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트롤리버스에서 내리니 정거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무지개. 이번 주에 갑자기 기온이 크게 떨어졌고 봄가을 코트를 다시 꺼내 입었다. 비도 자주 온다. 보통은 지나가는 비라 우산을 챙길 필요는 없다. 비가 오고 해가 나고 해가 난 상태에서 비가 오는 경우도 많으니 무지개도 자주 보인다. 리투아니아어로 무지개를 Vaivorykštė 바이보릭싀테 라고 한다. Vaivas 는 현지인들에게 물어봐도 잘 모르는 단어이고 그만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단어인데 우선 빛이라는 뜻이 있단다. Rykštė 는 채찍까지는 아니지만 무지개와 같은 구부러짐을 보이며 찰싹찰싹 거리면서 때릴 수 있는 회초리를 칭할때 쓰인다. 그런데 빛의 채찍이라니. 채찍이라는 단어도 빛이라는 단어와 합성하니 퍽이나 시적이다. 들판에서 들꽃을 꺽어서 길다랗게 묶었다면 그것도 나름 릭싀테라고 부를 수 있다. 마당의 나뭇가지를 꺾어 마님한테 대드는 자식에게 마님 보란듯이 회초리를 드는 경남댁 생각이 나는 그런 나뭇가지뭉치도 릭싀테라고 볼 수 있는 것. 그러니 어쩌면 저 색색의 빛이 겹겹이 쌓여 길다랗게 묶어 놓은 듯한 빛의 형상을 한 무지개에 그런 단어를 붙인것도 조금은 이해가 간다. 어제의 빛의 채찍은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보랏빛까지 선명하게 드러냈다.
마당 놀이터에도 언젠가 빛의 회초리가 나타났다. 이번 주에 무지개로 세 번 정도 더 맞고 다음 주에는 또 조금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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