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집이라는 이름의 남산의 한 대안공간. 난방도 안되고 수도꼭지도 없고 화장실도 없는 매우 사랑스러운 공간이다. 서울에서 가장 추웠던 날을 고르라면 아마 이곳을 처음 방문했던 그 날일거다. 실제 날씨는 그렇게 춥지 않았지만 나로써는 실내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추위였다. (http://ashland11.com/501) 세채의 집이 멋들어지게 연결된 이 공간은 근사한 마당을 가지고 있는데 날씨가 좋아도 해가 마당의 가장자리에만 길게 걸리는 위치라서 가장 추웠던 날로부터 한달이 지나서 다시 갔어도 곳곳에 녹지 않은 눈이 남아있었다. 첫째날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약수역으로 내려가 닭갈비를 먹었고 두번째 간날은 날이 많이 풀렸으니 실내에 머물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음식을 배달해서 먹었다. 배달앱을 켜서 이것저것 능숙하게 주문하는 친구가 매우 멋져보였다. 부대찌개와 제육볶음과 구운 갈비 같은 음식이었는데. 놀랍게도 끓여지지 않은 부대찌개가 도착했다. 너무나 황당했다. 생각해보면 그럴 법한 일인데 직접 끓여서 먹어야 하는 부대찌개가 올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한것이다. 한방울의 흐름도 없이 정갈하게 진공 포장된 찌개 육수에 가위를 찔러 넣어 냄비에 붓는데 웃음이 나왔다. 다행히 석유 난로가 있어서 급한대로 그 위에 올려놓고 저번에 왔을때 물이 꽝꽝 얼어있던 대야를 물티슈로 닦아서 덮었다. 찌개는 다른 음식들을 배불리 먹는동안에도 제대로 끓지 않았다. 우리는 정말 끓여야 하는 부대찌개가 배달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게 너무나 당연했으니 찌개는 끓이지 않은 상태로 배달됩니다 라는 사전 경고나 혹시 찌개를 끓여야 하나요. 여기 석유난로 밖에 없거든요 라고 물어볼 여지도 없었던 부대찌개. 배가 고팠더라면 충분히 훌륭했을것이다. 부대찌개의 잘못은 정말 아닌것이다. 또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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