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ilm

<Prince Avalanche> David Gordon Green (2013)


요새 본 영화들은 서로 닮은 구석이 많고 아니면 그런 영화들만 글로 남겨 기억하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Joe>,<Scenic route> 그리고 이 영화까지. 도시가 아닌 자연속에서 우리의 원시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화재로 손실된 숲이나 사막같은 고립된 환경에서 너무 다른 두 남자가 이끌어 가는 영화.

잔뜩 대립각을 세우다가 점차 타협하지만 저 멀리 소실점처럼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시닉 루트의 두 남자.

서로에 대한 적절한 무관심으로 평행선을 그리다 어느 순간 공감대를 형성하는 프린스의 이 두 남자.

모든것을 다 줄것만같은 어떤 모습이든 다 품어줄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모든것을 앗아갈 수 있는 냉혹한 자연속에서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서로 엎치락 뒤치락 할퀴고 상처주는 인간들의 이야기말이다.

탈사회를 외치며 알래스카에서 쓸쓸히 죽어가던 <In to the wild>의 허무남이자 자연남 에밀 허쉬가 

'혼자인것과 외로움을 느끼는것은 다른것'이라는 앨빈(Paul rudd)의 설교를 들어야 할 만큼 고독에 익숙하지 않은 인물이자

텐트속에서 자위를 하고 여자와 잘 수 없어 안달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것은 재밌다.

여러 영화에서 매번 결국 비주류로 아웃사이더 느낌으로 남겠다 싶었던 에밀허쉬가 

통속적이고 솔직단순한 캐릭터를 연기했던것 그리고 어울렸단것이 매우 절묘하고 흥미로운 캐스팅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중의 대부분이 인간은 절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라는 생각에 동의하지만

혼자 남겨졌을때 그리고 그것이 자발적 선택에 의한것일때 고립된 상태에서 어떻게 반응할까에 대해 궁금해하는것은 사실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것을 꿈꾼다. 금새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깨닫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고독을 지향한다. 

단지 그것에서 실패를 맛 본 사람들이 정립한 혼자=외로움이라는 공식을 별다른 비판없이 수용한다는것이 문제이다.

적절한 노동이 곁들여진 숲속의 삶에서 만족을 느끼고 혼자 버티는 삶에 능수능란한 앨빈과

숲속의 생활에 금새 싫증을 느끼고 어른 앨빈의 설교를 고리타분하다 여기는 랜스.

그런 앨빈과 랜스가 만나는 '어른' 트럭 운전수 할아버지와 불타버린 숲에서 방황하는 할머니.

이 영화는 4명의 인명을 앗아간 텍사스에서 일어난 원인 불명의 산불 사건이라는 팩트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산불의 시초가 앨빈과 랜스의 캠핑이라는 가정에서 영화를 풀어가는걸까 생각하며 앨빈이 생선을 굽는 장면에서 조마조마했고

앨빈이 불타버린 집에서 마임 연기를 할때는 앨빈 역시 산불의 피해자인것은 아닐까.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분명히 실존인물이 아니며 심지어 네명의 인물이 식스센스처럼 이미 죽은 인물인걸까 상상했다.

어쩌면 우리가 평생을 쫓고 고통받는 사랑이나 물질의 실제와 허상에 대해 얘기하려는것은 아닐까.

연인에게서 이별통보를 받는 앨빈과 불탄 집에서 조종사 자격증을 찾는 할머니. 

목재를 자르고 도로표시를 그리며 살아남은 숲을 지키려 애쓰는 사람들. 살아남은 나뭇기둥과 살아남은 사람들.

앨빈의 말처럼 '우리가 늘상 그것에 대해 얘기하지만 그것을 본 사람은 경험한 사람은 극히 소수인 그런것들'

하지만 살아남은 우리가 죽을때까지 평생 얘기하고 고통받아야 하는 것들 혹은 언젠가는 마주치게 될 신기루.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