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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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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1_서울의 맑은 날 서울_2018 몽타주인가. 미세먼지를 당당히 파헤치고 나온 북악산도 10원짜리 동전의 다보탑보다 작아 보이는 광화문도 합성된 조감도 같다. 한 번의 도움닫기로 북악산 기슭까지 튕겨져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저 트램펄린은 또 무엇인지. 무엇보다도 가장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내가 저순간 설문지에 이름을 적고 솜사탕을 먹고 있었다는 것이겠으나.
서울 19_지나가는길 종로에서 집까지. 짧은길이 아닌데 참 많이 걸어다닌 길.
서울 16_동네 분식집 Seoul_2017 집에 가는 길에 떡볶기 집이 있었다. 그런데 이 떡볶기 집은 보통의 그것과는 좀 달랐다. 가게속에 딱히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것도 아니었고 반년간 거의 매일 지나다녔지만 떡볶이를 먹는 사람을 본적이 없는데도 넙적한 팬에는 항상 요리된 떡볶이가 있었고 그 떡볶이라는것도 표면이 거의 바짝말라있고 팬 한구석에는 잘게 썰어진 양배추가 가득했다. 양배추에서 물이 나와서 오래된 떡볶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듯이 양배추는 항상 싱싱해보였다. 지하철역의 철길을 지나와서 집까지 쭉 이어지는 길에서 가장 늦게까지 불이 켜져있는곳도 이곳이었다. 딱 한번 퇴근중인것으로 보이는 남자가 서서 라면을 먹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이 분식집 주인 아주머니는 떡볶이 만드는 일 외에도 항상 분주하셨다. 커피 자판기를..
서울 12_의자와 커피 (Seoul_2017) 한국은 앉아서 쉴 곳으로 충만한 곳이다. 의자와 계단 같은것들은 바쁘게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늘상 기다린다. 그곳은 주민센터 쓰레기 수거 딱지가 붙은 오래된 소파일 수도 있고 햇살이 들어오는 카페 안 안락한 탁자 곁일수도 있고 편의점 앞 플라스틱 의자일수도 동네 할머니들이 모였다가 사라지는 길거리 한복판의 나무 의자일수도있다. 허무하게 동전을 삼켜버릴것 같은 커피 자판기들도 그 곁에 많다. 열에 아홉은 버튼위의 뽀얀 먼지 너머로 빨갛게 불이 들어 온 커피값이 보인다. 열에 아홉은 그렇게 무심하게 커피를 토해낸다. 조금 외진 곳에 투박하게 서있는 자판기를 보면 김기덕의 의 한 장면이 떠올라 그로테스크 해진다. 영화에서 전무송이 한강변의 커피 자판기 속에서 일을 한다. 사람들이 동전을 ..
서울 06_합정 (Seoul_2017) 합정의 어느 골목 끝에 서서 고개를 들었을때 내 눈에 스르륵 다가와 담기던 풍경. 이번에 와서 아직 인사동에 가보지 않았는데 그래서 인사동 들어가는 입구에 있던 그 야구 연습장이 아직 있는지 모르겠다. 여행을 가면 첫째날이든 둘째날이든 조금 높은 곳에 올라가서 대략 가보고 싶은 곳, 걸어가보고 싶은 장소를 손가락으로 여기 그리고 저기 그러면서 찍어 보는 경우가 있다. 건물의 높낮이가 다채롭고 숨어있는 좁은 골목이 많은 서울 같은 곳에서는 굳이 어디에 올라가지 않고 아무곳에나 서있어도 불쑥 불쑥 솟아 있어서 저기 까지 가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끔 하는 곳들이 많다. 그런데 내가 정말 공간 감각이 없는건지 어쩔때엔 저만치쯤 있을거라 생각했던 건물은 이미 지나쳐왔고 생각지도 않았던..
하나 그리고 둘 더블 에스프레소보다 각각의 잔에 담긴 각자의 샷이 더 맛있을때가 있다.
서울 03_오래된 서점 (Seoul_2016) 내가 살던 동네에는 오래된 헌책방이 하나 있다. 오랜만에 갔는데 예상했던대로 여전히 같은 위치에서 같은 모습으로 책방을 지키고 계시는 주인 아주머니. 책에 관해 여쭤보면 겸연쩍게 웃으시며 '아들들이 아는데...' 하시곤 하셨다. 도서 검색이 가능한 컴퓨터가 있다고 해도 이런 동네 헌책방은 불규칙하게 수집된 우연으로 가득한 곳이다. 이곳 어딘가엔 내가 싸들고 와서 무심하게 팔아버린 책들도 있겠지. 책방을 누비다 충동적으로 골라 집은 책 첫 페이지에 책 주인이 고심해서 적어 놓은 글귀를 보니 누가보면 피식 웃어버릴지 모르는 유치한 문구라도 책에 적어 놓는 습관이 있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주인을 찾으면 찾는대로 아직 책방에 남아있다면 그런대로 자신에게 적혀진 글귀에 담긴..
서울 01_벽속의 여인 (Seoul_2011) 고향인 서울에 가는것도 나에게는 이제 여행이다. 먼 미래의 계획을 세우고 있진 않지만 언젠가 돌아가서 정착 한다고 해도 여행자로서의 그 느낌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지금의 내 삶도 생활에 깊게 천착된 치열한 삶은 아니다. 주어진 일은 열심히 정직하게 해야 하겠지만 전체적인 내 삶은 결과에 크게 개의치 않는 대충 사는 듯 헐렁한 삶이었으면 좋겠다. 사진은 살면서 잊고 있던 사사롭고 개인적인 순간을 기억하게 하는 열쇠이지만 모르고 지나쳤던 보편적인 풍경이나 습관을 포착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내가 익숙해진 풍경과 오래전 사진이나 여행속의 풍경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차이는 곧 이질적이고 이국적인 뭔가가 된다. 옛 사진을 보며 두번째 세번째 여행을 한다. 큼직큼직한 돌로 불규칙하게 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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