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카페'에 해당되는 글 12건

  1. 2019.03.22 베를린 카페 10_Bonanza (1)
  2. 2017.12.04 베를린 카페 09_Zucker baby (5)
  3. 2017.09.28 베를린 카페 08_Five Elephants (4)
  4. 2017.09.05 베를린 카페 07_THE BARN (3)
  5. 2017.08.26 베를린 카페 06_Distrikt coffee (5)
Cafe2019.03.22 19:23



로 가는 길 이란 제목이 사실 더 어울리겠다. 영화 커피 인 베를린 생각에 잠겨 있던 며칠로 인해 다시 떠올려보는 베를린 카페들. 봄이 가까워지면서 몸이 자연스레 5월의 기후를 감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낯선 여행지를 두 번, 세 번 방문할 기회가 생겼을때 그래 이왕이면 조금은 다른 시기에 찾아가서 도시의 다른 풍경을 보는 것도 괜찮을거야 생각하지만 그 때 그 여행이 완벽했다고 느낀다면 굳이 그럴거 없이 그냥 비슷한 시기에 가는게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베를린은 그냥 항상 5월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영양가 없음으로 인해 가장 고가치를 지니는 농담들을 하며 어딘가에 널부러져 있고 싶다. 카페 보난자는 이름에서부터 뭔가 빨리 찾아가야할 것 같은 포스를 풍겼던 카페이지만 계속 다른 카페들에 밀려 결국에는 그래도 한 번은 가봐야하는 카페에 속해버렸다. 그 카페로 가는 길이 참 재밌었다. 제대로 가고 있는거지? 당나귀인가? 



당나귀 동산 건너편 건물에는 이런 벽화가 그려져있었다. 이 벽화 옆을 지나면서 사랑은 비를 타고의 진 켈리 흉내를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이 드문 이런 건물 곁을 지날때면 그냥 한 번 해보는 공중에서 발바닥 부딪치기. 그리고 한 번을 제대로 못해보고 발바닥이 무지 아픈 착지를 하고 말지. 아마 기분 좋은 일을 앞두고 있을때 그렇게 되는 것도 같다. 베를린에서는 매순간이 희열이었다. 인생은 그래야한다. 



보난자는 한국에도 지점이 있는걸로 알고 있다. 과연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보난자 창업자 중의 한 명이 독일에 기반을 둔 한국인이라고 했던 것도 같다. 우리는 카페에 앉아서 한동안 보난자가 무슨 의미일까 생각했다. 검색을 해서 많은 의미들을 알게됐지만 그 중 기억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그나마 보난자라는 카페 이름은 잘 잊혀지진 않는다. 



보난자 에스프레소가 3유로였나. 아마 카페 중 가장 큰 가격에 그만큼 양도 가장 많았고 참으로 시큼했다. 저 날은 참 후덥지근했다. 커피가 지나치게 뜨겁다고 생각될 정도였으니깐. 그래서 커피 사진을 남기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베를린에 보난자가 두 곳 있는데 이곳은 공장인지 창고 건물을 쓰는 듯한 아주 널찍한 지점이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할 수는 없는 폐쇄적인 장소였기에 독보적인 정적이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저 꽃가루 들이다. 붉은 벽돌 건물 사이로 나부끼는 5월의 꽃가루들이라니. 다음에 이곳에 가도 여전히 그랬으면 좋겠다. 나의 만성적인 재채기는 결코 너희들로 인한 것이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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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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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설마

    보난자는 유명한 보드게임 이름인데..
    한번도 해보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그 게임을 사고 싶다는 이상한 결론으로 흐르는...ㅎㅎㅎ
    독일 라벤스부르거의 회장이 한국인 며느리를 맞았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독일과 한국은 의외로 끈끈한 뭔가가 있는 듯.

    2019.03.26 19:46 [ ADDR : EDIT/ DEL : REPLY ]

Cafe2017.12.04 08:00





베를린의 많은 유명하고 매력적인 카페가 있겠지만 베를린을 생각할 때 가장 눈에 밟히는 곳은 어쨌든 바로 이곳이다. 머물던 집에서 불과 5분 거리의 동네 카페.  직접 볶은 콩을 갈아서 만든 신선한 커피를 파는 것도 꽃잎 흩뿌리고 온갖 슈퍼푸드로 치장된 트렌디한 브런치를 파는 것도 아니지만 난 아마 다음번에도 베를린에 가자 마자 다음 날 아침이면 이 곳에 갈거다. 오래된 수도원을 개조한 코르토나의 호스텔에서 무료 아침을 먹기 위해 힘들게 일어나 식당에 내려왔을때 보온 물병에 담겨 있던 옅게 희석된 커피와  식빵을 상처내던 딱딱한 일회용 버터가 나를 기다리고 있던 그 아침을 생각하며 내가 다시 그 곳에 갈 것임과 마찬가지로. 



이 카페에 세 번을 갔는데 두번 서있었던 어느 항해사의 캠핑차. 



일찍 일어나서 여기서 아침 먹자 했지만 결국 항상 12시가 다 넘어서야 갈 수 있었던 이 곳. 다음에는 빅 레보우스키의 듀드처럼 파자마에 샤워 가운 걸치고 이곳에 가서 아침 먹을 수 있는 용기가 나에게 있었으면.  아니 그런 샤워 가운이 친구에게 있었으면. 술도 팔았던가. 이곳에서라면 아침부터 듀드처럼 화이트 러시안이라도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심. 



당시 베를린의 날씨는 가끔 바람이 불어 춥기도 했지만 해가 나면 따뜻하고 덥기 까지 했던 전형적인 유럽의 초여름 날씨 였다. 항상 바깥에 앉길 원했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아직 바깥 테이블이 준비되지 않았던 적이 많았다. 넉넉한 앞 마당을 지닌 고요한 거리에 위치했던 이 곳은 항상 붐볐지만 한편으로는 조용했다. 유럽 카페들 특유의 적막이 좋다.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그곳에서 가장 큰 소리는 커피 머신이 토해내는 소리이다.  빨래방의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나 기차역의 안내 방송처럼 항상 그곳에 존재하는 것들이 방출해내는 절대적인 소음이 다시 가고 싶다 혹은 또 돌아왔구나 의 농밀한 소속감을 주듯이.



첫째날에는 (http://ashland11.com/531) 프렌치 토스트를 먹고 주전자 커피를 마셨다. 베를린에 가면 매번 커피를 마실때마다 케익을 먹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케익이나 파이 자체가 땡기지 않아서 많이 먹지 못했다. 하지만 두번째 갔을 때는 저 치즈케익을 먹었다.  배가 불러서 반은 남겨와서 다음 날 터키 커피 믹스와 맛있게 먹음.  하루가 지났어도 그 촉촉함은 그대로 였다. 




호박 수프를 한 대접 먹어서 케익은 물론 커피도 잘 마셔지지 않았던 것. 



표구 된 메뉴. 



정적.  당연히 장식용 빈 병이라고 생각했는데 소금과 후추통, 가장 작고 뚱뚱한 병을 보니 왠지 물을 담아서 테이블로 가져 가는 용도 였을 수도 있겠다 싶다.



일요일 정오의 느낌.  



예쁘다 램프.



카페 앞의 인도 식당에도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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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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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ounyeh

    하자

    2017.12.05 01:15 [ ADDR : EDIT/ DEL : REPLY ]
  2. 오웅 저 창가의 동그란 테이블 완전 제 취향의 자리에요 너무너무 앉아보고파요

    2017.12.09 22: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hounyeh

    아쉽게도 쭈커베이비는 문을 닫은 거 같애.
    와서부터 한 번도 문을 안 열고 뭐라고 쪽지는 붙어있는데 아마도 다시 문을 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너무 슬퍼.

    2018.02.06 05:22 [ ADDR : EDIT/ DEL : REPLY ]
    • 설마 그럴리가. 백년도 더 장사할것 같았는데. 수리한다거나 봄에 연다거나 다른곳에 문을 열었다거나 그런 소리아닐까?? 으흐흑...

      2018.02.06 05:41 신고 [ ADDR : EDIT/ DEL ]

Cafe2017.09.28 21:16





그날은 비가 내렸다. 갑작스럽고도 짧은 비로 하루 온종일 후덥지근함이 지속되었다.  왠지 모든 탓을 비로 돌려야만할 것 같은 날의 그런 가엾은 비들이 있다. 비 내리는 횡단 보도를 건너 현금 지급기가 여러 대 놓인 은행 건물로 들어섰을 때 손수 문을 열어주고는 자신의 동전통을 내미는 아저씨가 있었다. 섹스 피스톨즈의 시드 비셔스를 떠올리게 했던 차림의 그 아저씨,  하지만 시드 비셔스처럼 취해있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는 모아진 동전으로 무얼 했을까.  빌니우스에는 꽤나 알려진 거리의 여자와 남자가 한 명씩 있다.  매우 화려한 화장과 옷차림으로 매일 빌니우스 근교 도시에서 기차를 타고 빌니우스로 출근을 해서 보통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동전을 부탁하거나 그녀를 알아보고 사진을 찍자는 사람들과 포즈를 취하시고 매우 '공식적인' 동전을 받으시는 '로제', 장미 라고 불리우는 할머니. 언젠가 빵 집 한 켠에서 그녀와 마주친 적이 있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그녀를 걸어다니면서 자주 본다. 또 다른 한 명은 짐들을 바리바리 짊어지고 다니면서 한 여름에도 겨울 부츠를 신고 오랫동안 감지 않은 머리가 마술사의 탑햇처럼 굳어져버린 아저씨이다.  식당에서 일했던 초기에 나는 그와 거의 매일 아침 만났다. 그는 식당이 문을 열기 전에 들어와 남은 음식이 있는지 묻거나 유로를 쓰지 않을 당시에 1리타스를 내밀며 커피를 부탁하곤 했다. 내가 일하는 식당은 커피를 팔지 않았음에도. 커피에 헌정된 그 1리타스는 나에게 퍽이나 상징적이고 은유적으로 느껴졌더랬다. 그는 음식을 부탁할때에는 단 한번도 동전을 내밀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진짜 이야기는 모른다. 그들도 굳이 그것에 대해 말하려 애쓰지 않았다. 나는 베를린의 시드 비셔스 아저씨도 그날의 비 그친 오후에 커피를 마시러 갔었더라면 좋았겠다 생각한다.  나는 <말라노체>의 월터가 새벽의 상점일을 끝내고 허름한 아파트로 돌아와서 마시던 커피도 <드럭스토어 카우보이>의 약물 재활중인 밥이 집으로 돌아와 고독속에서 들이키던 커피도 기억이 난다.  어떤 방식이로든 어떤 모습의 삶이었든 그냥 주어진 그날을 살아가는 사람들.  커피는 오히려 이미 어떤식으로든 깨어있는 자들을 위한것인지도 모른다.  무엇을 잊기 위해서 무엇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서 마신다고 하기에 커피는 그다지 극적이지 않다.  커피는 한바탕 쏟아지고 자취를 감추는 스콜이라기보다는 무던하고 은근한 몬순에 가까운 놈인지도 모른다.


 

 


베를린에서 몹시 이성적이고 친절한 스콜을 맞닥뜨린 그날 찾아 간 카페의 이름은 재미있게도 Five Elephants 였다.  게다가 이 다섯 마리 코끼리의 카페는 이전의 베를린 카페들은 가지고 있지 못했던 커다란 가로수들이 줄지어 서있는 매우 조용하고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동네 어른들이 모이는 동네 평상 같은 아늑함.  겹친 다리위에는 책을 쥔 손이 놓여져 있고 더 이상 일상적일수 없다는 표정으로 커피를 들이키던 사람들이 카페 옆으로 난 건물 현관에 열쇠를 꽂으며 집으로 돌아갈 것 같은 그런 느낌.  미테의 북적한 브런치 카페가 주말을 맞이한 이들이 옹기종이 모여 뿜어내는 해방감으로 가득찼었다면 이곳은 오히려 누군가와 함께 보냈던 분주했던 주말을 빠져나와 가까스로 자신만의 한가로운 오전을 만끽하고픈 사람들을 위한 퍽이나 개인적인 공간으로 다가왔다.  야외 테이블의 느낌만으로는 월요일 오전에 가고 싶은 그런 카페이다.  느낌상 디스트릭트 커피와 (http://ashland11.com/605) 비슷하지만 두배 정도는 거리폭이 넓었고 좀 덜 졸렸다.  노이쾰른의 투앤투 라는 카페와 비슷한 면적의 야외 공간이지만 투앤투 카페는 짙은 소음과 먼지를 친구로 가지고 있는 카페라서 이곳과는 또 좀 다르다. 





코끼리 카페의 아프리카 지도.  5개의 지도마다 연도가 표시되어 있어서 시기마다 아프리카의 식민지 지도가 어떻게 바뀌어 갔는지 알려주는 것 같다. 설마 아프리카의 코끼리 분포 지역을 나타내는 지도는 아닐 것이다. 커피 재배지를 나타내는 지도였을까? 그런것 같지도 않다. 근데 커피와 코끼리는 의외로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커피와 기린, 커피와 톰슨가젤보다는 커피와 코끼리의 조합이 좀 더 그럴 듯해 보이는 것 같다. 코끼리는 코로 커피잔을 쥘 수 있을 것도 같다. 





여기도 지도가 있었네.  저런 물병 속은 어떻게 씻는걸까. 달걀 껍질을 넣어서? 어차피 깨끗한 물만 담기고 항상 부어서 마시는데 안 씻어도 된다고 하려나?   아프리카와 코끼리 그리고 커피. 이 지점에서 생각나는 한 편의 영화 <그린 카드>. (http://ashland11.com/117옥상의 멋진 온실이 딸린 아파트를 갖고 싶은 브론테.  아파트 주거자들이 규정한 구입 조건때문에 미국 시민권을 얻으려는 프랑스인 조지와 서류상의 부부가 된다.  온실이 딸린 아파트가 가지고 싶어서 처음 보는 남자와 결혼을 하는 것이다. 여러모로 굉장히 달랐던 두 사람. 브론테는 식물 기르기가 취미인 환경 운동가이다. 새모이(조지의 표현) 뮈즐리 같은 것 만 먹고 커피도 디카페인 커피만 마신다. 조지는 거침없다. 그는 모카 포트를 들고 다니고 자유분방하고 거침없고 즉흥적이지만 까탈스럽고 이성적인 브론테에 비해 정적이고 따뜻하다.  그들은 서류상의 부부가 된 후 헤어져 따로 떨어져 살지만 이민국의 심사 때문에 얼마간 함께 지내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 간다. 그들의 집에 방문한 이민국 직원이 두 분은 어떻게 만나셨어요 라고 물었을 때. 그들은 '아프리카' 라고 대답한다,  '조지는 코끼리도 잡았어요'  물론 그들은 아프리카는 커녕 함께 비행기를 타 본 적도 없다. 그들이 위장 결혼 브로커를 사이에 두고 처음으로 만났던 장소가 아프리카 라는 이름의 카페였던 것이다.   





얼마전에 쓴 '누군가의 커피' (http://ashland11.com/635) 에서 묘사한 비오는 날의 테이블 의자의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공교롭게도 베를린과 빌니우스의 카페 테이블이 똑같구나.  이케아 테이블이다.  유럽의 어딜가도 이케아 물 컵. 이케아 전등갓. 이케아에 자체 브랜드 커피도 있었던가? 북유럽의 기후는 정말 커피를 부르는 기후인데 오히려 커피는 계절 구분이 극명한 지역에서 더 열심히 마시는것 같다.  하긴 북유럽의 기후에서는 왠지 밖으로 나가 카페에 가기 보다는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 더 포근한 느낌이다. 집에서 이케아 가구에 둘러싸여서 털 양말 신고 담요 속에 들어가 무한 필터 커피 마시기. 이케아 패밀리 카드 들고가면 커피는 그냥 마실 수 있었는데. 이케아의 음식은 별로 맛이 없지만 케익이나 머핀은 무료 커피와 마시기에 내 입에는 나름 훌륭했던 기억이 난다. 





근데 이 코끼리 카페는 원래 카페를 하려던게 아니라 케익 가게를 하려던 거였다고. 그래서 여기 치즈 케익이 그렇게 맛있다는데 보통은 그런거 원래 잘 모르고 가니깐 놓치고 오게 된다. 그리고 다음에 또 오라는 계시라며 합리화 한다.  하지만 알고가도 정말 땡기지 않으면 또 안 먹고 오게 된다. 그럴 때엔 또 다음에 와서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것이다.  심지어 열심히 찾아 간 카페에서 맥주만 마시고 오기도 하는 법이니깐. 하지만 그 치즈 케이크를 먹지 않았음에도 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나는 아마 이 야외 공간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비가 한 차례 내렸으니 더 이상 내리지 않고 점점 개어 가고 있다는 느낌의 날씨도 그날을 기분좋게 했다. 프리드리히 샤인의 넉넉한 녹음과 탁 트인 거리가 이 동네의 다른 카페들을 궁금하게 하기도 했다.





이날은 에스프레소와 레모네이드 한 잔을 마셨다. 이곳도 자체 로스터리가 있고 미테에 다른 지점이 하나 더 있다. 미테의 코끼리 카페는 왠지 좀 다를 것 같다. 그곳에도 아프리카 지도가 걸려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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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7.10.05 05:32 [ ADDR : EDIT/ DEL : REPLY ]

Cafe2017.09.05 08:00




지나고 나면 그리워질 만한 것들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그날 저녁 무렵에 아침에 마셨던 그 커피를 그리워하게 될거라 짐작하는것은 그날 저녁이 되어 다음날 아침에 마실 커피를 그리워 하는것과는 좀 다른것이다. 내일 마실 커피는 기다리면 된다.  오늘 아침에 마시고 있는 '그' 커피는 곧 세상에서 단 한잔이 되어버릴 커피이다. 그것은 내일이 되면 없는것이다.  그리움은 엄연히 과거를 향한 감정이기에. '네가 그리워질거야' 라고 말하는것은 그 과거에 대한 감정이 현재에도 미래에도 지속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기에. 그것에 관련된 모든 시간을 그 영역안에 가둬버리는것이다. 그리워질 것들에 대한 생각들은 그렇게 그들과의 현재를 더 밀도있는 시간으로 만든다. 커피를 마시는 순간들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한 잔의 커피는 그런 의미이다. 그 커피의 산도와 밀도와 온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것은 오히려 통속적이다. 나쁜 커피와 좋은 커피는 오히려 이론적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그 모든 부서질만치의 가벼움을 안고 묵직한 커피잔을 들어 올리는것.  커피에 대한 기억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것, 그리워질 것들과 지나온 시간에 대해 최대한 사려깊고 예절 바르고 싶은 마음인것이다. 미테의 아이스크림 가게들이 유난히 어린 아이들로 붐비던 어느 날,  오늘이 지나면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닐 그 카페인들을 만나기 위해 또 다시 이 카페 저 카페를 기웃거렸다.  그리고 어느새 정맥으로 통하는 톨게이트 앞에서 대기중인 분출 직전의 카페인을 만나는것이다.  디스트릭트 커피 (http://ashland11.com/605) 에 가기 직전에 들렀던 Barn 카페.  자체 로스터리를 가지고 있고 Cafe Kranzler 라는 플래그쉽 스토어도 운영하고 있다. 아쉽게도 그 카페에는 가보지 못했다. 베를린에서 맛있었던 커피 세잔을 꼽으라면 아마 이 카페의 에스프레소도 포함 될 것이다.  조금 넓었어도 나쁘지 않았겠다 싶은 좁은 장소들에 매력을 느끼는것도 같다.  이런 형태의 검은 커피잔을 많이 봤지만 이 잔은 특히나 더 둥그스름하고 두꺼웠다. 겨울의 커피에 좀 더 어울리는 모습이다. 게다가 이 날은 몹시 더웠어서 커피잔이 커피를 이중삼중으로 악착같이 물고 있다 느껴질 정도였다.  잔이 점점 좁아져서 안그래도 얼마 안 담겨있는 커피가 사라질것도 같았다. 붐비는 틈속에서 신속하게 추출된 커피는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속에서의 커피들보다 1.3배는 더 뜨겁게 느껴진다. 쉴틈없이 움직이는 기계의 열기도 커피를 기다리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마찰에서 비롯되는 온기도 고스란히 품어버리는 어떤 절대적인 온도. 그러니 식을틈을 주지않고 마시게 되고 그렇게 마신 커피는 당연히 맛있다.  



이 카페에서 추가샷은 그냥 싱글샷과 똑같이 2유로였다.  생각해보니 모두가 똑같은 싱글샷이고 엑스트라 샷이 냉면 사리도 아니고 짜장면 곱배기 인것도 아니니 가격이 같은것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다.  추가샷을 싱글 에스프레소 보다 더 싸게  파는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왜 싸게 파는지 오히려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추가샷이 웨이트리스가 필립스 커피 메이커를 들고 다니며 나른하게 리필하는 커피도 아닌데 말이다. 이밖에도 메뉴에는 보통의 카페에 있는 에스프레소 마끼아또가 없는 대신 코르타도가 있었다.  에스프레소와 우유의 거의 동등한 비율로 만들어지는 이 두 커피중에서도 코르타도가 뭔가 좀 더 진하고 걸쭉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어감 때문이기도 할꺼고 마끼아토가 워낙에 카라멜이라는 단어가 자주 붙어 다녀서 여러모로 그냥 달콤한 커피 느낌이 많이 들어서일거다. 이 카페의 메뉴는 유분도 수분도 최대한 절제하고자 하는 인상을 주었다. 싱글샷과 더블샷을 베이스로 하는 두 종류의 라떼 가격이 표기되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커피가 너무 맛있는 나머지 라떼와 같은 우유 홍수 속에서도 제발 우리 커피 맛을 조금만 더 느껴주지 않겠니 하는 심정에서 아예 더블샷 라떼를 메뉴에 추가해 놓은거다.  '가능하면 더 진하게, 더 커피 본연의 느낌'으로의 모토가 느껴진다.  그것은 아마도 자신들이 직접 고르고 정성들여 볶고 심혈을 기울여 추출하는 커피 그 자체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일거다.  콩이 좋지 않다면 커피가 맛있지 않다면 우유와 시럽과 각종 비주얼 담당들을 소환하여 최대한 요란스러운 커피를 만들려 노력할것이다.  어쨌든 이런식으로 카페 메뉴에 변화를 주는 곳들이 좋다. 아주 미미한 차이 같아 보이지만 어떤 원칙과 철학이 있는것인지 짐작이라도 해보게 하는것이다. 



그리고 이 설탕. 카페 더블아이 (http://ashland11.com/603) 에도 있던 설탕.  보난자 카페에도 이 설탕이었나?  시나몬 냄새가 날 것 같은, 일군의 트뤼플 초콜렛이 앞구르기를 하며 지나갈 것 같은 코코아 파우더 같은 느낌,   이 설탕은 원래는 알갱이인 설탕을 곱게 갈아서 이렇게 된것일까 아니면 그냥 원래 이런 모습의 설탕인걸까. 설탕 용기도 왠지 먹을 수 있는 석기시대 초콜릿처럼 생겼다. 이 카페의 우유가 이미 달짝찌근하기 때문에 설탕을 넣기 전에 커피를 반드시 미리 마셔보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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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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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를린 커피에 대한 글들이 참 좋아요 읽고 있으면 커피를 마시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 향이 느껴지는 기분이에요 혀끝에 씁쓸한 맛이 도는 것 같고요 정말 아무래도 저희 프로젝트 가동시켜야겠어요 ㅋ 커피랑 홍차 카페 투어!!!!

    2017.09.06 21: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Cafe2017.08.26 08:04




 베를린의 카페씬은 미테와 크로이츠버그 두 동네가 양분한 상태에서 그 주변 동네들이 모두 동시다발적으로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노이쾰른이든 프리드리히샨이든 어딜 가든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좋은 카페들이 점점이 퍼져나가고 있는것이다.  한편으로는 베를린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이제 막 새싹처럼 돋아나고 있는 빌니우스의 카페들에 더 많은 애정을 쏟고싶다는 생각도 하게 한다.  그리고 쉐네버그의 더블아이 (http://ashland.tistory.com/603)는 오히려 베를린 카페씬의 성역으로 다가온다. 꼭 커피맛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카페들이 조금씩 닮은 구석을 공유하는 동시에 차별화하면서 하나의 카페씬을 형성하고 있다면 이곳은 그냥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다른 동네 카페 이야기를 하려는 마당에 또 더블 아이 이야기를 꺼내다니 난 그냥 그 카페를 좋아하고 싶어하는것도 같다.  뭔가를 좋아하려는 순간엔 갖은 이유를 끌어와서 될 수 있는 한 가장 매력적인 모습으로 포장해서 간직하고 싶은것이다. 미테는 그 동네 카페들의 커피만 다 마셔본다고 치고 하루에 세네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해도 3일정도는 가봐야 하는 동네 같다. 굳이 커피를 마시지 않더라도 끼니를 떼우기에도 무리 없는 카페들이 많다. 물론 그 산더미 같은 카페들중 대다수는 다음을 기약하며 남겨두고 왔다. 미테의  이 디스트릭트 커피와 반 Barn  이라는 카페가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같은 날 연달아 방문했다.  돌아와서 구글지도를 열어보니 다른 날 다른 지점에서 방문했던 카페들이 교묘하게 이 두 카페를 밑변으로 다양한 삼각형과 사각형을 그리고 있었다. 이날은 너무나 더웠다. 특히나 붐비는 반 Barn 카페의 좁다란 의자에 앉아 직사광선과 함께 커피를 들이키고 나니 온몸에 힘이 빠졌다. 디스트릭트 카페로 이어지는 길의 작은 공원 벤치에 누워서 나무 구경을 하며 한 숨을 돌리고  이 카페로 이동했다. 이곳은 한적한 주택가의 넓은 보도블럭위에 편안하고 넉넉한 야외 테이블을 갖춘 카페였다.  한시간 가량 앉아있다 갈 생각으로 보리와 콩, 부라타가 들어간 샐러드 한 접시를 함께 먹기위해 주문했다. 주문을 받으러 온 스무살 가량 되어보이는 여자는 알 파치노가 나오는 칼리토의 바 종업원 스테피를 닮았었다.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에 깡마르고 숱이 많은 곱슬 머리. 우리 주문을 정성스레 적어갔지만 우리보다 늦게 주문을 받은 옆 테이블에서 산더미 같은 팬케이크가 독일인 여자 셋의 포크로 조각나는 동안 우리의 샐러드 한 접시는 나오지 않았다. 주문이 들어갔냐고 묻자 아 확인해볼게요 하고 다시 들어가던 소녀는 곧 이어 샐러드 곧 나올거에요 라는 말을 내뱉으며 유유히 퇴근했다. 그리고 조금 지나지 않아 우리의 샐러드가 도착했다.  이 카페에서는 레모네이드와 에스프레소를 마셨는데 커피는 그다지 큰 인상을 남기지 않았다. 오히려 지하로 내려가서 음료수 상자를 옮기고 있던 직원을 지나쳐서 들어가야 했던 화장실과 가방을 매고 퇴근하던 예쁜 언니가 더 기억에 남았다. 내부 인테리어도 그렇고 손님들의 모습도 그렇고 뻔지르르했는데 조금의 유머도 드라마도 가지고 있지 않던 화장실이 더 기억이 나다니 그렇다고 커피가 맛이 없던것도 아닌데. 하지만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서 먹지 않은 유명하다는 팬케이크를 먹으러 다음에 한번 더 갈것이다. 그때는 커피가 화장실을 이겼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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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페 시리즈 넘나 좋아요 전 정작 베를린에선 제대로 된 카페를 거의 못가봐서 아쉬워요ㅠㅠ 둘이 패키지로 영원한휴가님은 카페투어 전 찻집투어를 해서 두권짜리 쌍둥이책 내면 좋겠어요 ㅋㅋㅋ

    2017.08.26 13: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생각만해도 기분좋네요..쌍둥이책. 그 책들이 화수분이 되어 띵가띵가 차와 커피만 마시러 다닐 수 있다면..으아아아. 화수분이 뭐야. 그냥 그런 책이 있기만해도 너무 좋을것 같아요.ㅋㅋ

      2017.08.27 05:16 신고 [ ADDR : EDIT/ DEL ]
    • 아니면 같이 한 도시의 카페들을 쭈루룩 정복해나가면서 에스프레소랑 홍차, 케익 두가지씩을 다 먹어보고 한 챕터에 커피, 홍차, 케익 삼위일체를 쓰는 것이죠~ 우왕 우리 이거 나중에 하면 좋겠어요 ㅎㅎㅎㅎㅎ

      2017.08.27 22:16 신고 [ ADDR : EDIT/ DEL ]
    • 정말 좋을것 같아요. 우와. ㅋㅋ 아..
      생각해보니 드레스덴에서도 그 삼위일체를 다 경험했네요. 바보처럼 화장실값으로 50센트 털렸던 ...

      2017.08.28 07:18 신고 [ ADDR : EDIT/ DEL ]
    • 앗 잊고 있었던 그 화장실 어택 ㅋㅋㅋㅋㅋ

      2017.08.28 22:41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