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kong_2016)
방범셔터속에 뜬눈으로 갇혀있는 동물 석상이 갑갑하겠다 불쌍하네 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지나가는 여자를 보며 웃고 있는 모습이 방범셔터에 걸린 거울에 비친것 같다 생각하자 웃음이 나왔다. 이날은 오후 11시무렵 귀가를 하는 와중에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폐지며 물건들을 주렁주렁 끌고 가는 나이든 여인이 아무 표정 변화도 없이 갑자기 아이의 얼굴을 손으로 쓰윽 훑고 지나가서 놀랐었다. 집으로 돌아가보니 열쇠가 없고 전화기는 배터리가 다 되고 위층으로 올라가는 남자에게 부탁해서 호스트에게 전화를 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 직원이라는 사람이 가져온 열쇠 꾸러미 중에는 맞는 열쇠가 없고 다시 한 시간 정도가 지나서 디지털 도어락과 각종 연장을 든 홍콩 청년들이 도착했다. 맞는 열쇠없다는 핑계대고 도어락으로 바꾸고 돈을 달라고 하려나 보다. 그래도 들어가서 양말 벗고 신발 벗고 누울 수만 있다면 그게 무슨 상관이랴. 기본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장치를 제거하고 설치하는 기술이 없었던 동네 청년들은 열쇠 장치 내부를 망가뜨려서 손을 쓸 수 없게 만들어 결국은 새벽 2시가 다되어 나무로 된 문을 부수고 들어가게 되었다. 열쇠는 냉장고 위에 있었다. 홍콩 가정집이 기본적으로 이중문으로 되어있어서 남은 기간 머무는데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좁은 복도에서 안간힘 쓰는 청년들과 이따금 문을 열고 나오던 이웃들 모습 사이로 아이 얼굴을 만지고 사라지던 여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것이 흉조였나.. 몹쓸 의미부여는 예상치 않은 상황을 버텨내는데 큰 도움을 주는 법이니.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때 받은 신비한 여성의 기운으로 아이가 그 시간까지 즐겁게 버텨준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저 석상도 우리를 향해 웃고 있었던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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