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보낸 일기도 결국은 지나간 일에 대한 것이겠지만 그보다 더 오래전의 일 그리고 훨씬 더 오래전의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할때 현재를 살고 있다는 느낌을 더욱 강하게 받는다. 잊혀져가는 시간들에 라벨을 붙이고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은 희미하게라도 금을 내어 접어 존속 시키고 싶은 마음이겠지. 빌니우스의 요즘은 참 바쁘다. 4월이 되면서 조금씩 봄의 시동을 걸기 시작하는 도시는 5월에 그 분주함이 절정을 이루고 6월부터 본격적인 휴가가 시작되면서 조금은 조용해진다. 지난 4월 말 열렸던 오픈 하우스 빌니우스. 빌니우스의 오픈 하우스는 물론 몇백여개의 건축물을 개방하는 오픈 하우스 런던의 규모에 비하면 소박하겠지만 어쨌든 평소에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는 건물들을 자원봉사자 가이드와 함께 둘러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올해 행사에서 내가 관람하고 싶었던 건물은 관공서 중 가장 독특한 외관을 지닌 국방부 건물이었는데 국회의사당이나 검찰 같은 여타 관공서들처럼 미리 관람 등록을 했어야 하는 것을 미처 몰랐어서 그냥 집 근처에 금방 갈 수 있는 건물들을 둘러보는것으로 만족했다. 문화부, 리투아니아 철도청, 그리고 농업 경제 연구소 건물 이었는데. 농업 경제 연구소 강당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규모의 프레스코가 벽전체를 장식하고 있어서 놀라웠다. 소련 시절에는 어떤 건물을 짓든 건축비용의 10퍼센트 정도는 예술적 용도로 써야했다고 한다. 강당 앞쪽에 있었던 글귀도 인상적이었다. '뭔가를 하려고 하는 사람은 수단을 찾고 아무것도 안하려는 사람은 이유를 찾는다'. 키릴 문자로 쓰여진 글귀들의 그 특유의 선동적이고도 단호한 느낌. 그리고 참으로 맞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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