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 여행은 대사관 방문과 친구 만나기가 주목적이었다. 그냥 여기저기 걸어 다니다 눈에 띄는 카페를 많이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생각만큼 다양한 카페에 가진 않았다. 위가 줄어들었는지 남이 해주는 음식을 먹으며 하릴없이 지내는 며칠간 배가 항상 불렀는지 커피 생각도 디저트 생각도 잘 안 났다. 저녁 먹고 카페에 가서는 커피 생각도 안나서 허브차를 마시곤 했다. 바르샤바로 떠나기 전에 딱 한번 카페 검색을 했는데 stor라는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스톨리츼나야라는 보드카 브랜드의 stoli 로고가 계속 떠올라서 뭔가 stolichnaya와 store를 결합하며 술 저장고 같은 어감이 있었던 카페. 이름에 관한 몇 번의 농담을 하고 그렇게 잊혀졌다. 몇년 만에 오후 1시까지 질퍽하게 늦잠을 자고 일어난 날. 아침에 커피나 먹으러 갈까 하고 주변 검색을 하니 이 카페가 바로 집 근처에 있어서 갔다. 인테리어는 지금 빌니우스에 있어도 베를린에 있어도 어느 나라에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비슷한 느낌의 전형적인 조그맣고 모던한 동네 카페. 창밖으로 보이던 리스본 이발소와 사진 수리점, 어떤 사람들이 힘겹게 자전거 페달을 밣으며 시야에서 사라지던 곳. 에스프레소 마키아또나 코르타도가 아닌 지브랄타라는 커피를 내어주던 곳. 커피 한 잔 마시면 아는 카페가 된다는 것. 너무나 정직한 세상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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