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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6.24 Vilnius 96_6월
  2. 2019.04.29 리투아니아어 57_ 백야 Baltosios naktys (4)
Vilnius Chronicle2019.06.24 05:30


6월의 오늘은 하지. 1년 중 가장 짧은 밤, 가장 늦은 저녁의 석양과 이별하기 위해 지금 어딘가에선 높게 쌓아 올린 커다란 장작이 불타오르고 곱게 만든 화관들 가운데에 놓인 양초에서 피어난 불빛이 고요한 강 위를 수놓고 있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오늘부터 긴 겨울로 접어드는 이른 여정이 시작된다. 7월은 여전하고 8월이 멀쩡히 남아 있으나 여름은 항상 6월까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6월의 오늘을 기점으로 여름은 이제 막 봄을 떠나왔다기보다는 좀 더 겨울을 향하고 있는 것이 맞다. 6월이 되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어떤 소설들이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와 까뮈의 이방인이다. 6월만큼 짧은 이 소설들을 왠지 가장 긴 여름밤을 지새우며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6이라는 숫자. 1년의 반, 마치 6개월에 달하는 긴긴 겨울을 지나서 비로소 도달한 여름의 문턱, 그리고 그 문턱에 발을 들여놓기가 무섭게 여름이 절정을 이루는 하지가 속해있는 6월. 빌니우스도 도스토예프스키의 뻬쩨르부르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어쩌면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뻬쩨르부르그의 6월과 그의 백야는 더더욱 부서질듯 아슬아슬 찬란할 것이다. 백야의 주인공은 모두가 등지고 떠나는 도시 뻬쩨르부르그를 가여워한다. 남겨진 도시, 혹은 그 자체로 어딘가로 이사 가버린듯한 텅 빈 도시를 위해 끝없는 우수에 젖는다. 빌니우스가 그 어떤 폭염으로 신음한다고 해도 까뮈의 소설에 땀처럼 배어서 찐득하게 묻어나는 북아프리카 특유의 기후에 비할바 아니겠지만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의 몇 날이긴 해도 빌니우스의 어떤 6월도 분명 타들어 간다. 뜨거운 태양 아래를 너무 느긋하게 걷는다면 햇빛은 독이 되겠지만 또 너무 빨리 걷는다면 그런대로 땀을 흘린 나머지 차가운 성당 안에 들어서면 감기에 걸리게 된다는 어떤 구절. 구시가의 말끔히 정돈된 성당들과 비교해서 끝없이 원시적이고 허름하며 뜨거운 여름 앞에 가장 적나라하게 서있는 성당이 한 곳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이방인의 그 구절이 떠오른다.



이 성당은 주중의 일정상 거의 매일 지나치게 된다. 성당의 입구에는 몇 해가 지나도 여전히 시멘트 자루들이 놓여있다. 정리되지 않은 성당 바닥에는 마치 회교 사원을 떠올리게 하는 아라비아 카펫이 규칙적으로 펼쳐져 있다. 방치된 성당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견고하게 남아있는 성당의 궁륭 사이로 칠이 다 벗겨진 희미한 벽화들이 보인다. 겨울의 이 성당은 기분나쁠 정도로 추웠다. 카펫 근처 어딘가에 활활 타오르는 장작이 담긴 벽난로가 눈 앞에 아른거렸다. 여름의 이곳은 청량하다 못해 으스스하다. 감기가 들 정도로 한 낮의 땀을 식혀버리는 성당에 대한 묘사가 뇌리를 스치지 않을 수 없다. 이 성당의 정원에는 볕을 피할 수 있는 나무 그늘이 그 어느 성당보다 많지만 결국은 공사장처럼 헐벗은 그 성당 내부를 향하게 된다. 그리고 6월의 오늘은 선선하다. 거의 항상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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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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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n Language2019.04.29 18:23

지난번 빌니우스 도서 박람회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백야가 묶인 도스토예프스키 책 한 권을 샀다. 현금도 없었고 현금 지급기도 없는데 카드를 받지 않는 부스가 많아서 그나마 한 권 유일하게 사 온 책이었는데. 얼마 전에 책장 아래칸에 잡다한 책들과 섞여있는 것을 보고 도스토예프스키의 다른 책들 근처로 옮기려고 보니 위칸에 터줏대감처럼 꽂혀있는 책. 책을 잘 사지도 않는데 같은 책을 두 번 사다니 황당했다. 내가 이들을 몹시 좋아하던가 아니면 기억력이 이제 다 했던가 공부하라는 계시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 50권 남짓되는 주니어용 세계문학전집이 있었는데 신동우 화백이었나 그가 그린 삽화 속의 인물들 얼굴이 꽤나 특색 있었다. 1번은 부활, 2번은 로미오와 줄리엣 3번은 좁은 문 4번이 가난한 사람들 그런 식으로 번호가 매겨져 있었다.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은 가난한 사람들과 죄와 벌 그리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세 권 씩이나였다. 난 그 전 집 중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책 세 권과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가장 좋아했다. 시간이 지나서 드라마틱한 삽화가 빠진 완역본으로 읽었을 때의 감동은 또 달랐다. 그리고 언젠가 그 작품들을 원문으로 읽을 수 있다면 독자로써 작가에게 표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존경일 거다. 가난한 사람들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데뷔작이기도 하고 어쨌든 그가 사모임에 가담하고 유형소 생활을 시작하게 된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 소설이기도 하고 마까르 제부쉬낀과 바르바라의 편지글로 이루어진 질척 질척 구구절절한 책으로 내가 가장 먼저 접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이다. 그래서 돔 크니기에 갔을 때 상징적으로 이 책을 샀었다. 건방지게 그중에 그래도 가벼운 책이라고 생각하고 공부할 생각으로 사 왔는데 13년이 지났는데 절반도 읽지 않았구나. 그나마 알던 얼마 안 되는 러시아어도 다 잊어가고 있다. 백야는 어렴풋이 뻬쩨르를 환상하게 했던 소설이다. 세상에 구제할 수 없는 것이 많겠으나 사랑에 빠진 몽상가가 대표적으로 그렇다. 몽상가여야 한다. 마까르 제부쉬킨도 한편으론 그렇다. 여름의 뻬쩨르 가고 싶다. Baltosios naktys는 Baltoji naktis의 복수형이다. 하얗다는 표현 Baltoji 도 Baltas라는 일반 형용사 대신 특정 고유 명사나 상황에 붙는 형용사 형태를 쓴다. 이런 형용사의 형태를 문법적으로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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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설마

    똑같은책 2권.
    보면서 안심되는 건 왜일까요? ㅎㅎㅎ
    러시아 책은 지명 이름이 낯설어서 잘 안 읽게 되는데 읽고 싶어지네요.

    2019.05.01 08:51 [ ADDR : EDIT/ DEL : REPLY ]
  2. 도스토예프스키 리투아니아어 표기엔 끝에 s가 들어가네요 신기신기.. 왜 s가 들어가는지 너무나 궁금해요
    저는 젤 처음 읽은 게 죄와 벌이었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고등학교 들어갔을때 학급문고에 삼중당문고가 있어서 그 얄팍하고 누런 책으로 처음 읽었어요. 그땐 사춘기인데다 삐딱해서 그랬는지 가난한 사람들이 너무 맘에 안 들었고 마카르가 넘 구질구질해서 싫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어요. 나중에 20대 중반에 다시 읽었을땐 무지 울었어요.

    2019.05.01 20: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기본적으로 모든 남성명사는 s로 끝나야하는 운명이예요. as,us,ys,is. 그래서 한글로 옮겨놓고보면 너무 웃깁니다..삼중당문고..한 권의 책과 함께 작은책 양대산맥이었는데 다시 손에 쥐어보고 싶네요 그런 책들.

      2019.05.01 20:49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