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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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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동 분식집 지나치며 Seoul_2017  집에 가는 길에 떡볶기 집이 있었다. 그런데 이 떡볶기 집은 보통의 그것과는 좀 달랐다. 가게속에 딱히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것도 아니었고 반년간 거의 매일 지나다녔지만 떡볶이를 먹는 사람을 본적이 없는데도 넙적한 팬에는 항상 요리된 떡볶이가 있었고 그 떡볶이라는것도 표면이 거의 바짝말라있고 팬 한구석에는 잘게 썰어진 양배추가 가득했다.  양배추에서 물이 나와서 오래된 떡볶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듯이 양배추는 항상 싱싱해보였다. 지하철역의 철길을 지나와서 집까지 쭉 이어지는 길에서 가장 늦게까지 불이 켜져있는곳도 이곳이었다. 딱 한번 퇴근중인것으로 보이는 남자가 서서 라면을 먹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이 분식집 주인 아주머니는 떡볶이 만드는 일 외에도 항상 분주하셨다. 커피 자..
합정의 야구연습장 (Seoul_2017)합정의 어느 골목 끝에 서서 고개를 들었을때 내 눈에 스르륵 다가와 담기던 풍경. 이번에 와서 아직 인사동에 가보지 않았는데 그래서 인사동 들어가는 입구에 있던 그 야구 연습장이 아직 있는지 모르겠다. 여행을 가면 첫째날이든 둘째날이든 조금 높은 곳에 올라가서 대략 가보고 싶은 곳, 걸어가보고 싶은 장소를 손가락으로 여기 그리고 저기 그러면서 찍어 보는 경우가 있다. 건물의 높낮이가 다채롭고 숨어있는 좁은 골목이 많은 서울 같은 곳에서는 굳이 어디에 올라가지 않고 아무곳에나 서있어도 불쑥 불쑥 솟아 있어서 저기 까지 가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끔 하는 곳들이 많다. 그런데 내가 정말 공간 감각이 없는건지 어쩔때엔 저만치쯤 있을거라 생각했던 건물은 이미 지나쳐왔고 생각지도 ..
서울의 오래된 서점 (Seoul_2016)내가 살던 동네에는 오래된 헌책방이 하나 있다. 오랜만에 갔는데 예상했던대로 여전히 같은 위치에서 같은 모습으로 책방을 지키고 계시는 주인 아주머니. 책에 관해 여쭤보면 겸연쩍게 웃으시며 '아들들이 아는데...' 하시곤 하셨다. 도서 검색이 가능한 컴퓨터가 있다고 해도 이런 동네 헌책방은 불규칙하게 수집된 우연으로 가득한 곳이다. 이곳 어딘가엔 내가 싸들고 와서 무심하게 팔아버린 책들도 있겠지. 책방을 누비다 충동적으로 골라 집은 책 첫 페이지에 책 주인이 고심해서 적어 놓은 글귀를 보니 누가보면 피식 웃어버릴지 모르는 유치한 문구라도 책에 적어 놓는 습관이 있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주인을 찾으면 찾는대로 아직 책방에 남아있다면 그런대로 자신에게 적혀진 글귀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