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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and

Poland 13_바르샤바에서 술 한 잔


피에로기에 진심인 폴란드에서 그 진심의 극치를 보여줬던 바르샤바의 어떤 식당. 폴란드어로는 Pierogi라고 하는데 러시아 만두 뻴메니와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바르샤바의 어디에서든 Pierogarnia 간판을 볼수 있었다. 삐에로기 이외의 요기거리도 팔지만 어쨌든 삐에로기에 장소 접미사 arnia를 붙인 삐에로기가 주인공인 식당들이다. 이 식당의 종업원들은 알록달록 만두가 그려진 앞치마를 입고 있었고 벽에는 블루벨벳에 나오는 잘린 귀 같은 만두 장식이 붙어 있어서 그 귀를 잡고 암벽등반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날씨가 좀 추웠었나. 지나가다가 얼핏 봤는데 비좁은 공간에 손님들이 옹기종기 가득 앉아있는 것이 너무나 아늑해 보여 찜해놓고 더 걷다가 돌아가는 길에 들어갔다. 음식은 리투아니아 음식과 거의 비슷하다. 모듬 만두와 푹 졸인 자우어크라우트에 곁들인 소시지를 먹었다. 술은 최대한 양이 적은 것을 고르려니 폴란드 전통술. 말 그대로 술 한 잔. 아몬드 향이 들어간 보드카 베이스의 술이었는데 미끌거리지 않고 되직하지 않은 맑은술이었다. 술의 향이 은근히 기억에 남았다. 어딘가에 숨어있을지 모를 만두 메타포를 찾는 중이었는지 삐에로기 왕국의 유일한 징표로 삐에로기 없는 사진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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