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9.11.10 Winter sleep (2014)
  2. 2019.06.24 Vilnius 96_6월
  3. 2019.04.29 리투아니아어 57_ 백야 Baltosios naktys (4)
  4. 2017.07.26 겨울의 시작은 (1)
Film2019. 11. 10. 17:13

 입속에서 제목을 읊조리마자 단번에 마음에 들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결코 보지 않을 수 없었던 영화. 오래 전에 이 터키 감독의 다른 영화를 재밌게 본 기억도 있지만 제목에 겨울이 들어간다니 무조건 마음에 들었다. 세상 모든 곳의 어떤 추위가 기본적으로 공감과 동경을 불러 일으킨다. 내가 경험하는 모든 겨울과 추위들을 많은 다른 이들의 시선을 통해서도 좀 더 풍부하고 산문적인 감정으로 보존하고 싶은 욕구도 있는듯하다. 길고 지루한 겨울임에도 그 무엇보다 사랑하고 싶은 마음, 그곳에서 짧고 찬란한 여름 이상의 빛과 따사로움을 맛보고 싶은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이 한 장의 포스터는 영화의 분위기를 너무나 잘 포착했다. 포스터의 첫인상은 어느 소인국의 버려지고 황폐한 성을 걸리버 같은 사람이 케익인줄 알고 가져와서는 냉장고 냉동실에 넣어놨다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절묘하게 기억해내서 먹으려고 하는데 급한 성질에 정말 너무 꽝꽝 언 나머지 도무지 먹을 수가 없어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기 직전의 느낌이다. 영화의 줄거리와 등장인물들을 생각하며 포스터를 좀 더 깊숙히 들여다보면 냉동고 속에서 타성처럼 자라나는 쓸모없는 성에들처럼 봄이 와도 녹아 내릴 것 같지 않은 하얀 눈 더미에 뒤덮힌 빛 바랜 성채가 보인다. 그 안을 가득 메운 것은 습관이 되어버린 권태 그리고 그 모든 권태와 자기 기만에 익숙해져서 오히려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인물들이다. 뒷편의 희뿌연 안개를 넘어서면 그들을 제외한 모든이에게 허락된 듯한 따스한 봄의 태양이 내리쬐고 있을 것도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그 모든 기쁨과 환희에서 열외가 되어버린 그들만의 폐쇄적인 왕국의 느낌은 더욱 짙어진다.      

이 일러스트는 좀 더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다. 봄의 태양은 떠올랐고 강은 이미 녹아서 흐르고 있지만 고뇌의 분위기는 여전하다. 뭔가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며 영화가 끝나는 듯 하지만 결국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계절이 바뀌듯 갈등과 화해도 그냥 순환할 것 같은 느낌이다. 터키 영화이고 이곳은 카파도키아의 어디쯤. 동굴 호텔 속의 벽난로, 온화한 조명, 인물들의 대화 한가운데 빠짐없이 등장하는 찻잔이 내뿜는 따뜻한 기운, 끝없는 혹한의 느낌 때문에 더 그랬겠지만 상대를 향해 거침없이 내던져지는 조곤조곤하고도 맹렬한 터키어가 러시아어적 카리스마를 풍기면서 매력적으로 들려온다. 흥미진진한 시나리오도 아니고 영화의 분위기도 관조적이고 명상적이지만 3시간 반 가량 되는 영화는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영화의 굵은 뼈대가 되는 것은 인물들의 집요하고도 통렬한 대화 장면들. 심지어 미동조차 하지 않는 그런 두 인물의 대화만으로 20여분을 끌고가는 대범함을 보인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호텔 투숙객들과의 형식적이고 일상적인 대화들이 깨알같이 배치되어있다.

영화 속의 동굴 호텔, 그리고 아내의 방과 남편의 서재 분위기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카파도키아의 특유의 지형이 만들어낸 이 특수한 주거 형태는 한없이 자기 내면으로 침잠할 수 있을것처럼 비밀스럽고 동화적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감정적으로 고립된 인물들을 표현해내는데 최적의 배경이 된다. 어려서부터 사진을 찍었다는 이 터키 감독이 포착해낸 아름다운 겨울의 경관들은 인물들의 핏발 서린 말싸움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안톤 체홉의 단편 '아내' 에서 소재를 끌어오긴했지만 여러모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여러 작품들에서 영감을 받은 흔적이 역력한 영화이기도하다. 예민한 논쟁을 통한 아슬아슬한 심리 묘사, 인물들의 장황한 대사와 분석적인 서술로 가득한 그의  소설을 읽으며 본능적으로 작가가 그렇게 공들여 표현해낸 장면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머릿속에 그려보게 되고 소설에 어울릴 것 같은 배우들을 떠올려보게 되듯이  이 영화를 보면서는 꼭 그 반대의 기분이 들었다. 영상으로 구현해내긴 힘들것이라 생각되는 한 편의 긴 소설을 읽는 기분. 반면 소설이었더라면 한 페이지 정도를 할애해서 내밀하게 묘사되었을 어떤 상징적인 장면들은 아주 차갑고도 객관적인 각도의 정지된 화면으로 순간순간 등장하며 신랄한 대화 장면들을 매끄럽게 이어준다. 천장 아래에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축축한 빨래줄을 통해 덕지덕지 붙은 가난을 묘사하다 병을 고치려면 이탈리아로 요양을 가야한다고 말하는 쌩둥맞은 의사를 배치하며 궁핍을 극대화하는 카라마조프의 형제의 한 장면이라든가 정신 나간 레뱌드낀의 여동생의 볼품없는 모습과 그녀의 식탁에 놓인 몇군데 뜯어먹은 독일빵을 묘사하는 악령의 어떤 장면이 지극히 시각적으로 다가온다면 서툰 동정심으로 돈을 들고 온 집주인의 아내에게 이미 끓여놓은 차에 뜨거운 물을 넣어 희석시킨 차를 대접하는 가난한 세입자의 모습이 대사없이 무덤덤하게 클로즈업 되는 영화의 한 장면은 역으로 소설속 묘사처럼 읽혀졌다.        

 영화는 월세가 밀려서 티비를 빼앗긴 할머니, 사람을 때리는 바람에 감방에 다녀와 새 직장을 찾기도 수월치 않은 세입자의 어린 아들이 불만을 품고 지주 어른 작가의 자동차에 돌을 던지는것으로 시작된다. 소년의 되바라진 행동과 깨진 유리창에 대해 책임을 물으러 세입자의 집을 찾아간 주인은 어지럽혀진 마당에서 세입자들의 가난을 목도하게 되지만 올리브가 세 알 밖에 없으면 예쁜 접시에 담아먹으면 될 뿐이라고 현실과 겉도는 소리를 할 뿐이다. 반면 세입자는 돈이 없을지언정 굽실거리지 않고 자존심 하나로 꼬장꼬장하다. 동네 이맘인 세입자의 동생은 그런 형과 달리 현실적이다. 돌을 던진 조카를 데리고 밀린 월세와 유리창 값에 아량을 베풀어줍사 거의 헐벗은채로 먼 길을 걸어서 호텔까지 찾아온다. 주인님 손에 입을 맞추고 용서를 빌라는 삼촌의 다그침에 호텔 주인은 겸연쩍게 손을 내밀고 아빠만큼의 자존심과 원칙을 지녔던 어린 소년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기절을 한다. 

터키의 현재가 배경이지만 은퇴한 연극배우이자 이따금 지역 신문에 글을 기고하는것으로 소일하는 주인공 아이딘은 거대한 영지를 거느린 봉건시대의 지주처럼 묘사된다. 그는 마을의 전통적인 부호였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주택들을 임대하고 동굴을 개조한 호텔을 운영하며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살아간다. 그의 삶은 한편으론 질투가 날 정도로 따스해보인다. 바깥의 추위와 누군가의 혹독한 가난과는 동떨어져서 지금까지 그가 누려온 자유로운 삶을 보여주는 물건들로 가득한 그의 서재 안에서 때가 되면 누군가가 가져다주는 차와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고 있는 그의 모습은 더할나위없이 아늑하다. 이 동굴집에는 남편 아이딘과는 이미 오래 전에 거리를 두기 시작한 듯 보이는 젊고 예쁘지만 차가운 아내 니할과 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성실하게 관리하는 오빠네 집에 얹혀서 무료한 삶을 사는 이혼한 여동생 네즐라가 있다. 호텔과 서재, 아내의 방, 거실들은 꽁꽁 언 바깥 마당을 통해서야 비로소 연결되고 마치 성탑에 갇힌 사람들처럼 창문을 통해서만 서로의 동태를 파악한다. 아내와 남편간의 그 어떤 스킨쉽도 남매간의 다정함도 모두 배재된채로 각자 혼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가장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이들. 가정부에게 누가 아침에 커피를 마셨고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따위를 물으며 서로를 향한 관심을 내비치는것이 전부이다. 

남편의 돈으로 지역 사회의 기부에 열중하는 아내 니할은  지속적으로 호텔에서 자선 행사를 연다. 아이딘은 자신에게는 항상 냉랭하게 대하면서 자기 집에서 자기 돈으로 자신의 친구들을 비롯한 마을 남자들게 웃음을 보이며 상냥하게 소통하는 아내가 못마땅하다. 반면 아내 니할은 이미 애정이라고는 남아있지 않은 돈많은 남편에게 재정적으로 속박되어 있으면서도 쉽게 그를 떠날 수도 없는 자신의 처지를 심리적으로 이용하고 지배하려고 하는 아이딘을 증오한다. 여동생 네즐라는 오빠를 이해하고 응원하는 척 하면서 사사껀껀 비꼬고 이런저런 꼬투리를 잡는다. 아내와 여동생은 없는 자에게 별다른 동정을 베풀지 않는 작가를 비판한다. 작가는 손까딱하지 않고 놀고 먹으면서 누군가가 벌어놓은 돈으로 자선과 동정을 운운하며 고고한척하는 아내와 여동생을 이해할 수 없다.  코엔형제의 <아리조나 유괴사건>에서는 불임으로 아이를 갖지 못하지만 전과가 있어 입양도 할 수 없는 니콜라스 케이지와 홀리 헌터가 동네 가구 회사 사장의 일곱 쌍둥이 중 아이 하나를 훔칠 계획을 세운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납치를 계획하게 했을까. 아이가 일곱이나 있으니 한 명 정도 없어도 괜찮겠지 라는 생각에서였을거다. 나보다 많이 가졌으니 하나 정도 덜 가져도 괜찮고 많이 가졌으니 당연히 베풀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은 얼마나 위험천만한가. 특히나 그런 생각을 덜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하게 된다면 그것 역시 열심히 노력해서 가진자에게는 더없는 폭력이다. 항상 덜 가진 자의 입장에서  사고하기에는 부라는 것은 너무나 상대적이다. 극 중 여동생 네즐라는 오빠에게 있는 자로써의 관용과 희생을 요구하지만 결국 자기 자신도 이스탄불에서 산 예쁜 접시를 깬 가정부의 월급을 깎을 고민을 하는 가진자에 불과하다. 젊은 아내는 기부에 참여하겠다는 남편이 준 돈을 가지고 세입자를 찾아간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세입자는 그 돈꾸러미를 보란듯이 벽난로속으로 던져버린다. 누가봐도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부분인데 그의 다른 소설 악령의 한 부분에는 심지어 이런 구절이 있다. '자선에서 나오는 쾌감은 교만하고 부도덕한 쾌감이며 부자가 헐벗은 자의 의의와 자신의 의의를 비교해서 자신의 권력과 부에 탐닉하는 쾌감이다. 자선은 베푸는 자도 받는 자도 모두 다 타락시키고 더욱이 목표에 이르지도 못하고 헐벗음을 배가시킬 뿐이다.' 도스토예프스키가 바르바라 뻬뜨로브나의 입을 빌려 전달하는 메세지도 극중 아이딘이 아내에게 쏟아내는 이야기들과 다르지않다.    

 영화의 백미였던 20여분에 달하는 아이딘과 네즐라의 말싸움 장면. 한마디 두마디 나름 이성적으로  오고가던 불만과 비판들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가장 예민한 부분들, 상대가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약점을 보란듯이 건드리는 인신공격으로 이어지며 겉잡을 수 없는 상태로 내달린다. 상대가 침묵과 이해로 감내하고 있을지도 모를 내 자신의 약점에 대해서는 깡그리 잊어버리고 가장 양심적이고 가장 올바르고 이상적인 존재로 스스로를 치켜세우며 상대를 짓밟는다. 무엇이 우리를 아집이라는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게 할 수 있을까. 늘상 상대의 실수와 결점을 비난하고 그것을 고치겠다는 생각으로  그토록 엄격한 우리가 그 오만한 겨울잠에서 깨어나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은 내가 매순간 누군가에 의해 이해받고 배려받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때에야 가능한지도 모른다. 이혼한 여동생 네즐라가 남편과의 관계를 회상하며 남편의 악행에 맞서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남편 스스로가 그 자신의 악행을 인지할 수 있도록 인내하고 배려했더라면 그들의 관계는 지금과는 달랐을거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도 도스토예프스키와 안나가 떠올라서 피식 웃었다. 도박에 빠져서 가진것을 탕진하고 미리 받은 원고료에 부랴부랴 소설을 써야했던 남편을 그저 지켜보고 노름 못해서 안절부절하는 남편에게 오히려 돈을 쥐어주며 도박장에 보내던 안나. 그런 안나에 대한 죄책감으로 결국 도박을 끊었다는 도스토예프스키도 결국 그의 재능을 사랑했고 그의 결점을 사랑으로 인내했던 아내가 있었기에 존재했던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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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2019. 6. 24. 05:30


6월의 오늘은 하지. 1년 중 가장 짧은 밤, 가장 늦은 저녁의 석양과 이별하기 위해 지금 어딘가에선 높게 쌓아 올린 커다란 장작이 불타오르고 곱게 만든 화관들 가운데에 놓인 양초에서 피어난 불빛이 고요한 강 위를 수놓고 있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오늘부터 긴 겨울로 접어드는 이른 여정이 시작된다. 7월은 여전하고 8월이 멀쩡히 남아 있으나 여름은 항상 6월까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6월의 오늘을 기점으로 여름은 이제 막 봄을 떠나왔다기보다는 좀 더 겨울을 향하고 있는 것이 맞다. 6월이 되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어떤 소설들이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와 까뮈의 이방인이다. 6월만큼 짧은 이 소설들을 왠지 가장 긴 여름밤을 지새우며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6이라는 숫자. 1년의 반, 마치 6개월에 달하는 긴긴 겨울을 지나서 비로소 도달한 여름의 문턱, 그리고 그 문턱에 발을 들여놓기가 무섭게 여름이 절정을 이루는 하지가 속해있는 6월. 빌니우스도 도스토예프스키의 뻬쩨르부르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어쩌면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뻬쩨르부르그의 6월과 그의 백야는 더더욱 부서질듯 아슬아슬 찬란할 것이다. 백야의 주인공은 모두가 등지고 떠나는 도시 뻬쩨르부르그를 가여워한다. 남겨진 도시, 혹은 그 자체로 어딘가로 이사 가버린듯한 텅 빈 도시를 위해 끝없는 우수에 젖는다. 빌니우스가 그 어떤 폭염으로 신음한다고 해도 까뮈의 소설에 땀처럼 배어서 찐득하게 묻어나는 북아프리카 특유의 기후에 비할바 아니겠지만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의 몇 날이긴 해도 빌니우스의 어떤 6월도 분명 타들어 간다. 뜨거운 태양 아래를 너무 느긋하게 걷는다면 햇빛은 독이 되겠지만 또 너무 빨리 걷는다면 그런대로 땀을 흘린 나머지 차가운 성당 안에 들어서면 감기에 걸리게 된다는 어떤 구절. 구시가의 말끔히 정돈된 성당들과 비교해서 끝없이 원시적이고 허름하며 뜨거운 여름 앞에 가장 적나라하게 서있는 성당이 한 곳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이방인의 그 구절이 떠오른다.



이 성당은 주중의 일정상 거의 매일 지나치게 된다. 성당의 입구에는 몇 해가 지나도 여전히 시멘트 자루들이 놓여있다. 정리되지 않은 성당 바닥에는 마치 회교 사원을 떠올리게 하는 아라비아 카펫이 규칙적으로 펼쳐져 있다. 방치된 성당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견고하게 남아있는 성당의 궁륭 사이로 칠이 다 벗겨진 희미한 벽화들이 보인다. 겨울의 이 성당은 기분나쁠 정도로 추웠다. 카펫 근처 어딘가에 활활 타오르는 장작이 담긴 벽난로가 눈 앞에 아른거렸다. 여름의 이곳은 청량하다 못해 으스스하다. 감기가 들 정도로 한 낮의 땀을 식혀버리는 성당에 대한 묘사가 뇌리를 스치지 않을 수 없다. 이 성당의 정원에는 볕을 피할 수 있는 나무 그늘이 그 어느 성당보다 많지만 결국은 공사장처럼 헐벗은 그 성당 내부를 향하게 된다. 그리고 6월의 오늘은 선선하다. 거의 항상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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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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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n Language2019. 4. 29. 18:23

지난번 빌니우스 도서 박람회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백야가 묶인 도스토예프스키 책 한 권을 샀다. 현금도 없었고 현금 지급기도 없는데 카드를 받지 않는 부스가 많아서 그나마 한 권 유일하게 사 온 책이었는데. 얼마 전에 책장 아래칸에 잡다한 책들과 섞여있는 것을 보고 도스토예프스키의 다른 책들 근처로 옮기려고 보니 위칸에 터줏대감처럼 꽂혀있는 책. 책을 잘 사지도 않는데 같은 책을 두 번 사다니 황당했다. 내가 이들을 몹시 좋아하던가 아니면 기억력이 이제 다 했던가 공부하라는 계시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 50권 남짓되는 주니어용 세계문학전집이 있었는데 신동우 화백이었나 그가 그린 삽화 속의 인물들 얼굴이 꽤나 특색 있었다. 1번은 부활, 2번은 로미오와 줄리엣 3번은 좁은 문 4번이 가난한 사람들 그런 식으로 번호가 매겨져 있었다.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은 가난한 사람들과 죄와 벌 그리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세 권 씩이나였다. 난 그 전 집 중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책 세 권과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가장 좋아했다. 시간이 지나서 드라마틱한 삽화가 빠진 완역본으로 읽었을 때의 감동은 또 달랐다. 그리고 언젠가 그 작품들을 원문으로 읽을 수 있다면 독자로써 작가에게 표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존경일 거다. 가난한 사람들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데뷔작이기도 하고 어쨌든 그가 사모임에 가담하고 유형소 생활을 시작하게 된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 소설이기도 하고 마까르 제부쉬낀과 바르바라의 편지글로 이루어진 질척 질척 구구절절한 책으로 내가 가장 먼저 접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이다. 그래서 돔 크니기에 갔을 때 상징적으로 이 책을 샀었다. 건방지게 그중에 그래도 가벼운 책이라고 생각하고 공부할 생각으로 사 왔는데 13년이 지났는데 절반도 읽지 않았구나. 그나마 알던 얼마 안 되는 러시아어도 다 잊어가고 있다. 백야는 어렴풋이 뻬쩨르를 환상하게 했던 소설이다. 세상에 구제할 수 없는 것이 많겠으나 사랑에 빠진 몽상가가 대표적으로 그렇다. 몽상가여야 한다. 마까르 제부쉬킨도 한편으론 그렇다. 여름의 뻬쩨르 가고 싶다. Baltosios naktys는 Baltoji naktis의 복수형이다. 하얗다는 표현 Baltoji 도 Baltas라는 일반 형용사 대신 특정 고유 명사나 상황에 붙는 형용사 형태를 쓴다. 이런 형용사의 형태를 문법적으로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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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설마

    똑같은책 2권.
    보면서 안심되는 건 왜일까요? ㅎㅎㅎ
    러시아 책은 지명 이름이 낯설어서 잘 안 읽게 되는데 읽고 싶어지네요.

    2019.05.01 08:51 [ ADDR : EDIT/ DEL : REPLY ]
  2. 도스토예프스키 리투아니아어 표기엔 끝에 s가 들어가네요 신기신기.. 왜 s가 들어가는지 너무나 궁금해요
    저는 젤 처음 읽은 게 죄와 벌이었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고등학교 들어갔을때 학급문고에 삼중당문고가 있어서 그 얄팍하고 누런 책으로 처음 읽었어요. 그땐 사춘기인데다 삐딱해서 그랬는지 가난한 사람들이 너무 맘에 안 들었고 마카르가 넘 구질구질해서 싫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어요. 나중에 20대 중반에 다시 읽었을땐 무지 울었어요.

    2019.05.01 20: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기본적으로 모든 남성명사는 s로 끝나야하는 운명이예요. as,us,ys,is. 그래서 한글로 옮겨놓고보면 너무 웃깁니다..삼중당문고..한 권의 책과 함께 작은책 양대산맥이었는데 다시 손에 쥐어보고 싶네요 그런 책들.

      2019.05.01 20:49 신고 [ ADDR : EDIT/ DEL ]

카테고리 없음2017. 7. 26. 09:00


여전히 읽고 있는 미성년.  책을 읽다가.  '벌서 11월 15일 겨울이 시작된 지 벌써 사흘이 되었는데. 내가 입고 다니는 외투는 곰털 가죽으로 된것이지만..'  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어째서 11월 15일을 겨울이 시작된 지 사흘이 지난 날로 계산하는걸까.  책에 표기된 날짜가 러시아력이라면 러시아력에도 절기같은것이 있어서 11월 12일이 입동이라도 되는건가.  그냥 작가 개인적인 생각과 추억에 의한것이라면 나도 나만의 겨울의 시작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절기를 가진다는것 나쁘지 않을것 같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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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쩐지 구력이라서 그럴거 같아요 러시아 예전에 정교달력 썼으니...
    그건 그렇고 미성년이 나오니 또다시 아르까지 이놈 한대 패주고 싶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걸 보니 저 이 책 읽을때 아르까지가 무지 맘에 안 들었었나봐요 하긴 그거 읽을땐 저도 사춘기 시절이라 더 그랬는지도 ㅠㅠ

    2017.07.26 21: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