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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낯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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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apest 02_에스테르곰의 성당 Esztergom_2006 부다페스트에 머무는 동안 반나절 여행으로 다녀왔던 또 다른 도시. 에스테르곰 (Esztergom). 내가 이 도시를 굳이 가려했던 이유는 아마도 단지 명백히 그의 이름 때문이었다. 영화 천국보다 낯선의 여주인공 에바가 부다페스트에서 뉴욕으로 날아온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내가 헝가리에 그리고 부다페스트에 가고 싶어했던 것처럼. 심지어 아마존에서 헝가리어 교재까지 주문해서는 Jo napot kivanok (아침인사) 을 외치며 행복에 젖었던 시간들. 헝가리 이민자로서 뉴욕에 살고 있는 사촌오빠의 집에 느닷없이 찾아와서 정작 그는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는 헝가리어를 눈치없이 내뱉는 에바와 동네 스넥바에서 일하면서 저녁이면 중국 영화를 보러가던 에바는 어린 나에게 커다란 인상을 남겼다..
리투아니아어10_벌 bitė 폰의 스크린샷 기능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사진을 찍어서 어느 순간을 간직하는것과는 또 다른 감성이 있다. 두개의 버튼을 동시에 잘 눌러서 찰칵하고 저장되는 느낌이 참 좋다. 우연히 폰을 봤는데 시계가 자정을 가리켜서 또 꾹 눌렀다. 폰의 초기 화면에 저장된 여인은 의 에바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주인공이기도 하다. 검은 코트를 입고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고 텅 빈 거리를 터벅터벅 걷던 그녀. 내가 그토록 부다페스트를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그녀가 떠나온곳이 부다페스트였기 때문이다. 화면 좌측 상단의 단어 bite(bitė 비떼)는 리투아니아어로 벌이라는 뜻이다. 리투아니아의 주요 이동 통신사이다. 리투아니아에서 여성을 애칭으로 부를때 보통 이름에 -tė 를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E..
<천국보다 낯선> 헝가리안 굴라쉬 내가 정말 잘하고 싶은 요리가 있다면 헝가리안 굴라쉬.단순한 요리 그 이상의 실험 대상이고 남의 나라 음식인데 나의 소울 푸드였으면 좋겠다.인터넷에서 못보던 레시피를 발견할때마다 거의 적용해보는 편인데헝가리에서 일주일을 싸돌아 다녔음에도 굴라쉬를 먹어보지 않은것은 아쉽다.언젠가 헝가리에 다시 가서 굴라쉬를 맛보게 됐을때에 예상되는 결과는 두가지이다.내가 만들어 먹은 수십그릇의 굴라쉬와는 너무나 다른 오리지널 굴라쉬의 신세계에 뒤통수를 맞거나 그냥 마트의 굴라쉬 페이스트를 짜 넣어 만든것 같은 스탠다드한 관광객용 굴라쉬에 실망을 하거나이다.굴라쉬가 왠지 헝가리의 지독히도 평범한 가정식 같아서 식당에선 오히려 제대로 된 굴라쉬는 먹을 수 없을것 같은 노파심.하지만 오리지널이든 스탠다드든 그 기준은 내가 만들..
20131025 의 모든 장면장면이 보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중에서도 마스터피스를 꼽으라면 아마도 이 장면.에바가 'I put a spell on you'의 제이 호킨스 버전을 틀어놓고 갓 도착한 뉴욕의 거리를 걷는 장면이다.액정이 망가진 니콘 4500을 고집스럽게 삼각대위에 고정시키고 찍어서 가져온 비디오테이프 속 장면들은 그렇지 않아도 지독히 아날로그적인 이 영화를 내가 모르는 그 흑백의 시간속에 꽁꽁 묶어두지만크라이테리언 콜렉션 디브이디에서 추출해 이어 붙인 이 연속된 장면들을 보고 있으니마치 전설적 뮤지션의 리마스터링된 옛 명반을 들을때와 동일한 감정을 느낀다.시간이 생길때마다 이 영화의 모든 시퀀스를 이렇게 필름처럼 쭉 연결해봐야겠다. 화면속에서 결코 심하게 요동치지 않는 진열장 속 만화 피규어 같은 주인공들과..
<열혈남아 As tears go by> 왕가위 (1987) 을 보면 뉴욕에 머물던 에바가 숙모가 사는 클리블랜드로 떠나기 위해 짐을 싸는 장면이 있다. 뉴욕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보낸 길지 않은 시간동안 이미 그녀가 익숙해지고 그리워하게 된것들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는데 바로 체스터필드 한 보루를 트렁크에 집어넣으면서 '이 담배, 딴 도시에 가도 있을까?'라고 윌리에게 묻는 장면이다. 낯선 곳으로 떠날때 우리는 늘 우리가 나중에 그리워하게 될 지 모르는것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한다. '갑자기 그 음악이 듣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씨디를 굽고 '그래도 머리맡에 놓고 두고두고 읽을 책 한권쯤은 챙겨야지' 하는 생각에 헌책방을 향하고 적응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계산해보고는 삼분카레 세네봉지를 구겨넣는다. 갑자기 보고싶어졌는데 아무곳에서도 다운을 받을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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