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huanian Language2019.02.08 07:00


항상 이 단어를 보면 이탈리아의 롬바디라는 잘 알지도 못하는 동네를 떠올리곤 괜히 따스해지고 뭔가 넉넉해지는 기분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이들 단어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롬바르다스는 전당포이다. 조금만 눈을 크게 뜨고 구시가를 걷는다면 옷가게든 빵집이든 한 번에 알아봄직한 상점들 사이에 별다른 간판도 없이 영업하고 있는 전당포들을 간혹 마주칠 수 있다. 특히나 부엌 찬장 속의 마지막 남은 싸구려 숟가락 마저 전부 저당잡히고 영혼이라도 꽁꽁 싸매서 가져다 줘야 할 것 같은 후미진 전당포가 구시가의 트라카이 거리에 하나 남아 있다. 바사나비치어스 거리에서 주욱 내려와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면 들어설 수 있는 거리이다. 건너편 상점들의 조명이 반사된 탓에 속이 쉽사리 들여다보이지 않는 이곳은 외부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듯 보인다. 혹시 어둠속에서 밖을 응시하고 있는 사람과 눈이 마주칠지도 모르는 오싹함을 감수하고 손으로 빛을 가려 유리창에 콧등을 대고 들여다봐야지만 텅 빈 탁자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노란 램프 빛을 가까스로 발견할 수 있다. 세상 모든 것의 가격을 알고 있고 그 어떤 무형의 것도 달아서 잴 수 있는 물질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듯 주변의 모든 어둠을 압도하는 절대적인 빛이다. 주중이면 거의 매일 지나치는 이 거리 어딘가를 나와 함께 걷고 있을거라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노파를 찾아가 호주머니에서 은시계를 끄집어 내는 라스콜리니코프와 경매장에서 방금 구입한 앨범을 배로 되팔고 흥분 상태에 이르는 아르카지 돌고루키, 그리고 자신의 원고를 헐값에 넘겨야 했던 어떤 도스토예프스키이다. 얼마 전에 본 러빙 파블로 라는 영화에는 그런 장면이 있었다. 콜롬비아 마약왕의 정부로 부와 쾌락을 누리던 앵커 페넬로페 크루즈가 애인으로부터 버림받고 커리어마저 빼앗긴 채 파산을 맞은 상황에서 그 애인이 선물했을 마지막 희망과도 같은 보석을 되팔려고 장물업자를 찾아간다. 뒤이어 청부살해업자들이 탄 차가 도착하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그녀를 아랑곳하지 않고 장물업자는 영업 창구 위의 방탄 셔터를 내린다. 복면을 한 청부업자들이 자동차 문을 열고 나오는 급박한 순간에도 방탄 셔터는 늘 그랬을 속도로 천천히 내려간다. 상점 창문 자체가 방탄 유리로 되어 있었어서 스카 페이스의 한 장면을 방불케하는 그들의 총질에도 페넬로페 크루즈는 살아 남는다. 물론 총격이 멈추고 방탄 셔터가 다시 올라가고 거래가 다시 이루어 진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 누구에게도 그 어떤 셈 법도 필요하지 않는 순간, 모든것이 의미를 잃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주 또렷해지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을 모면하고나면 또 모든것은 희미해진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