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퇴근하는 친구와 함께 친구네 집에 잠깐 들렀다. 구시가지에 있는 친구네 집 마당에는, 정확히 말하면 여러 가구가 함께 공유하는 작은 중정인데 큰 나무 한 그루가 있고 주위에 작은 돌담처럼 돌려 막아놔서 앉아 있으면 차도 내어오고 맛있는 비스킷도 주고 아이들이 뛰어 놀 수도 있고. 여기저기 걸어다니다가 생각이 나면 연락을 해서 들르곤 한다. 오랜만에 여유롭게 앉아 있다 오려고 했지만 여름 별장에 간다고 해서 아쉽게도 그러진 못했다. 러시아의 다챠처럼 리투아니아에도 일반적으로 교외에 작은 시골집같은 썸머하우스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여름이 되면 꽃도 심고 샤슬릭도 구워먹고 그러는 곳. 주말도 아닌데 거기가면 내일 아침에 훨씬 더 일찍 일어나서 출근을 해야함에도 곧 지나가버릴 여름이 아쉬워 도시에 있기가 싫다는것이다. 도시..구시가지..친구에게는 구시가지도 답답한 도시이다. 이 골목을 지나다니는 관광객들이 이곳 사진을 찍으려고 자주 들어오는데 친구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종종 말한다. 어려서 아이를 낳아 이미 20살 딸 아이가 있는 나보다 좀 나이가 많은 친구인데 이 집에서 거의 평생을 살았으니 집을 나서면 펼쳐지는 구시가지의 관광 명소 분위기도 친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풍경인것이다. 얼마전 갑작스레 큰 비가 왔을때 바닥이 가라앉아서 자기 키만한 웅덩이가 생겼는데 시멘트 5포대로 겨우 막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위에 서있는 작은 화장실 같은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얼핏 공중 화장실도 같고 창고 같기도 한 화분이 매달려져 있는 저곳은 쓰레기 컨테이너라고 했다. 여러가구들이 내다 놓는 쓰레기 봉지들이 보기 싫으니깐 그렇다고 컨테이너를 놓기에도 쓰레기차가 진입할 수도 없는 좁은 골목이니 친구의 아버지가 뚝딱뚝딱 만들어 놓으신 거라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은 그런건가 보다. 게다가 사람의 손길은 꽃과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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