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에 해당되는 글 51건

  1. 2018.01.16 Vilnius 65_어떤 석양 (2)
  2. 2017.12.29 Vilnius 64_겨울 휴가 (4)
  3. 2017.12.23 리투아니아어 45_오늘의 점심 Dienos pietūs (2)
  4. 2017.12.17 Vilnius 63_소년 (3)
  5. 2017.12.16 Vilnius 62_여인 (4)
Vilnius Chronicle2018.01.16 08:00


왜 더 사랑해주지 않아 라고 말하는 순간 덜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더 사랑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면 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한없이 부족해진다. 어느 도시에 관한 애착과 사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즈음에 이렇게 아슬아슬 황급하게 사라져가는 석양이 어느 건물의 어느 모서리쯤에 걸쳐져 있을 것을 알고 그 고인 따스함을 마주하러 일부러 그 골목길로 들어설 수 있을만큼 다 알고 싶은 것, 빗물이 흥건하게 채워지는 거리를 걸어나갈때 속도를 늦추지 않는 무심한 자동차가 내 곁으로 다가오기 전에 미리 조금 비껴 설 수 있을 만큼 발바닥 아래 콘크리트의 굴곡을 기억하는 것, 여기서 멈춰 뒤돌아섰을때 손가락 한마디 정도만 고개를 내민 성당의 종탑이 내 눈에 들어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가슴 속에 차오르는 무언가, 항상 그 자리 그 빗 물 고인 웅덩이에 잠겨 침묵하는 건물의 능선을 일부러 발을 뻗어 건드려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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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7.12.29 08:00


토요일이었던 2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크리스마스 명절. 공식적으로는 24,25,26일이 크리스마스 휴일이지만 보통 새해까지 이어서 겨울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운송회사도 다른 유럽나라의 거래처도 다 긴 휴가에 들어서서 가까스로 물건을 싣어 오느라 지난 한 주일은 꽤나 긴장상태였다. 그래서 평일이었던 오늘 조차 도로가 한산했다.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의 횡단보도 앞 중고 옷가게에 종이 한 장이 붙었다. 이 종이는 크리스마스 훨씬 이전의 14일경에 이미 붙어 있었다. 'Dirbsiu nuo 2018 01 08'  '나는 1월 8일부터 일할겁니다.' 라는 뜻. '일할겁니다' 동사는 명백히 1인칭 단수였다. 보통 이런 경우 1인칭 복수 동사 (Dirbsime) 를 써서 '우리는 언제부터 일합니다. 언제까지 휴가입니다' 로 쓰는데 1인칭 단수를 쓴것은 점원이 주인이거나 항상 혼자 일하는 점원이 휴가에서 돌아와 알아서 종이를 떼고 다시 일을 시작하거나 아니면 옷가게 자신이 일한다고 했거나.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빌니우스에 돌아와보니 정작 눈은 다 녹아있었다. 보통 거리에서 잔디위로 비켜난 눈은 조금 남아있게 마련인데 마치 겨울들어 단 한번도 눈이 내리지 않은 양 깡그리 다 녹아버렸다. 아직 10일이나 남은 누군가의 휴가. 휴가에서 돌아올즈음엔 밟히지 않은 예쁜 눈이 다시금 소복히 쌓여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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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n Language2017.12.23 08:00


'오늘의 런치', '점심 메뉴'. 구시가지를 걷다가도 식당 입간판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단어. 구시가지 입간판에 메뉴와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면 저렴한 점심 메뉴가 있으니 들어오세요 라는 소리일 확률이 높다. 이곳은 신시가지의 뒷골목이었다. 뒷골목이라고 할 수도 없다. 사실 굵직하고 투박한 건물들이 서로 등을 돌리고 서 있는 듯한 이 구역은 그냥 볼 일이 있는 사람들만 끈덕지게 드나들고 아는 사람만 알면 되는 공간들로 가득 채워진 어디가 입구인지 뒷문인지 애매한 매우 배타적인 풍광을 지닌 곳이다. 흡사 영업을 끝낸 식당 아저씨가 한 밤중에 시커먼 쓰레기 봉지를 들고 나와 담배를 꺼내 물 것 같은 풍경속에 매달려있던 오늘의 점심 광고. 무엇을 주는 지를 굳이 알려야 할 필요도 없다. 때가 됐으니 끼니는 거르지 말아야 할 것 아니겠소 라고 말하는 듯한 단도직입적인 문구. 빌니우스의 구시가지는 빌니우스시의 행정구역 중 하나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서 관광지 개념으로 특별히 이름 붙여진 것이 아니라 그냥 빌니우스 시 산하의 구 의 개념이라고 보면된다. 그런 구시가지(Senamiestis) 와 바로 맞닿아 있는 구역이 신시가지 (Naujamiestis) 인데 그 구역도 구시가지에서 전부 도보로 커버가 될만큼 밀착되어 있고 신시가지 자체도 넓지 않다. 신시가지에서는 소련시절에 지어진 4-5층짜리 대단위 주거단지 흐루쇼프카를 구경할 수 있다. 나라가 집과 보드카를 주던 시절. 주변에는 자신들의 돌아가신 할머니들로부터 이들 주택을 물려 받아 새롭게 단장해서 살고 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 오래된 공장 건물들도 많다. 그런 건물들의 경우 천장 높이가 5미터가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2010년 정도부터 Loftas (Loft) 붐이 불어서 활동적인 젊은 예술가들이 새롭게 탈바꿈 시켜 창작 공간이나 공연 시설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건설업자들도 그 유행에 편승해서 재단장시켜 비싼 값에 팔기 시작했지만 그런 경우 이미 로프트 특유의 탁 트인 공간의 자유분방한 느낌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천장이 높은 만큼 어느정도 평수가 확보가 되어야 좀 그 느낌이 살텐데 작은 면적으로 이렇게 자르고 저렇게 자르니 천장만 높아진 좁은 방의 형태가 되고 이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곳의 분위기 자체가 마냥 밝고 건전하진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잘 안팔린다. 그럼에도 이 구역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도 하고 접근성이 좋아서 직원들을 많이 수용해야 하는 기업들이나 저렴한 비지니스 호텔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시내버스를 타면 10분만에 국제 공항에 도착할 수 있는 신시가지이다. 삭막하고 때로는 음습하고 퀴퀴하기까지한 이 구역의 건물들 사이를 염탐하는 것은 겹겹의 지붕을 누른채 여기 저기 솟아 있는 성당 첨탑을 이정표로 삼아 구시가지를 배회하는 것 만큼의 재미가 있다. 구시가지가 구불구불한 길로 우리를 휘감아 은은한 파스텔톤 메타포를 유도해내는 곳이라면 이곳은 코를 킁킁거리면 놋물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 같은, 건물을 타고 치솟는 환기구를 허파로 장착한 무채색의 언어가 지배하는 공간이다. 구시가지가 결벽에 가까운 현악 4중주를 연주하려는 곳이라면 이곳은 오래된 타악기 연주가 악보 없이 진행되는 곳이다. 신기하게도 결국 나를 좀 더 동하고 두리번거리게 하는 것들은 이런 풍경들이다. 물론 구시가지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언덕 위의 집을 마다하겠냐마는.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7.12.17 08:00


날씨가 추워져서 놀이터에 조차 인기척이 없다. 어린이용 놀이기구 근처에 설치된 운동 기구들에서 담배를 물고 장난치는 다 자란 청소년들이 간혹 보인다. 내리고 녹는 눈으로 축축해진 모래상자의 모래들은 몽글몽글해진 흑설탕처럼 장난감 채로도 좀체 잘 걸러지지 않고 한여름의 무성함으로 그늘을 만들어 내던 나무들은 휴가를 떠났다. 구름은 그들의 사나운 발톱 위로 무서운줄도 모르고 내려 앉는다.  적적하고 을씨년하고 쾡한 느낌이 흥건한 놀이터에서 30분이 넘게 한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며 그네를 타던 소년. 왼발에 깁스를 했는지 투명 비닐봉지로 발을 감은채 너무나 동감할 수 있을 것 같은 표정으로 끊임없이 그네를 움직였다. 땅이 얼고 미끄러워지기 전에 깁스를 풀게 되기를. 그 순간 헝가리에서 만났던 또 다른 소년이 머리에 떠올랐다. 지금쯤 그는 그네 위의 소년 정도의 나이가 되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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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7.12.16 08:00


이곳에 오면 늘 그녀가 '오느라 수고했어' 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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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