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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

Berlin 20_Berlin cafe 03_Father Carpenter





베를린에서는 거의 30곳에 육박하는 카페에 갔는데 무슨 이유인지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다.  좀 더 시시콜콜한 사진들을 많이 남겨왔더라면 베를린 카페들에 대한 그럴듯하고 유용한 기록을 남길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조금 아쉽기도 하다. 심지어 커피를 마시러가면 습관적으로 기계적으로 찍는 커피 사진도 남기지 않은적이 많다.  카페에 가면 으례 커피와 카페들에 대한 담론으로 그 시간들을 채워나갔음에도 낯선 도시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듯 존재했던 그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는 그 순간에 완전히 빠져들었던것이 아닌가 싶다.  카메라와 폰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음에도 내가 뭔가를 기록하는 그 순간 놓쳐버릴 지 모르는 주변의 공기와 호흡들에 은연중에 그 우선순위를 내어준것 같다. 그리고 카메라 셔터로 멈춰서 세워놓을 수 없는 그 커피향은 결국 그 어떤 추억보다 가장 진하게 남았다. 그리고 이 카페는 그나마 매우 많은 사진을 남겨온 유일한 카페이다. 베를린에 도착해서 하루 이틀정도의 워밍업이 끝나고 본격적인 찾아다니는 모드가 되었을때 우연히 발견한 카페. 특히나 거대한 중정을 낀 매우 붐비는 정오의 카페에 들어섰을때 이런 스타일의 카페를 한곳 정도는 들르고 가는구나 싶어서 기뻤던것 같다.  그것이 우연이라서 더 마음에 들었을것이다. 





지나가다가 이 카페를 보자마자 바로 들어간것은 아니었다.  그날은 어떤 문구점을 향하던 길이었고 로버트 드니로 영화제의 티켓예매를 할 계획이 있었다. 문구점과 영화관은 지척에 있었고 영화관은 그룹 행사로 내부 출입이 제한되어있어서 들어갈 수 없어 발을 돌리던 차에  금세 지나쳤던 이 카페가 생각나서 다시 카페로 돌아왔다. 이 사진은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에 마주보고 있던 연인이 키스를 한것이지 저 장면을 찍으려던것은 아닌데 카메라 셔터를 감지한 저들에게 순간 미안했었다. 그리고 카페로 들어섰다.  





꽉 차있던 테이블. 하지만 앉을 곳이 널려있던 이 카페.  하지만 아무도 앉지 않았던 정원 가장자리 바닥에 앉기로 했다. 앉을 자리가 있었더라면 혹시 간단한 디저트라도 먹었을지 모르겠다. 이날은 커피 한잔만을 마셨다. 중정을 둘러싸고 여러 상점들이 있었는데 따로 눈여겨 보진 못했다. 태양이 한가득 내리쬤고 밝은 얼굴로 중정 안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했다. 





사람들이 먹고 있는 음식은 맛있어보였지만 배가 고프지 않았다.  전 날 식당에서 남겨온 티벳 모모와 여전히 남아있던 케밥 고기와 샐러드 쌈을 아침으로 먹은 상태였기때문에.  

 



벽돌장식을 붙인것이 아니라 벽돌로 만들어진 창틀을 끼운것 같은 느낌이다. 톡톡톡 치면 쏙 빠질것 같은 느낌.





드디어 카페에 들어왔다. 친구는 이 카페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에스프레소를 맛보았다. 전전날 카페에서 진하고 걸쭉한 아메리카노라고 이름 지어진 옅은 에스프레소 두샷 정도의 진정한 블랙 커피를 맛본 후 (http://ashland.tistory.com/548)  늘상 마시던 아메리카노가 아닌 다른 커피를 맛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던것이다.  나는 이날 라떼에 샷을 하나 더 부탁해서 마셨는지 두잔의 에스프레소에 조금의 우유를 부탁해서 마셨는지 아무튼 뭔가를 부탁했고 추가로 돈을 지불하진 않았다. 우유를 부탁한것 같다. 커피를 다 추출했을때 부탁을 하는 바람에 스팀 밀크가 아니라 그냥 차가운 우유인데 상관없겠냐고 물어오던것이 쓰다보니 기억이 난다. 이 사진은 커피 가격을 찍은것 같은데 정작 커피 가격은 정확하게 안보이지만 에스프레소 가격이 2.2유로 더블샷이 3유로정도 였을까. 이 가격은 베를린에서도 비싼축에 속한다. 하지만 한국의 커피 가격에 비하면 정말 저렴하다고 생각한다. 앉을 공간과 분위기가 넉넉하니 테이블 회전율이 높지 않을거다.  이 카페는 항상 붐비는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맛있었던 더블아이라는 카페의 에스프레소 가격은 1.5유로였다. 그리고 모두 다 길거리에 서서 커피를 들이켰다. 





저런 볶은 커피 콩도 한봉지 정도 사왔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지금 든다.  7킬로 기내 반입용 트렁크만 들고 타는 비행기 티켓이긴 했지만 보딩패스까지 프린트해간 상태라 아무도 짐의 무게 따위는 재지 않았다. 물론 여행가방이 워낙에 작아서 들어갈 자리도 없었지만. 그래서 안샀을거다. 게다가 친구는 집에서 커피를 끓여먹지 않았다. 베를린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커피콩을 사서 아침에 집에서 커피를 만들어서 마실 수 있었겠지만 집에서는 오히려 5봉지 정도의 터키 인스턴트 커피를 마셨다. 카페에 가서 먹을 커피를 좀 더 여러 잔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에스프레소 값이 3유로에 육박하는 곳들은 대개 이런 원칙있는 인테리어를 고수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것 같았다. 별다른 감흥은 없다. 





이 카페는 옅은 파랑색 잔만 사용했다. 정원 바닥에서 앉아서 마셨기에 잔을 깨면 어떡하나 싶어 일회용 컵에 주문하는 바람에 저 커피잔은 만져보지 못했다.  





커피가는 소리 커피 찌꺼기 털어내는 소리 스팀 빠져나오는 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베를린 카페에는 어딜가나 저런 커다란 사각 케잌들이 한 두덩어리씩 있었다. 한국에서도 리투아니아에서도 그 이전의 여행지에서도 보지 못한 규격인데. 조각 케익을 팔기보다는 저렇게 큰 케잌을 정말 큼직하게 한 조각씩 잘라서 팔았다. 이탈리아에서 길다란 사각형의 스테인리스 트레이에 구워서 원하는 만큼 잘라서 파는 피자를 봤을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접시에 담겨진 케익을 보면 정말 한조각만 먹어도 배가 부르겠다 싶었다. 7년전인가 베를린에 갔을때 빵집의 빵과 케익들이 너무 맛있었어서 이번에 여행을 가면 커피 한잔에 반드시 케익 한조각을 먹고 독일식 베이킹 책까지 사올 생각을 했었는데 왠걸 케익이 그렇게 많이 땡기지 않아서 저런 케익도 결국 먹어보지 않았다.





이 카페 이름을 떠올리고 있자면 축구구단 이름이 어쩔 수 없이 떠오른다.  베를린에서 자체적으로 로스팅을 하는 카페들은 벽돌을 부숴놓은것 같은 거친 질감의 흑설탕을 주로 사용했는데 이 카페에서는 그냥 일반적인 흑설탕이 놓여져 있었다. 





무슨이유로 굳이 하늘색을 사용한것일까. 물어보고 싶다. ㅋ





이것이 아마 커피 값을 지불하려고 올려놓은 동전같은데 4.8유로다. 뭔가 계산이 안맞는데. 난 더블 에스프레소를 마신것이 아닌가 보다.  다음에 가면 아침을 거르고 가서 아침겸 점심을 먹으며 커피 두 잔 정도를 마시고 오면 좋을것 같다. 친구가 에스프레소를 맛있게 마셨고 그 이후로 곧 잘 카페에선 에스프레소를 마시게된 계기가 된 카페여서 기억에 남는다. 바닥에 앉아서 중정위에 고스란히 고인 하늘을 바라봤던 기억, 내리쬐는 햇살에 선글라스를 끼고 선글라스를 폰에 댄채 필터삼아 사진을 찍던 친구의 모습도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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