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지우코 장날

(2)
Vilnius 111_3월의 시작 3월의 첫 주말에 열리는 카지우코 장날. 12년 전 첫 장날에 갔을 때만큼의 감흥은 이제 없지만 그래도 습관적으로 집을 나서게 된다. 매년 그릇을 하나 정도 사는 전통이 있었는데 올해는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 말았다. 그럼에도 상징적으로 매번 사서 들고 오는 것들이 있으니. 양귀비 씨앗이 가득 들어간 달콤한 파이 반 덩어리. 버섯 모양의 꿀 과자 몇 개, 하나씩 분질러 먹는 과자 한 꾸러미이다.
Vilnius 86_장터 풍경 매 월 3월 첫째주 금요일에 열리는 카지우코 장날. 11년 전, 첫 장터에서 받은 인상이 참 강렬했다. 특별한 계획없이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들러가는 어떤 여행지에서 1년에 한 번 열리는 아주 큰 행사에 엉겁결에 빨려 들어가서는 뜻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의도한 것 처럼 가슴 속에 큰 의미를 지니게 되는 그런 기분이랄까. 그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올 해도 습관적으로 발길을 옮겼다. 사실 해가 더 할수록 뭔가 규모는 커지지만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이제 별로 재미없다 하고 돌아선다면 좀 쓸쓸한 마음이 들것 같아 최대한 처음 그 기분을 되새김질하며 걷는다. 가끔은 지난 해에 망설이다 결국 사지 않은 것들이 올 해에도 있으면 살까 하고 생각한다. 얇게 잘라 빵에 얹어 먹으면 스르르 녹..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