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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Arrival_Denis Villeneuve_2016



(Seoul_2017)



버티고개역에 내렸는데 매우 깊고 아득하고 가파른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다. 다행히 다른 역보다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로 움직였던 탓에 오히려 깊은 터널 속을 유영하는 기분이 들었다.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위에 서있자니 얼마전에  Meadow land 에서 연달아 보았던 Arrival 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길가다가 에이미 아담스가 나온 포스터를 보았는데 이게 과연 내가 본 그 영화가 맞는지 순간 멈칫해서 쳐다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컨택트라는 제목으로 번역이 되었다. 굳이 왜 원제를 놔두고 제목을 바꾼것일까. 영어 제목을 한국어로 의역한것도 아니고 전혀 다른 영어 제목으로 바꾸는 경우는 드물지 않나 싶어 신기했다. 아마도 어라이벌로 한글화하자니 어감이 이상했고 직역하자니 어색했고 그렇다고 의역하자니 애매했을거다. 게다가 조디 포스터가 나온 영화와 동명인데 그 영화가 그나마 콘택트라고 표기되서 컨택트라고 할 수 있었나 보다. SF 를 보고자하는 관객을 끌어들이기에는 적합한 제목인지도 모르겠다. 극중에서 에이미 아담스가 속한 연구팀이 공중에 떠 있는 우주선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계속 위로 올라가다가 중력의 방향이 바뀌어서 우주선 벽에 발을 딛고 그냥 걸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이 생각나서 사진을 비틀어 보았다. 이 영화에 마음을 빼았겼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의미있고 멋진 장면이었다.  공간에 작용하는 물리적인 중력보다는 우리가 기존에 인식하고 있는 시간의 중력이 비틀어짐을 상징하는듯한 장면이기도 했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시간에 관한 이런 모호한 담론들은 내게는 너무 버거워서 물리는 느낌이다. 에이미 아담스를 위시한 외교사절단(?)이 헵타포드와 조우하고 그들과 대화하면서 오해가 생겨 무력을 동원하는 상황이전까지 특유의 긴장감이 차분하게 증폭되는데. 특별히 드니 빌뇌브 감독의 팬이라고 생각해본적은 없지만 최근 몇년간의 그의 재밌었던 장편들을 생각하며 은연중에 영화를 보며 공통분모 같은것을 찾으며 보게 되었다. 상황 묘사 같은것에 있어서는 오히려 '에너미' 나 (http://ashland.tistory.com/186)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속을 메우던 긴장감과 비교해서는 통속적으로 다가왔다. 수사팀이 무장하고 멕시코의 도시로 잠입하면서 혐오스런 도시 곳곳에 걸린 시체들을 보여주면서 끈끈하게 조여오는 시카리오속의 긴장감이나 삭막하게 필터링된 도시속에서 또 다른 자아의 욕망에 은밀하게 침투하던 남자를 통해 느껴지던 에너미속의 긴장감 같은것과 비교하면 영화속 주인공이 처한 상황 자체가 너무 범인류적이었다고 해야할까. 에이미 아담스의 호기심 만땅 신비로움에 가득찬 표정 같은것도 아마 여러 영화들을 통해 익숙했던 것이라서 감정이입을 할 수 없었던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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