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ztergom_2006
부다페스트에 머무는 동안 반나절 여행으로 다녀왔던 또 다른 도시. 에스테르곰 (Esztergom). 내가 이 도시를 굳이 가려했던 이유는 아마도 단지 명백히 그의 이름 때문이었다. 영화 천국보다 낯선의 여주인공 에바가 부다페스트에서 뉴욕으로 날아온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내가 헝가리에 그리고 부다페스트에 가고 싶어했던 것처럼. 심지어 아마존에서 헝가리어 교재까지 주문해서는 Jo napot kivanok (아침인사) 을 외치며 행복에 젖었던 시간들. 헝가리 이민자로서 뉴욕에 살고 있는 사촌오빠의 집에 느닷없이 찾아와서 정작 그는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는 헝가리어를 눈치없이 내뱉는 에바와 동네 스넥바에서 일하면서 저녁이면 중국 영화를 보러가던 에바는 어린 나에게 커다란 인상을 남겼다. 인생을 살아야 한다면 그녀의 것처럼 미니멀했으면 좋겠다는 별로 건설적이지 못한 동기부여를 했던 영화. 에바를 연기한 헝가리 배우의 이름은 Eszter Balint 였다. 그 이름 그대로 시작하는 이 도시에 어찌 발길이 끌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난 이 도시에 가기 위해 기차를 탔지만 사실 그 기차는 에스테르곰을 위한 기차는 아니었다. 에스테르곰에 가려면 그 기차의 종착역인 슬로바키아까지 가서 다시 거기서 솝 Szob 이라는 헝가리- 슬로바키아 국경 도시로 가는 기차를 타고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솝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도착한곳이 에스테르곰이었다. 다행히 거리가 멀지 않아 그 모든 여정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손바닥안에서 지루하게 뒹굴고 있는 미니어쳐 같았던 센텐드레와는 달리 이곳은 장엄한 대성당을 머리에 이고 다뉴브강이라는 단단하고도 유연해보이는 근육에 휘감겨 있던 멋진 도시였다. 겨우겨우 이겨낸 흐린 하늘 아래에서 축축한 이끼같은 침묵을 촘촘히 머금고 있던 대성당, 그 날의 그 적막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나는 그 감동을 추억하기 위해 성당에서 내려오면서 4500 포린트를 주고는 헝가리 전통 의상을 구입했다. 그 날 나의 최대고민은 그 옷을 살까 말까가 아니라 갈색을 살까 초록색을 살까였다. 4500 포린트 옷 값 아래로 800 포린트의 우표값이 적혀있다. 그때의 내가 몇몇이들에게 엽서를 보냈었다는 사실도 오래된 수첩을 들춰보고서야 기억해낸다. 짧고도 묵직했던 도시의 여운, 다시 가보고 싶은 곳들은 늘어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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