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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

Vilnius 14_루디닌쿠 거리 Rūdininkų gatvė






수년간 매년 임시 거주권을 갱신하며 드디어 영주권자가 되었지만 한국에서도 빌니우스에서도 세상 어디에도 영구적으로 정착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언젠가 한국에 가서 살 생각이 있느냐, 언제까지 리투아니아에 살꺼냐는 물음에는 그래서 딱히 해줄말이 없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고 한국도 리투아니아도 아닌 다른 어떤 곳이여도 상관없다. 보다 중요한것은 어디에서 사는것이 아닌 누구와 함께 그리고 어떤 시선으로 어떠한 삶을 사는것이니깐. 당장 떠날 생각도 언젠가 이곳 생활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지만 아마도 언젠가 이곳을 떠나본 적 있는 여행자의 그 아스라한 느낌때문일까 일을 하고 생활을 하고 이곳의 주민으로 살아가지만 여전히 매일매일 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 여행자의 느낌을 잃고 싶지 않다는것이 어쩌면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그렇기에 지금 보고 있는 이 평화로운 광경들이 왠지 영원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감정에 때때로 사로잡힌다.  갑자기 떠나버리게되면 그리워질까봐 혹은 선명히 기억해낼 수 없어 후회할까봐 끊임없이 쳐다보고 또 쳐다보게 된다.  몇시쯤 몇시방향에 서서 고개를 들었을때 오래된 건물위에 드리워진 그림자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다면, 어떤 거리의 어떤 귀퉁이에 갑자기 나타나도 내가 어디에 있는지 곧바로 파악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끊임없이 두리번거리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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