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마시기 시작한 커피가 늦은 오후까지 어딘가에 남아있을 때가 있다. 사실 오후 늦게 새로 커피를 끓일 일이 없기 때문에 그때 마시는 그 의도치 않은 한 모금의 커피야말로 사실상 그 순간을 배경으로 완벽하게 새롭게 편집된 커피이다. 명백히 다 식었으며 심지어 아주 조금 남아있어서 가라앉은 커피 침전물이 입에 들어갈 때도 있으나 아마도 나를 기다려줬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건지 선물받은 느낌으로 마신다. 그래서 웬만하면 남의 찻잔이나 커피잔은 씻지 않게 된다. 어쩌다보니 잊혀졌던 한 모금이거나 잊혀짐으로 가장된 충분히 의도된 한 모금일 수 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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