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erlin

Berlin 24_Berlin cafe 06_Distrikt coffee




 베를린의 카페씬은 미테와 크로이츠버그 두 동네가 양분한 상태에서 그 주변 동네들이 모두 동시다발적으로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노이쾰른이든 프리드리히샨이든 어딜 가든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좋은 카페들이 점점이 퍼져나가고 있는것이다.  한편으로는 베를린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이제 막 새싹처럼 돋아나고 있는 빌니우스의 카페들에 더 많은 애정을 쏟고싶다는 생각도 하게 한다.  그리고 쉐네버그의 더블아이 (http://ashland.tistory.com/603)는 오히려 베를린 카페씬의 성역으로 다가온다. 꼭 커피맛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카페들이 조금씩 닮은 구석을 공유하는 동시에 차별화하면서 하나의 카페씬을 형성하고 있다면 이곳은 그냥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다른 동네 카페 이야기를 하려는 마당에 또 더블 아이 이야기를 꺼내다니 난 그냥 그 카페를 좋아하고 싶어하는것도 같다.  뭔가를 좋아하려는 순간엔 갖은 이유를 끌어와서 될 수 있는 한 가장 매력적인 모습으로 포장해서 간직하고 싶은것이다. 미테는 그 동네 카페들의 커피만 다 마셔본다고 치고 하루에 세네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해도 3일정도는 가봐야 하는 동네 같다. 굳이 커피를 마시지 않더라도 끼니를 떼우기에도 무리 없는 카페들이 많다. 물론 그 산더미 같은 카페들중 대다수는 다음을 기약하며 남겨두고 왔다. 미테의  이 디스트릭트 커피와 반 Barn  이라는 카페가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같은 날 연달아 방문했다.  돌아와서 구글지도를 열어보니 다른 날 다른 지점에서 방문했던 카페들이 교묘하게 이 두 카페를 밑변으로 다양한 삼각형과 사각형을 그리고 있었다. 이날은 너무나 더웠다. 특히나 붐비는 반 Barn 카페의 좁다란 의자에 앉아 직사광선과 함께 커피를 들이키고 나니 온몸에 힘이 빠졌다. 디스트릭트 카페로 이어지는 길의 작은 공원 벤치에 누워서 나무 구경을 하며 한 숨을 돌리고  이 카페로 이동했다. 이곳은 한적한 주택가의 넓은 보도블럭위에 편안하고 넉넉한 야외 테이블을 갖춘 카페였다.  한시간 가량 앉아있다 갈 생각으로 보리와 콩, 부라타가 들어간 샐러드 한 접시를 함께 먹기위해 주문했다. 주문을 받으러 온 스무살 가량 되어보이는 여자는 알 파치노가 나오는 칼리토의 바 종업원 스테피를 닮았었다.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에 깡마르고 숱이 많은 곱슬 머리. 우리 주문을 정성스레 적어갔지만 우리보다 늦게 주문을 받은 옆 테이블에서 산더미 같은 팬케이크가 독일인 여자 셋의 포크로 조각나는 동안 우리의 샐러드 한 접시는 나오지 않았다. 주문이 들어갔냐고 묻자 아 확인해볼게요 하고 다시 들어가던 소녀는 곧 이어 샐러드 곧 나올거에요 라는 말을 내뱉으며 유유히 퇴근했다. 그리고 조금 지나지 않아 우리의 샐러드가 도착했다.  이 카페에서는 레모네이드와 에스프레소를 마셨는데 커피는 그다지 큰 인상을 남기지 않았다. 오히려 지하로 내려가서 음료수 상자를 옮기고 있던 직원을 지나쳐서 들어가야 했던 화장실과 가방을 매고 퇴근하던 예쁜 언니가 더 기억에 남았다. 내부 인테리어도 그렇고 손님들의 모습도 그렇고 뻔지르르했는데 조금의 유머도 드라마도 가지고 있지 않던 화장실이 더 기억이 나다니 그렇다고 커피가 맛이 없던것도 아닌데. 하지만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서 먹지 않은 유명하다는 팬케이크를 먹으러 다음에 한번 더 갈것이다. 그때는 커피가 화장실을 이겼으면.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