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폴란드행이지만 세 번 모두 도착해서 당일 딴 곳으로 야간 이동을 했으니 바르샤바에서 숙박을 한 적은 처음이다. 그래서 때 되면 점심 먹고 저녁 먹고 메뉴를 고르던 기억은 없고 그냥 새벽에 버스 타고 도착해서 걸어 다니다가 맥도널드나 마트 같은 데 가서 아침을 먹었던 기억이 가장 또렷하게 남았다. 중국인들은 정말 한자를 잘 쓴다. 자기 나라 글자라곤 하지만 필체 확인이 가능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자를 잘 썼다. 폴란드도 역시 독일이나 네덜란드처럼 뭔가 대대로 뿌리내린 베트남계 중국계 이민자들이 많다는 게 느껴졌다.
마지막 날 짐 싸가지고 역을 향하는 도중에 들어갔던 중국 식당. 고를 것도 없이 난 제일 첫 번째 우육면을 먹었다. 국물이 맛있어서 밥 생각이 날까 봐 공깃밥도 시켰는데 주시기도 많이 주셨지만 배가 너무 불러서 절반도 못 먹고 친구가 좋아하는 오이 반찬도 면에 정신이 팔려 완전히 잊었다.
저 고추기름 양념장은 기대했던 마라장 같은 강한 맛은 아니었으나 어쨌든 바람직하게 국물을 물들였다. 가끔 내가 정말 먹고 싶어지는 음식은 중국 음식이다. 아마 중국어를 배우면서 중국 생활을 상상했을 때 무의식 중에 자리 잡았던 음식에 대한 동경에 서울에서 중국어 하는 아주머니들이랑 일할 때 그들이 도시락으로 싸오던 중국 가정식을 먹었던 기억 그리고 실제 중국에 갔을 때 일 년 반 동안 먹었던 학식에 대한 기억이 합쳐져서 인 것 같다. 수업이 있는 날에도 새벽 시장가서 찐만두에 따뜻한 두유 먹고 아침으로 마파두부 먹고 점심으로 우육면 먹고 저녁에 봉지에 싸온 마라탕 먹고 주말이면 훠궈 먹던 날 들 중에서도 딱 하나를 고르라면 우육면. 어떤 식이어도 맛있다. 유일한 것에 대해서라면 최고를 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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