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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쓸데없는짓


세살 아기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았다. 선물로 뭘 살까 고민하다가 마침 초대받은 놀이방 근처에 러시아 서점이 있었다. 아이의 부모는 리투아니아어를 문제없이 구사하지만 어쨌든 이들은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쓰는 친구들이다. 러시아 동화책 한권과  공주가 그려진 키재는 긴 도화지를 사서 계산대로 걸어 가는데 작은 사전이 보였다.  러시아어-독일어 사전이었다.  몹시 가볍고 심플했고 언젠가 뻬쩨르부르그에서 산 그러나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작은 러시아어 사전이 생각나 덥석 집었다. 회색 바탕에 독일 국기를 모티프로 한 커버는 여지없이 베를린을 떠오르게 한다.  무뚝뚝한 독일 작가가 썼을법한 세워놓은 가구같은 여행 수필의 느낌, 왠지 사용 빈도와는 상관없는 작자의 개인적인 단어들로 가득할것 같은 사전이다.  사전사는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얼마나 나에게 유용할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쓸데없는짓들이 가진 묘한 에너지가 있다.  가끔씩 떨어지는 별똥별 같은 그 에너지가 막힘없이 흘러가도록 애써야한다. 그것들이야말로 쓸데있지만 팍팍하기 그지없는 삶의 밑바탕을 이루는 기름진 토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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