밴드들의 음악들이 영화 내내 흐른다는것.
그 음악과 함께 과거로 돌아가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몹시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이제 틴에이지 팬클럽의 Bandwagonesque를 들으면 마비스(샤를리즈 테론)가 따라부르는 concept 가 먼저 떠오른다.
그냥 테잎을 넣고 노래를 따라부르는 단순한 장면이었지만 많은 디테일을 담으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테잎에 붙여진 Mad love, buddy 라는 문구라던가 테잎을 넣자마자 흐르는 노래의 후주부분.
노래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익숙하게 되감기 버튼을 누르는것을 보면 마비스는 반복해서 이 노래만 감아 듣는것이다.
이 노래속에서 곡을 이끌어가는 주어는 '그녀'가 아닌 '그'이지만 상처를 준 주체는 사실 불분명하다.
하지만 그가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누군가 '마음 아프게 할 생각은 없었어'라고 말한다면 그건 아마 그녀일거다.
그녀 마비스는 만약이라는 가정을 달고 가능하다면 상황을 되돌리려는 생각으로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녀가 곡의 인트로에서 감지하는 옛 추억과 운전대를 잡고 노래를 따라부르며 느끼는 희열이 느껴진다.
카세트 속의 정교하고 자잘한 부품들과 함께 돌아가는 테잎에 맞물려 마비스와 우리는 옛 시절을 회상한다.
청소년 성장 소설을 대필하는 마비스는 고향으로 돌아와도 호텔에서 지낼만큼 부모와의 관계도 원만치 않다.
이혼후의 상처나 스트레스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염려하고 다그치는 부모가 귀찮기만 하다.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은 옛 연인 버디(패트릭 윌슨)에 미련을 보이지만 이혼한 자신에 대한 상실감때문이지
그녀가 그를 새로이 사랑하기 시작했다고 우리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버디의 부인은 심지어 동네 엄마밴드의 드럼 연주자이다.
그리고 마비스는 동네 펍에서 그 엄마밴드가 연주하는 Concept 를 듣는다.
노래속의 '긱에서 연주하는 그녀'는 이미 다른 그녀였지만 그녀는 온전히 자신의 관점에서 과거로 돌아가고자 했던것이다.
음악은 시간과 함께 계속해서 움직인다. 그리고 우리는 현실속의 주어와 목적어와는 상관없이
그 음악속의 주어와 목적어가 영원히 과거 어느 순간의 나와 누군가일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추억과 음악을 가졌다는것은 어찌보면 행복한 일이 아닐까.
내 청춘을 정말 브릿팝의 황금기속에서 보냈구나 생각하지만 지금 유행하는 음악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날 보고 가끔 놀란다.
지금의 음악이 누군가에게는 황금기이고 마스터피스이고 추억의 근간이라는것을 그런식으로 보통 잊고 산다.
아직 덜 성장한 자신은 망각한채 지금의 세상과 음악이 옛것만 못하다고 불평하는 우리 모두는 어린애에 불과한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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