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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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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aly 12_루카 Lucca 의 어떤 창문 Luca_2010 지점토 반죽에 조심스레 포크 자국을 내서 창이 날 자리에 정성스레 두르고 날카로운 칼로 가장자리를 잘라내어 뜨거운 태양으로 구워낸것 같다. 한 가득 쏟아지는 태양을 피해 레고 창문 안으로 숨어든 이의 안식이 느껴지는 풍경. 하핫.
Italy 11 코르토나에서 만난 인생 파스타 인생 부대찌개를 마주하고 있자니 인생 파스타가 떠올랐다. 코르토나는 다이앤 레인이 출연한 이라는 영화의 배경이 된 이탈리아의 도시이다. 피렌체를 떠나 의 배경이 되었던 아레쪼에 잠깐 내려 짧은 기차를 타고 도착했던 에트루리아인의 도시. 오랜 걸음으로 도보가 따로 마련되어있지 않은 산악도로를 위험스레 거꾸로 걸어서 닿았던 그곳. 역에서 내려 한참 걸어 올라간 코르토나는 '너는 여행객이다' 라는 명제를 여실히 증명해보이는 풍경들을 품고 있었다. 영화속에서 프랜시스가 잠깐 관광버스에서 내려 자유시간을 만끽하는 코르토나의 느낌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 자체로 좋았다. 9월의 코르토나에서 프랜시스의 눈을 가득 점령하고 지나치던 해바라기 들판은 볼 수 없었지만 골목 어귀의 기념품 가게 문에 붙어 있는 해바라기 모양의..
Italy 09_무위의 미학, Bel far niente (Pisa_2010) 2010년. 상품으로 받은 티켓으로 날아간 이탈리아. 2주간의 단촐한 여행을 끝내고 친구가 살고 있는 밀라노로 돌아왔다. 친구는 항공사와 비행기 시간을 물어봤다. 알고보니 내가 타고 온 항공사가 부도가 났다. 항공사는 스타원 에어라인이라는 리투아니아의 저가 항공사였다. 한두대의 낡은 비행기를 가지고 단 몇군데의 취항도시를 가졌던 이제 막 날개짓하려는 그런 신생 항공사들이 리투아니아에서는 도약조차 하지 못하고 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쉽게도 여전히 리투아니아에는 라트비아의 에어 발틱(Air baltic) 과 같은 건실한 항공사가 없다. 당장 내일 타고 갈 비행기가 없다는것은 참으로 신기한 느낌이었다. 나의 실수로 놓친 비행기라면 아쉬워할 여지라도 있었을것이다. 이집트의 어느 도시에도 ..
Italy 08_ 코르토나, 슈퍼 아저씨의 망중한 (Cortona_2010) 근무중인 아저씨에게 망중한이라니. 좁디 좁았지만 없는게 없었던 학교 앞 문방구처럼 작은 펜틴 샴푸부터 줄줄이 매달린 감자칩, 잘게 썰린 싸구려 하몽까지 없는게 없었던 코르토나의 작은 슈퍼. 우리를 포함한 몇몇의 관광객들은 낯선 도시가 내뿜는 영감을 놓치지 않으려 이리 저리 어깨를 부딪히며 주인없는 상점을 두리번 거렸다. 코르토나의 첫 날, 홍차 한 솥을 끓여 보온병에 담고 동네 산책을 나간 우리에게 필요했던것은 차와 함께 먹을 돌돌말린 케잌이나 달짝지근한 크래커 따위. 왜 아무도 계산을 해주지 않는거지 조급해했던것이 미안해질만큼 맛있게 담배를 피우고는 천천히 돌아오던 그 이탈리아인. 내가 발견한 롤케익만큼 그의 끽연도 달달하고 풍성했기를.
Italy 07_파르미지아나 디 멜란자네 Parmigiana Di Melanzane 2010년,밀라노행 티켓을 상품으로 받고 부랴부랴 떠나게 된 2주간의 이탈리아 여행. 의 코르토나, 의 피렌체와 그의 두오모 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것이 있다면 아마도 비행기에서 내려 생소한 밀라노 시내에서 첫끼로 먹은' 파르미지아나 디 멜란자네' 란 가지요리였다. 에서 틸다 스윈튼이 오르던 밀라노 두오모는 그렇게나 화려했지만 그 장엄함 뒤의 무기력함을 발견해버리면 한없이 초라해졌다. 밀라노의 명품거리는 오히려 희소성을 잃은채 투탕카멘 분장의 거리 예술인에게 사람들의 시선을 몽땅 빼앗긴듯 보였다. 약속이나 한듯 말끔하게 차려입고 베스파를 몰고 다니는 이탈리아인들로 붐비던 밀라노의 점심시간, 넉넉한 체구의 중년의 아저씨가 주문을 받는 테이블 몇개가 고작인 간이 식당에 들어섰다. 식당에 들어서서는 직원과 몇마..
Italy 05_코르토나의 길 Via di cortona 코르토나로 가는 길. La strada per cortona. La strada는 아시다시피 펠리니의 영화 '길'의 원제에서 얍삽 인용하였고 문장을 넣고 검색 해본 결과 코르토나'로' 가기 위한 전치사는 per 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 strada 가 고속도로나 길처럼 특정 방향을 가리켜 삶에 대한 목적의식을 불러일으키며 동적이고 광활한 느낌을 준다면 우리가 두시간여에 걸쳐 밟고 올라온 콘크리트 언덕은 분명 strada 였던것 같다. 그리고 코르토나 입성을 목전에 둔 우리를 초로에 접어든 성당으로, 끈적한 압착 올리브 향으로 가득한 식당으로, 피아자의 벼룩시장으로 인도해 줄 꼬불꼬불한 골목길은 via. 이탈리아어에는 독특한 생동감과 운율이 있고 적당한 강약을 넣어 발음해보면 노래를 부르는것 같다. 제목..
Italy 04_코르토나로 가는 길 La strada per Cortona 이탈리아 여행의 여정을 돌이켜본다. 피사(pisa)와 루카(lucca)까지는 피렌체(firenze)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왔고 피렌체를 떠나 아레쪼(arezzo)와 코르토나를 방문했지만 결국 다시 피렌체로 돌아와 베네치아행 기차를 탔었던듯 하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했다고 하지만 에트루리아인이 기반을 두었던 중부 이탈리아에서 그러니깐 투스카니의 모든길은 피렌체로 통하는듯 했다. 투스카니(tuscany)는 이탈리아어 토스카나(toscana)의 영어명칭이고 피렌체도 영어명칭은 플로렌스(florence)인데 토스카나는 무슨 가죽의류명칭 느낌이 살짝들고 플로렌스는 왠지 프랑스 지명같은데 아마 프로방스때문인가? 영어로 투스카니 발음을 들으면 항상 에서 산드라 오가 외치던 그 '터스까니'가 떠오른다. 다이앤레인이 여행..
<투스카니의 태양 Under the tuscan sun> 오드리 웰스 (2003) 언제나처럼 나는 주제와는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들로 이 기나긴 일기를 시작하려한다. 블로그의 유입로그를 들춰보면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는 날들이 가끔씩 있다. 지난 주말 같은 경우에는 유입 키워드의 대부분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였다. 알고보니 작가 김영하가 공중파 토크쇼에 출연한 것. 전세계 20여개국중 리투아니아어로도 번역된 그의 소설이 있으니 하루키같은 글로벌 작가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농후한 한국의 작가는 정말 김영하일지도 모르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것은 키보드에 손을 올리면 마치 뇌가 손가락 끝에 달린것처럼 글이 술술 써진다는 그의 말이었다. 작가라는 이름으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판타지와 현실로부터 얻은 영감들을 논리적으로 연결해서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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