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생긴 도넛 가게에 갔다. 카페든 식당이든 상호와는 다른 재미있는 법인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항상 영수증을 유심히 본다. 영수증의 가게 로고 바로 아래 적여 있는 UAB 'Gero vėjo" 가 법인 이름인데. '좋은 바람' 이라는 뜻이다. 정확히 말하면 Geras vėjas가 '좋은 바람'을 뜻하고 남성명사의 -as 가 -o 로 어미 변형을 해서 '좋은 바람 되세요' 라는 기원의 의미가 되는것이다. '좋은 날씨에 콧바람 잘 쐬고 와' 뭐 그런. Geras vakaras 는 즐거운 저녁, Gero vakaro는 즐거운 저녁 되세요. 의 식이다. Gero vėjo 는 일반적으로 자주 쓰이는 표현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말하는 이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말이다. 예를 들어 내가 화창한 어느날 길거리에서 차를 몰고 지나가는 친구를 만났는데 배낭이며 텐트를 가득 싣고 숲으로 여행가는 중이라고 운전석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행복한 표정으로 얘기한다면 아마 나는 이 말을 해줄지 모른다. 게로베요. 바람이 너에게 관대하기를.
피스타치오가 뿌려진 도넛의 이름은 무슨이유인지 힙스터였다. 받침의 커피잔을 놓는 홈이 정중앙이 아닌 가장자리에 쏠려 있어서 신기했다. 그래서 커피잔 옆 공간이 많이 남는데 딱 그만한 앙증맞은 미니 도넛을 커피에 곁들여주면 얼마나 좋을까 잠깐 상상했다.
구름이 몰려오면 바람도 따라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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