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의 야우니모 테아트라스 (Jaunimo teatras)내의 카페. Jaunimas는 청춘, 젊음을 뜻하는 단어로 '청춘 극장'이 되려면 Jaunimo로 2 격 변형을 해야 한다. 이 극장은 새벽의 문과 필하모닉 근처의 구석진 곳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지만 그 내부가 의외로 커서 속에서 미로처럼 구불구불 이어진 극장을 빠져나와 구시가 한가운데 다시 서면 늘 어딘가로부터 툭 떨어져 나온듯한 낯선 기분이 든다. 그것은 아마 장소적 특성 때문만이 아니라 공연을 보기 전과 그 후에 빠져나가고 채워지며 대체되는 에너지가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느 극장에든 카페가 있고 또 오랫동안 그 카페에서만 전해져 내려오는 디저트나 칵테일 같은 것들이 있으며 그것들은 세대를 구분하지 않고 공유되고 회자되는 추억이다.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티켓을 사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으므로 극장의 카페는 희소성으로 충만하다. 극이 시작되기 전이나 1막이 끝난 후에만 잠시 열리니 원하는 만큼 느긋하게 앉아 있을 수도 없다. 짧은 시간을 이용해서 텁텁한 커피와 아는 맛의 디저트 혹은 한 잔의 술을 마시려는 사람들로 가득한 이곳엔 활기차게 끓어오르다 일순간에 사그라드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서두르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이 동네에서 기다리는 사람을 배려하며 최대한 빨리 효율적으로 일하려는 인상을 주는 유일한 사람들도 바로 극장의 카페 직원들이다. 마치 두 번째 야간 자율 학습이 시작되기 전에 우리가 부랴부랴 달려가던 학교 매점에서 최대한 많은 아이들에게 오감자나 크림빵을 팔기 위해 좁은 공간에서 엄마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매점 아저씨처럼. 그래서 좀 낯설다. 곧 공연 시작이니 서두르라고 말해주는 이도 이들이다. 늦은 밤 빨리 옷을 찾아 입고 집에 돌아가려는 사람들로부터 재빨리 번호표를 받아 코트를 척척 넘기는 극장의 옷보관소 직원들도 그렇다. 앉아서 뜨개질을 하다가 일어나 주섬주섬 코트를 건네받는 폴리클리니카(공공병원)의 직원과 비교하면 이들은 정말 최대 2.5배 정도는 분주하게 움직인다.
아무튼 극장 내 카페에서 뭘 먹을 짬을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공연 전에 가까스로 도착하거나 쉬는 시간에 줄이 너무 길면 그냥 포기한다. 늦은 저녁에 항상 커피가 당기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간혹 드라마틱하게 성공하기도 한다. 거의 8년 만에 찾아간 이 극장에는 여전히 카르토슈카를 팔고 있었다. 리투아니아어로는 불뷔테스 Bulvytės 라고 한다.
이 극장의 카페는 나에게 늘 트윈픽스의 빨간 방을 연상시킨다. 국가 기밀문서를 열람하러 온 요원이 장갑을 끼고 곰팡이 먼지를 날리며 한 장 한 장 문서를 넘기는 장면도 떠오른다. 그런 사람들은 늘 기관을 나서면 목이 꺾이거나 총에 맞거나 했지만. 어쩌면 저 카르토슈카 위에 뿌려진 피스타치오도 먹어선 안 될 가루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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