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씨가 된다는 말을 맹신하며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꽤나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편이라 마지막을 한정하는 말들은 최대한 세부적으로 소심하게 좁혀 쓴다.
터미널 근처에 와서 밤차를 탈 때까지 코스타 커피에서 시간을 보냈다. 혼자서 서둘 곳이라곤 없으니 역시 오래 앉아 있어도 자리가 불편하지 않은 이런 대형 카페에 머물게 된다. 며칠 전 바르샤바에 아침 6시에 도착해서 중앙 역을 향해 걸어갈 때 처음 봤던 카페였지만 그래도 다소의 추억이 남아 있을 중앙역까지 가서 아침 커피를 마시자는 생각에 카페인의 유혹을 뿌리치고 내 갈길을 갔었다. 이렇게 '다음에 오면 되니깐 우선 딴 데부터 가자' 하고 안 가는 경우 아예 갈 기회를 놓쳐버릴 때가 있는데 8차선 도로를 건너기 싫었던 게으름 덕분에 계획대로 오게 되었다. 앉아서 친구에게서 받은 책들을 좀 훑어보고 전자책을 읽고 바르샤바에서 썼던 영수증들을 뒤적이며 마치 꽤 오래전에 있었던 여행이라도 되는 것처럼 회상에 젖었다. 즈워티를 400 정도만 환전을 했는데 대부분은 대사관에서 사용했고 남은 돈 40을 카페에서 쓰려고 일부러 샌드위치에 케익에 커피까지 이것저것 시켰다. 폴란드 동전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32.5 정도가 나왔다. 그런데 직원은 10 즈워티 짜리 지폐를 고스란히 돌려주었다. 거슬러줄 동전이 그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다시 내게로 되돌아온 지폐는 여행 영수증들과 따로 잘 놔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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