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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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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티야나, 당신의 스카프를 조심하세요 (1994) 독서에 침대용책과 화장실용 책이 있는 것처럼 영화에도 프로젝터용 영화와 식사용 영화가 있다... 어떤 영화를 식사용 영화로 분류하는 것은 어쩌면 내가 한 영화에 던지는 최대의 찬사이자 가장 진솔한 우정의 표시 같은 게 아니려나. 짐 자무쉬, 아키 카우리스마키, 홍상수, 오즈 야스지로,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렇고 그 외에도 무수한 영화들이 있다. 식사용 영화 클럽에 들어오는 기준은 사실 간단한 듯 간단치 않다. 또 봐도 재밌다는 게 소름 끼칠 만큼 여러 번 본 영화여야 함은 말할 것도 없고. 플롯이 단순하고 대사가 적고 흑백이면 더 좋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흥미진진해선 안되며 주인공들의 은근한 속웃음과 수줍은 좌절감 같은 게 느껴져야 한다. 그리고 밥을..
Virgin mountain (2015) 핑크색으로 쓰인 영화 제목이 전체적으로 차갑고 엄격한 포스터 분위기와 대조를 이루며 눈에 확 들어왔다. 난 이 포스터를 보고 이 영화가 무슨 현대판 무소르그스키 전기 영화쯤 되려나 생각했다. 레핀이 그린 빨간 코 무소르그스키와 너무 닮지 않았는가. 비록 남자는 술 대신 우유를 들고 비교적 말끔한 차림새에 또렷한 눈빛을 하고 있지만 왠지 무소르그스키의 인생 말미가 떠올라서 서글퍼졌다. 제발 우유를 든 이 남자의 삶은 순탄하기를 바랐다. 이 영화는 공항의 수화물 파트에서 일하는 남자에 관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헤비메탈을 즐겨 듣고 금요일마다 태국 식당에 가서 팟타이를 먹고 전쟁 장면을 재연하는 미니어처들을 섬세하게 손질하며 여가를 보내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우유에 시리얼 말아먹기를 좋아하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