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에 해당되는 글 39건

  1. 2017.12.23 리투아니아어 45_오늘의 점심 Dienos pietūs (2)
  2. 2017.12.17 Vilnius 63_소년 (3)
  3. 2017.12.16 Vilnius 62_여인 (4)
  4. 2017.12.11 Vilnius 61_모두의 크리스마스 (4)
  5. 2017.11.22 존 레논과 존 레몬 (2)
Lithuanian Language2017.12.23 08:00


'오늘의 런치', '점심 메뉴'. 구시가지를 걷다가도 식당 입간판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단어. 구시가지 입간판에 메뉴와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면 저렴한 점심 메뉴가 있으니 들어오세요 라는 소리일 확률이 높다. 이곳은 신시가지의 뒷골목이었다. 뒷골목이라고 할 수도 없다. 사실 굵직하고 투박한 건물들이 서로 등을 돌리고 서 있는 듯한 이 구역은 그냥 볼 일이 있는 사람들만 끈덕지게 드나들고 아는 사람만 알면 되는 공간들로 가득 채워진 어디가 입구인지 뒷문인지 애매한 매우 배타적인 풍광을 지닌 곳이다. 흡사 영업을 끝낸 식당 아저씨가 한 밤중에 시커먼 쓰레기 봉지를 들고 나와 담배를 꺼내 물 것 같은 풍경속에 매달려있던 오늘의 점심 광고. 무엇을 주는 지를 굳이 알려야 할 필요도 없다. 때가 됐으니 끼니는 거르지 말아야 할 것 아니겠소 라고 말하는 듯한 단도직입적인 문구. 빌니우스의 구시가지는 빌니우스시의 행정구역 중 하나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서 관광지 개념으로 특별히 이름 붙여진 것이 아니라 그냥 빌니우스 시 산하의 구 의 개념이라고 보면된다. 그런 구시가지(Senamiestis) 와 바로 맞닿아 있는 구역이 신시가지 (Naujamiestis) 인데 그 구역도 구시가지에서 전부 도보로 커버가 될만큼 밀착되어 있고 신시가지 자체도 넓지 않다. 신시가지에서는 소련시절에 지어진 4-5층짜리 대단위 주거단지 흐루쇼프카를 구경할 수 있다. 나라가 집과 보드카를 주던 시절. 주변에는 자신들의 돌아가신 할머니들로부터 이들 주택을 물려 받아 새롭게 단장해서 살고 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 오래된 공장 건물들도 많다. 그런 건물들의 경우 천장 높이가 5미터가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2010년 정도부터 Loftas (Loft) 붐이 불어서 활동적인 젊은 예술가들이 새롭게 탈바꿈 시켜 창작 공간이나 공연 시설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건설업자들도 그 유행에 편승해서 재단장시켜 비싼 값에 팔기 시작했지만 그런 경우 이미 로프트 특유의 탁 트인 공간의 자유분방한 느낌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천장이 높은 만큼 어느정도 평수가 확보가 되어야 좀 그 느낌이 살텐데 작은 면적으로 이렇게 자르고 저렇게 자르니 천장만 높아진 좁은 방의 형태가 되고 이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곳의 분위기 자체가 마냥 밝고 건전하진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잘 안팔린다. 그럼에도 이 구역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도 하고 접근성이 좋아서 직원들을 많이 수용해야 하는 기업들이나 저렴한 비지니스 호텔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시내버스를 타면 10분만에 국제 공항에 도착할 수 있는 신시가지이다. 삭막하고 때로는 음습하고 퀴퀴하기까지한 이 구역의 건물들 사이를 염탐하는 것은 겹겹의 지붕을 누른채 여기 저기 솟아 있는 성당 첨탑을 이정표로 삼아 구시가지를 배회하는 것 만큼의 재미가 있다. 구시가지가 구불구불한 길로 우리를 휘감아 은은한 파스텔톤 메타포를 유도해내는 곳이라면 이곳은 코를 킁킁거리면 놋물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 같은, 건물을 타고 치솟는 환기구를 허파로 장착한 무채색의 언어가 지배하는 공간이다. 구시가지가 결벽에 가까운 현악 4중주를 연주하려는 곳이라면 이곳은 오래된 타악기 연주가 악보 없이 진행되는 곳이다. 신기하게도 결국 나를 좀 더 동하고 두리번거리게 하는 것들은 이런 풍경들이다. 물론 구시가지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언덕 위의 집을 마다하겠냐마는.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7.12.17 08:00


날씨가 추워져서 놀이터에 조차 인기척이 없다. 어린이용 놀이기구 근처에 설치된 운동 기구들에서 담배를 물고 장난치는 다 자란 청소년들이 간혹 보인다. 내리고 녹는 눈으로 축축해진 모래상자의 모래들은 몽글몽글해진 흑설탕처럼 장난감 채로도 좀체 잘 걸러지지 않고 한여름의 무성함으로 그늘을 만들어 내던 나무들은 휴가를 떠났다. 구름은 그들의 사나운 발톱 위로 무서운줄도 모르고 내려 앉는다.  적적하고 을씨년하고 쾡한 느낌이 흥건한 놀이터에서 30분이 넘게 한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며 그네를 타던 소년. 왼발에 깁스를 했는지 투명 비닐봉지로 발을 감은채 너무나 동감할 수 있을 것 같은 표정으로 끊임없이 그네를 움직였다. 땅이 얼고 미끄러워지기 전에 깁스를 풀게 되기를. 그 순간 헝가리에서 만났던 또 다른 소년이 머리에 떠올랐다. 지금쯤 그는 그네 위의 소년 정도의 나이가 되었겠지. 






'Vilnius Chronic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Vilnius 66_어떤 건물  (2) 2018.02.21
Vilnius 65_어떤 석양  (2) 2018.01.16
Vilnius 64_겨울 휴가  (4) 2017.12.29
Vilnius 63_소년  (3) 2017.12.17
Vilnius 62_여인  (4) 2017.12.16
Vilnius 61_모두의 크리스마스  (4) 2017.12.11
Vilnius 60_나의 아름다운 놀이터  (3) 2017.11.21
Vilnius 59_주인있는 신발  (2) 2017.11.14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7.12.16 08:00


이곳에 오면 늘 그녀가 '오느라 수고했어' 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Vilnius Chronic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Vilnius 65_어떤 석양  (2) 2018.01.16
Vilnius 64_겨울 휴가  (4) 2017.12.29
Vilnius 63_소년  (3) 2017.12.17
Vilnius 62_여인  (4) 2017.12.16
Vilnius 61_모두의 크리스마스  (4) 2017.12.11
Vilnius 60_나의 아름다운 놀이터  (3) 2017.11.21
Vilnius 59_주인있는 신발  (2) 2017.11.14
Vilnius 58_맑아진 10월  (2) 2017.10.20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7.12.11 08:00


Vilnius_2017


모두의 겨울, 모두의 크리스마스










'Vilnius Chronic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Vilnius 64_겨울 휴가  (4) 2017.12.29
Vilnius 63_소년  (3) 2017.12.17
Vilnius 62_여인  (4) 2017.12.16
Vilnius 61_모두의 크리스마스  (4) 2017.12.11
Vilnius 60_나의 아름다운 놀이터  (3) 2017.11.21
Vilnius 59_주인있는 신발  (2) 2017.11.14
Vilnius 58_맑아진 10월  (2) 2017.10.20
Vilnius 57_햇살은 신상  (4) 2017.10.19
Posted by 영원한 휴가
Daily 2017.11.22 08:00


 

음료수 회사로부터 날아 온 편지 한 통.  독일 음료수 Fritz cola 를 판매하는 회사인데 음료수 명칭 변경에 관한 공식 메일을 보내왔다.  프리츠 콜라 라인 말고 폴란드 음료수 회사의 John Lemon 이라는 음료수도 대행 판매 하는데 그  레모네이드 명칭을 변경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이런 이름을 어떻게 쓸 수 있었지 항상 생각하게 했던 이 음료. 누가봐도 존 레논을 떠올리게 하는 이 음료수 이름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왜? 미망인 요코 오노의 판매 중단 조치로.  회사측은 소송에 패한것도 아니다. 소송은 하지도 않았다. 거대 법률 회사와의 소송 요금을 부담할 수도 없을뿐더러 소송 과정의 정신적 소모를 피하기 위해 그냥 On Lemon 으로 바꾸기로 했단다. 미리 찍어 놓은 라벨값보다 소송 비용이 더 컸을 것이 분명하겠지만 우선 이길 확률이 없는 것이다.  



이 음료수 이름이 적힌 파라솔이며 의자들이 여름이면 빌니우스에는 넘쳐 난다.  의자에 씌워진 천에 프린트된 음료수 병이 반사된 저 안경을 보면서 안경 쓴 존 레논을 떠올리기도 어렵지 않다. 음료수 이름은 그렇다치고 레전드를 각양각색으로 소모하던 마케팅도 전부 싹 다 바꾸는 걸까. 이들은 10월말까지 이미 생산된 존 레몬은 물론 사업에 관련된 주식도 전부 팔아치워야 했다. 불쌍. 하지만 너무나 뻔한 결말. 



지난 여름에 갔던 이곳은 Take eat easy 라는 이름의 작은 식당으로 Pylimo 거리에 위치해 있다. 재래시장에서 가깝고 특히 빌니우스 구시가지에 일부 남아 있는 빌니우스 방어벽에서 언젠가 극장으로 사용되던 건물에 들어서있다.  이날은 커피 한 잔만 마셨다. 햇살을 아주 잘 받아내는 위치, 저 의자들을 볼때마다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 의 한 장면이 떠올라서 웃었더랬다. 





저 모퉁이를 돌면 소파감자가 될 수 있는 Caif cafe 가 나온다. (http://ashland11.com/659)





여기에 앉아 있으면 중앙역에서 출발해서 빌니우스 곳곳으로 달려 나가는 많은 트롤리버스와 버스들을 구경할 수 있다. 







'Da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초콜릿  (2) 2018.04.26
존 레논과 존 레몬  (2) 2017.11.22
어떤 화장실  (0) 2017.11.20
Heteropoda davidbowie  (1) 2017.10.16
완전무결  (7) 2017.08.12
롱샹으로  (2) 2017.07.11
쓸데없는짓  (4) 2017.07.10
토마토를 자르다가  (3) 2017.05.17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