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huanian Language2019.04.29 18:23

지난번 빌니우스 도서 박람회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백야가 묶인 도스토예프스키 책 한 권을 샀다. 현금도 없었고 현금 지급기도 없는데 카드를 받지 않는 부스가 많아서 그나마 한 권 유일하게 사 온 책이었는데. 얼마 전에 책장 아래칸에 잡다한 책들과 섞여있는 것을 보고 도스토예프스키의 다른 책들 근처로 옮기려고 보니 위칸에 터줏대감처럼 꽂혀있는 책. 책을 잘 사지도 않는데 같은 책을 두 번 사다니 황당했다. 내가 이들을 몹시 좋아하던가 아니면 기억력이 이제 다 했던가 공부하라는 계시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 50권 남짓되는 주니어용 세계문학전집이 있었는데 신동우 화백이었나 그가 그린 삽화 속의 인물들 얼굴이 꽤나 특색 있었다. 1번은 부활, 2번은 로미오와 줄리엣 3번은 좁은 문 4번이 가난한 사람들 그런 식으로 번호가 매겨져 있었다.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은 가난한 사람들과 죄와 벌 그리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세 권 씩이나였다. 난 그 전 집 중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책 세 권과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가장 좋아했다. 시간이 지나서 드라마틱한 삽화가 빠진 완역본으로 읽었을 때의 감동은 또 달랐다. 그리고 언젠가 그 작품들을 원문으로 읽을 수 있다면 독자로써 작가에게 표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존경일 거다. 가난한 사람들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데뷔작이기도 하고 어쨌든 그가 사모임에 가담하고 유형소 생활을 시작하게 된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 소설이기도 하고 마까르 제부쉬낀과 바르바라의 편지글로 이루어진 질척 질척 구구절절한 책으로 내가 가장 먼저 접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이다. 그래서 돔 크니기에 갔을 때 상징적으로 이 책을 샀었다. 건방지게 그중에 그래도 가벼운 책이라고 생각하고 공부할 생각으로 사 왔는데 13년이 지났는데 절반도 읽지 않았구나. 그나마 알던 얼마 안 되는 러시아어도 다 잊어가고 있다. 백야는 어렴풋이 뻬쩨르를 환상하게 했던 소설이다. 세상에 구제할 수 없는 것이 많겠으나 사랑에 빠진 몽상가가 대표적으로 그렇다. 몽상가여야 한다. 마까르 제부쉬킨도 한편으론 그렇다. 여름의 뻬쩨르 가고 싶다. Baltosios naktys는 Baltoji naktis의 복수형이다. 하얗다는 표현 Baltoji 도 Baltas라는 일반 형용사 대신 특정 고유 명사나 상황에 붙는 형용사 형태를 쓴다. 이런 형용사의 형태를 문법적으로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