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동생에게 말을 걸었다.
- 동생, 이런 거 뭐라고 하니 한국말로? 영수증 출력되는 거.
- 빌지. 정식명칭은 감열지
지난 금요일 오후에 주말 동안 이 물건이 부족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며 동료가 문자를 보내왔다. 월요일까지 분명 충분할 것 같지만 신경 써서 알려주는 어린 동료가 기특하기도 하고 그런 예고들은 또 이상하리만치 적중할 때가 많으므로 토요일 이른 아침 가져다 놓기로 했다. 트롤리버스 안에서 무릎 위에 이들을 놓고 가만히 보고 있자니 이걸 뭐라고 하는지 정작 한국어로는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서 식당을 했던 동생에게 물었더니 감열지라고 했다. 빌지는 학생 때 아르바이트하고 그럴 때 얼핏 들었던 기억이 났는데 감열지라니 아마 이 단어를 누군가로부터 직접적으로 들었더라면 뭔지 몰랐을 거다. 리투아니아어로는 보통 Kasos juosta라고 한다. Kasa는 췌장을 뜻하기도 하지만 창구, 카운터의 의미로 널리 쓰이는데 거기에 돌돌 말린 것들을 뜻하는 Juosta가 붙으면 계산 용지 정도가 되는 것. 집수리를 직접 하는 게 일반적이니 공구나 자잘한 수리 용품이나 건축 자재 같은 것도 리투아니아어로는 익숙한데 정작 한국어를 떠올려보면 모르겠는 것이 상당히 많다. 그러니 매일 어떤 새로운 리투아니아어 배우는 것 못지않게 한국어를 배우는 재미도 여전히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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