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에 해당되는 글 53건

  1. 2018.03.23 Vilnius 67_어떤 건물 2
  2. 2018.02.21 Vilnius 66_어떤 건물 (2)
  3. 2018.01.16 Vilnius 65_어떤 석양 (2)
  4. 2017.12.29 Vilnius 64_겨울 휴가 (4)
  5. 2017.12.23 리투아니아어 45_오늘의 점심 Dienos pietūs (2)
Vilnius Chronicle2018.03.23 08:00


Vilnius_2018


리투아니아 사람들 중 그 어느 누구도 기능도 외양도 각기 다른 이 세개의 건축물을 앙상블이라고 부르지는 않겠지만 나는 줄곧 이들을 대학 앙상블이라고 부른다. 매번 이 위치에 서서 이들을 보고 있자면 결국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땅 위에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놓여져서 고통과 영화를 주고 받았던 이웃일 뿐이라 생각하게 된다. 가장 오른편에 있는 대통령 궁은 뻬쩨르의 겨울 궁전을 복원한 러시아 건축가 바실리 스타소프의 작품이다. 빌니우스에 발을 들여 본 적 없는 건축가는 뻬쩨르의 어디쯤에서 실제 건축 부지 보다 큰 건물을 설계 했고 결국 건물은 건너편 빌니우스 대학 담벼락을 허물고 거리를 좁히면서 설계도 그대로 지어졌다. 그게 아니었더라면 아마 이 위치에서 대학 도서관 건물 끄트머리에 놓인 시인의 동상이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스타소프의 설계대로 건축 시공을 한 리투아니아 건축가는 차르의 명으로 건너편 교회의 내부 장식을 다 뜯어 내야했다. 그저 모두들 주어진 일을 했을 뿐, 어찌됐든 이곳에 서면 늘 뻬쩨르가 떠오른다. 매년 3월이면 여지 없이 12년 전 러시아 여행이 떠오른다. 뻬쩨르를 떠나 헬싱키를 향하던 날, 버스 에이전시 앞에서 야간 버스를 기다리면서 들이킨 쩨레목 키오스크의 식어가던 홍차가 떠오른다. 다시 가고 싶구나 뻬쩨르. 백야의 겨울 궁전이 보고 싶어 진다. 



건물에 드리워지길 고대하는 어떤 이의 그림자만큼 절실하게 햇살을 필요로 하는 것이 있을까. 겨울의 매력은 여전히 불가항력이지만 늘 그렇듯 봄볕이라는 결승선 위에 발 끝을 내밀게 된다. 하지만 무기력하게 설득되고 싶지 않은 봄을 향한 질투로 햇살에 눈을 감고 결국은 겨울이 흥건한 그늘 속으로 다시 옮겨 온다. 구시가지의 건물들이 이제 곧 초록에 굴복하고 봄빛을 입는 시간이 다가온다. 여전히 겨울과 봄의 경계 위에서 몰라서 셀 수 없지만 결국 세어질 수 밖에 없을 남은 겨울의 숫자를 헤아려 본다. 시간은 늘상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으로 오히려 정체 된다. 그래서 겨울은 항상 가슴 언저리에 고여 있다. 빛이 들지 않아 가장 오래 남아 있는 거리 한 구석의 얼음 조각처럼 겨울은 예외없이 가장 묵직한 기억을 남긴다. 또 다시 찾아오는 봄, 이 겨울의 어떤 기억을 햇살에 묻어야 할지.



 






'Vilnius Chronic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Vilnius 70_오픈 하우스 빌니우스  (0) 2018.05.27
Vilnius 69_하얀노랑  (0) 2018.05.15
Vilnius 68_19시 57분  (2) 2018.04.20
Vilnius 67_어떤 건물 2  (0) 2018.03.23
Vilnius 66_어떤 건물  (2) 2018.02.21
Vilnius 65_어떤 석양  (2) 2018.01.16
Vilnius 64_겨울 휴가  (4) 2017.12.29
Vilnius 63_소년  (3) 2017.12.17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8.02.21 08:00


Vilnius_2018


겨울 햇살이 따가운 추위를 뚫고 거리 거리 차올랐던 날, 고요했던 건물들의 마당 구석구석 햇살에 녹아 내리는 물방울 소리가 가득했다. 돌아오는 봄은 다음 겨울을 위해 더 할 나위 없이 응축된 짧은 정거장, 의도한 만큼 마음껏 바닥으로 내달음질 칠 수 있는 사치스러운 감정, 아름다운 곳들은 늘상 조금은 우울한 마음으로 누비고 싶다. 구시가지 곳곳에 바로크식 성당들이 즐비하지만 잘 살펴보면 하나의 성당에서도 두세개의 건축 양식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빌니우스이다. 화재로 불타 버린 목조 건물 터에 벽돌을 쌓고 전쟁, 전염병으로 그마저도 파괴되고나면 남은 벽돌 위에 다시 돌을 얹고 바르고 칠하고 새기며 어떤 시간들은 흘러갔고 그만큼 흘러 온 역사를 또 복개하고 걷어내면서 옛 흔적을 찾아내는 식이다. 타운홀 근처의 내셔널 필하모닉에서 새벽의 문까지 이르는 거리,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했던 성당들이 이 짧은 거리의 말미에 아직 끝이 아니라며 앞다투어 나타난다. 지금은 1층에 식당이 자리잡고 있는 이 일반 건물은 다양한 건축 양식의 콜라주를 연상케하는 빌니우스 구시가지의 단면을 보여주는 미니어쳐이다. 여러개의 화덕에서 구워져 나온 듯한 균일하지 못한 빨간 벽돌들이 계단처럼 하늘로 치솟고 그 사이에서 겨우 발굴되어진 스그라피토, 사이사이를 메운 투박한 시멘트조차도 그저 20세기의 흔적일 뿐. 난 이곳이 참 좋다. 






'Vilnius Chronic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Vilnius 69_하얀노랑  (0) 2018.05.15
Vilnius 68_19시 57분  (2) 2018.04.20
Vilnius 67_어떤 건물 2  (0) 2018.03.23
Vilnius 66_어떤 건물  (2) 2018.02.21
Vilnius 65_어떤 석양  (2) 2018.01.16
Vilnius 64_겨울 휴가  (4) 2017.12.29
Vilnius 63_소년  (3) 2017.12.17
Vilnius 62_여인  (4) 2017.12.16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8.01.16 08:00


왜 더 사랑해주지 않아 라고 말하는 순간 덜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더 사랑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면 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한없이 부족해진다. 어느 도시에 관한 애착과 사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즈음에 이렇게 아슬아슬 황급하게 사라져가는 석양이 어느 건물의 어느 모서리쯤에 걸쳐져 있을 것을 알고 그 고인 따스함을 마주하러 일부러 그 골목길로 들어설 수 있을만큼 다 알고 싶은 것, 빗물이 흥건하게 채워지는 거리를 걸어나갈때 속도를 늦추지 않는 무심한 자동차가 내 곁으로 다가오기 전에 미리 조금 비껴 설 수 있을 만큼 발바닥 아래 콘크리트의 굴곡을 기억하는 것, 여기서 멈춰 뒤돌아섰을때 손가락 한마디 정도만 고개를 내민 성당의 종탑이 내 눈에 들어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가슴 속에 차오르는 무언가, 항상 그 자리 그 빗 물 고인 웅덩이에 잠겨 침묵하는 건물의 능선을 일부러 발을 뻗어 건드려 보는 것. 













 

'Vilnius Chronic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Vilnius 68_19시 57분  (2) 2018.04.20
Vilnius 67_어떤 건물 2  (0) 2018.03.23
Vilnius 66_어떤 건물  (2) 2018.02.21
Vilnius 65_어떤 석양  (2) 2018.01.16
Vilnius 64_겨울 휴가  (4) 2017.12.29
Vilnius 63_소년  (3) 2017.12.17
Vilnius 62_여인  (4) 2017.12.16
Vilnius 61_모두의 크리스마스  (4) 2017.12.11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7.12.29 08:00


토요일이었던 2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크리스마스 명절. 공식적으로는 24,25,26일이 크리스마스 휴일이지만 보통 새해까지 이어서 겨울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운송회사도 다른 유럽나라의 거래처도 다 긴 휴가에 들어서서 가까스로 물건을 싣어 오느라 지난 한 주일은 꽤나 긴장상태였다. 그래서 평일이었던 오늘 조차 도로가 한산했다.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의 횡단보도 앞 중고 옷가게에 종이 한 장이 붙었다. 이 종이는 크리스마스 훨씬 이전의 14일경에 이미 붙어 있었다. 'Dirbsiu nuo 2018 01 08'  '나는 1월 8일부터 일할겁니다.' 라는 뜻. '일할겁니다' 동사는 명백히 1인칭 단수였다. 보통 이런 경우 1인칭 복수 동사 (Dirbsime) 를 써서 '우리는 언제부터 일합니다. 언제까지 휴가입니다' 로 쓰는데 1인칭 단수를 쓴것은 점원이 주인이거나 항상 혼자 일하는 점원이 휴가에서 돌아와 알아서 종이를 떼고 다시 일을 시작하거나 아니면 옷가게 자신이 일한다고 했거나.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빌니우스에 돌아와보니 정작 눈은 다 녹아있었다. 보통 거리에서 잔디위로 비켜난 눈은 조금 남아있게 마련인데 마치 겨울들어 단 한번도 눈이 내리지 않은 양 깡그리 다 녹아버렸다. 아직 10일이나 남은 누군가의 휴가. 휴가에서 돌아올즈음엔 밟히지 않은 예쁜 눈이 다시금 소복히 쌓여있으려나. 








 


'Vilnius Chronic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Vilnius 67_어떤 건물 2  (0) 2018.03.23
Vilnius 66_어떤 건물  (2) 2018.02.21
Vilnius 65_어떤 석양  (2) 2018.01.16
Vilnius 64_겨울 휴가  (4) 2017.12.29
Vilnius 63_소년  (3) 2017.12.17
Vilnius 62_여인  (4) 2017.12.16
Vilnius 61_모두의 크리스마스  (4) 2017.12.11
Vilnius 60_나의 아름다운 놀이터  (3) 2017.11.21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n Language2017.12.23 08:00


'오늘의 런치', '점심 메뉴'. 구시가지를 걷다가도 식당 입간판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단어. 구시가지 입간판에 메뉴와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면 저렴한 점심 메뉴가 있으니 들어오세요 라는 소리일 확률이 높다. 이곳은 신시가지의 뒷골목이었다. 뒷골목이라고 할 수도 없다. 사실 굵직하고 투박한 건물들이 서로 등을 돌리고 서 있는 듯한 이 구역은 그냥 볼 일이 있는 사람들만 끈덕지게 드나들고 아는 사람만 알면 되는 공간들로 가득 채워진 어디가 입구인지 뒷문인지 애매한 매우 배타적인 풍광을 지닌 곳이다. 흡사 영업을 끝낸 식당 아저씨가 한 밤중에 시커먼 쓰레기 봉지를 들고 나와 담배를 꺼내 물 것 같은 풍경속에 매달려있던 오늘의 점심 광고. 무엇을 주는 지를 굳이 알려야 할 필요도 없다. 때가 됐으니 끼니는 거르지 말아야 할 것 아니겠소 라고 말하는 듯한 단도직입적인 문구. 빌니우스의 구시가지는 빌니우스시의 행정구역 중 하나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서 관광지 개념으로 특별히 이름 붙여진 것이 아니라 그냥 빌니우스 시 산하의 구 의 개념이라고 보면된다. 그런 구시가지(Senamiestis) 와 바로 맞닿아 있는 구역이 신시가지 (Naujamiestis) 인데 그 구역도 구시가지에서 전부 도보로 커버가 될만큼 밀착되어 있고 신시가지 자체도 넓지 않다. 신시가지에서는 소련시절에 지어진 4-5층짜리 대단위 주거단지 흐루쇼프카를 구경할 수 있다. 나라가 집과 보드카를 주던 시절. 주변에는 자신들의 돌아가신 할머니들로부터 이들 주택을 물려 받아 새롭게 단장해서 살고 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 오래된 공장 건물들도 많다. 그런 건물들의 경우 천장 높이가 5미터가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2010년 정도부터 Loftas (Loft) 붐이 불어서 활동적인 젊은 예술가들이 새롭게 탈바꿈 시켜 창작 공간이나 공연 시설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건설업자들도 그 유행에 편승해서 재단장시켜 비싼 값에 팔기 시작했지만 그런 경우 이미 로프트 특유의 탁 트인 공간의 자유분방한 느낌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천장이 높은 만큼 어느정도 평수가 확보가 되어야 좀 그 느낌이 살텐데 작은 면적으로 이렇게 자르고 저렇게 자르니 천장만 높아진 좁은 방의 형태가 되고 이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곳의 분위기 자체가 마냥 밝고 건전하진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잘 안팔린다. 그럼에도 이 구역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도 하고 접근성이 좋아서 직원들을 많이 수용해야 하는 기업들이나 저렴한 비지니스 호텔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시내버스를 타면 10분만에 국제 공항에 도착할 수 있는 신시가지이다. 삭막하고 때로는 음습하고 퀴퀴하기까지한 이 구역의 건물들 사이를 염탐하는 것은 겹겹의 지붕을 누른채 여기 저기 솟아 있는 성당 첨탑을 이정표로 삼아 구시가지를 배회하는 것 만큼의 재미가 있다. 구시가지가 구불구불한 길로 우리를 휘감아 은은한 파스텔톤 메타포를 유도해내는 곳이라면 이곳은 코를 킁킁거리면 놋물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 같은, 건물을 타고 치솟는 환기구를 허파로 장착한 무채색의 언어가 지배하는 공간이다. 구시가지가 결벽에 가까운 현악 4중주를 연주하려는 곳이라면 이곳은 오래된 타악기 연주가 악보 없이 진행되는 곳이다. 신기하게도 결국 나를 좀 더 동하고 두리번거리게 하는 것들은 이런 풍경들이다. 물론 구시가지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언덕 위의 집을 마다하겠냐마는.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