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 생활 (51) 썸네일형 리스트형 레몬타르트, 타협의 정점 맛없는 커피를 만났을때에도 타협의 여지를 주는것들이 있다. 묽고 쓴 맛없는 커피가 변명하지 않고 저자세를 취할때. 병에 담긴 물이 침묵할때. 무심하게 흩뿌려졌지만 언제나 배려에 여념이 없는 피스타치오와 함께 기대하지 않았던 레몬 타르트가 협상 테이블위의 날렵한 분쟁 해결사가 되어주는 순간. Vilnius 37_추억의 공통분모 버스를 타고 좀 멀리 다른 동네에 가면 구시가지에서는 볼 수 없는 많은 재밌는 풍경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아마도 가까운 시일내에 자취를 감춰버릴것을 알기에 정겨운, 투박하고도 다채로운 중구난방의 풍경들이다. 조금은 다른 추억이겠지만 나의 어릴적 기억도 어떤 공통분모를 지니고 그 풍경속으로 녹아들어감을 느낀다. 성냥갑처럼 쭉 줄지어 서있는 키오스크들은 단연 그 시시콜콜함의 결정체이다 . 유리창 너머로 진열되어있는 잡동사니들을 소리죽여 구경하다보면 상점속의 점원이 삐걱거리며 미닫이 창문을 연다. 절대 살것같은 몸짓 보이지 않으며 설렁설렁 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거 예쁘다, 이것도 귀엽다며 촐싹거린 손가락질을 알아차린것이다. 노랑색 스쿨버스를 살까 한참 고민했지만 관두고 미안해져서 회오리바 하나 사먹고 .. Vilnius 36_대성당 광장의 비누방울 아마도 저 배낭은 저 청년의 것이었을거다. 여행지에서 자유를 논한다는것이 파손주의 스티커가 붙은 짐상자를 던지는 피곤한 일꾼을 마주하는 무력함과 별다르지 않다는것을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난 비누 방울을 불겠어. 나의 백팩만이라도 미혹의 어깨에서 잠시 내려놔주자. 비가 내리고 축축했던 어떤 날 대성당 광장 바닥은 그의 품을 떠난 비누방울들로 미끌미끌해졌다. 기분좋은 풍경이었지만 불어오는 바람에 가속도를 달고 날아가는 그것들을 잡겠다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움직임은 사뭇 위태로워 보였다. 그리고 너무 쉽게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강풍에도 살아남아 가장 높이 떠오르는 놈들을 위로위로 응시하는 나의 얼굴로도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자유와 속박. 오히려 지속가능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몸부림에서 조금이라도 해.. Vilnius 35_파란하늘 나에게는 잿빛이 항상 이기지만. 빌니우스 카페_Holy Donut 새로 생긴 도넛 가게에 갔다. 카페든 식당이든 상호와는 다른 재미있는 법인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항상 영수증을 유심히 본다. 영수증의 가게 로고 바로 아래 적여 있는 UAB 'Gero vėjo" 가 법인 이름인데. '좋은 바람' 이라는 뜻이다. 정확히 말하면 Geras vėjas가 '좋은 바람'을 뜻하고 남성명사의 -as 가 -o 로 어미 변형을 해서 '좋은 바람 되세요' 라는 기원의 의미가 되는것이다. '좋은 날씨에 콧바람 잘 쐬고 와' 뭐 그런. Geras vakaras 는 즐거운 저녁, Gero vakaro는 즐거운 저녁 되세요. 의 식이다. Gero vėjo 는 일반적으로 자주 쓰이는 표현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말하는 이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말이다. 예를 들어 .. Vilnius 34_그리고 개를 위한 공간 (Vilnius_2016) 꼭 개여야만 할 필요는 없겠지만. Vilnius 33_모두의 식탁 (Vilnius_2016) 구시가지에 위치한 유일한 재래시장 Halės turgus를 등지고 거리 끝까지 쭉 내려오면 만날 수 있는 작은 공원. 주말이면 골동품 상인들이 저마다의 옛 물건들을 분주히 늘어 놓기 시작하고 근처 교회에서 미사를 마치고 나온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바닥에 고정되어 있는 저 테이블 위에는 체스판이 그려져 있어서 간혹 체스에 열중하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가끔 저곳에서 집에서 싸 간 도시락을 먹곤 했다. 사랑받는 도시가 되기 위한 조건은 여러가지가 있다. 모두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그것이 때로는 나만의 공간이 될때. 시간이 쌓여가면서 그런 나만의 공간이 하나 둘 늘어날때 우리는 어떤 도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가끔 내게는 탐탁치 않은 또 다른.. 리투아니아어 11_내가 좋아하는 단어 '배 Kriaušė' 지난 달에 친한 친구 한명이 부다페스트로 떠났다. 3개월간 임시직으로 일하고 아무 문제 없으면 계속 남게 되는 모양이다. 떠나기 전 날 친구들 전부 모여서 언덕에 앉아 새벽까지 이야기했다. 이 친구와는 평소에도 자질구레하게 이것저것 얘기할것이 참 많았다. 그래서 당분간 못보게 된다 생각하니 섭섭했다. 이 날 친구가 참 마음에 드는 질문을 던졌다. '리투아니아 단어중에 특별히 좋아하는 단어가 있어?' 였다. 리투아니아 생활 8년째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많은 질문을 던져온다. 어떤 경로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춥지는 않은지. 말을 배우는것은 어렵지 않은지가 가장 빈번한 질문이다. 자주 만나지 않는 사람들은 만날때마다 같은 질문을 두번 세번 던지는 경우도 있다. 뻔한 질문이라도 이야기를 하다보면 화제가 번져..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