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신발을 고치려 갔는데 주인 아저씨가 어쿠쿠 하셨다. 이 신발을 고쳐 신느니 그냥 하나 사라는 소리셨다. 고치는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이런 말도 안되는 신발도 한 번 잘 고쳐보겠어' 라는 도전정신이 생길법도 한데 보자마자 그런 소릴 하셨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거다. 신발창 군데 군데 구멍난곳이 있어서 그것만 갈면 새것처럼 신을 수 있겠다 생각했었는데 아저씨 말을 빌리자면 '이 신발에는 아무것도 없어' 였다. 고쳐서 신을 만한 아무런 건덕지도 없다는 소리였다. 35유로를 내면 한번 고쳐보겠다고 하셨는데 50유로도 안주고 산 신발을 그 돈을 내고 고치려고 하니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물건이라는것에 정이 들면 돈을 떠나서 어떤 원칙이란것이 생기게 되는 법, 손해보는 장사라고해서 쓰레기통에 무작정 넣어 버리고 오기에도 마음이 아팠다. 또 새 신발창을 깔면 신발이 제 기능은 하게 되겠지만 약간 헐고 작은 얼룩이 졌어도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빛나는 스웨이드와 잘 어울리지 않아 누구 하나는 천덕꾸러기가 될 지도 모른다. 결국 고치지 않고 그냥 집으로 다시 들고 돌아왔다. 구시가지를 걷다보면 자주 볼 수 있는 간판이 수선점, 수리점 Taisykla (테이시클라) 이다. 신발뿐만이 아니라 시계나 전화기 같은 수리점에도 일반적으로 이 단어를 사용한다. 고치다 라는 동사 Taisyti 에서 파생된 단어로 -ykla 라는 접미사가 붙은 단어는 장소를 뜻하는 단어가 된다. 식당 Valgykla, 제과점 Kepykla, 미용실 Kirpykla, 학교 Mokykla 등등의 단어가 그렇다. 세상 어디에나 고쳐쓰고 나눠쓰고 헌 것을 쓰는 정서가 있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버리기전에 누군가에게 혹시 필요하냐고 물어보고 새것을 사기전에 혹시 안쓰는 물건이 있으면 빌려 달라 물어보고 싸게 잘 고치는 사람을 아는지 물어보는 하나의 습관이다. 그것은 물건에 얽매이는 여러 가지 방식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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