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지 않는 날. 빌니우스 하늘에서 알록달록한 열기구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높은 산도 건물도 없는 환경에 도심에서 고작 이십분 거리에 공항이 있음에도 항공기의 비행이 잦지 않다는 유리한 조건. 올드타운의 심장부에서 이렇게 열기구가 뜨고 내린다는것은 사실 신기한 일이다.
타려는 사람들과 태우려는 사람들의 왁자지껄함 속에서 열기구를 실은 트레일러가 하나둘 모여들고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 채 상기된 표정으로 때를 기다린다. 마치 웨딩 드레스를 정리하는 예식장 직원들처럼 기구를 꺼내 잔디 위에 조심스럽게 늘어 놓는다. 그리고 동시에 공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데워진 공기에 오똑이처럼 일어난 바스켓에 상기된 표정의 탑승자들이 하나둘 오른다. 이 거대한 풍선은 내가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치열한 모습으로 이륙했다. 남겨질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조급해하며 떠나지 못해 안달 난 사람처럼.
널찍했던 트레일러 사이의 간격은 순식간에 채워진 공기에 터질듯 협소해졌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고 이륙을 구경했다.
열기구가 적정고도에 다다르면 열기구내에서 서비스로 샴페인을 터트린다고 한다. 사라져가는 열기구를 보며 구경꾼들은 황급히 자리를 떴다. 바람이 불지 않는 따뜻한 날 차갑게 데워진 샴페인을 들고 다시 찾아와야겠다. 7월에 접어들었는데도 10도에서 15도를 맴도는 기온. 모두가 여름을 돌려달라고 아우성치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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