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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

Vilnius 18_빌니우스 스트릿 아트



  


한 그루의 나무가 오염된 도시에 환경학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시민들의 정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글을 언젠가 읽은적이 있다. 달궈진 도시의 온도를 떨어뜨리고 사람들의 메마른 정서에 물을 주는 나무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다시 말해 무엇하리. 매번 거리를 거닐면서 느끼는것, 나무 이상으로 내 안구와 정신을 정화시키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건물들과 조각들이다. 굳이 멋지지 않아도 된다. 그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무엇, 항상 그 자리에서 그 길목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무엇들에서 느껴지는 일상성과 안정감이면 충분하다.


 


적절한 장소에 배치된 동상이나 조각 하나는 나무 열 그루에 비등한 효과를 준다고 생각한다. 멋있는 건축물 혹은 꽃이 드리워진 망가진 발코니를 가진 구시가지의 오래된 건물들도 나무 백 그루의 역할은 하지 않을까? 그리고 조각과 건축만큼의 역사는 가지지 못했지만 이제 막 그 영향력을 발휘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있는것이 바로 스트릿 아트, 그래피티 같은것들8월 말부터 빌니우스에서 열리고 있는 '빌니우스 스트릿 아트' 행사. 빌니우스 버스 터미널과 기차역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구시가지에 속해있지만 역주변이라는 이유로 비교적 낙후된 지역에 속하는데 그 구역중에서 적합한 건물 5개를 지정해서 벽화를 그리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여행하는 지인들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간간이 훔쳐보던 멋있는 벽화들을 드디어 빌니우스에서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건가. 부디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 빌니우스의 구시가지에만 집중되어있는 예산이나 사람들의 관심이 빌니우스 전역으로 분산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구시가지 유일의 재래시장 할레 시장 (Halės turgus) 앞, 빌니우스의 velib, cyclo city 정거장이 있는 pylimo 거리의 초입. 내가 9년전 지도를 들고 두리번거리며 빌니우스 버스 터미널을 찾아 헤매이던 그 장소에 크레인이 들어서더니 벽에 스케치를 하기 시작했다. 거의 완성된 벽화는 Millo 라는 활동명을 사용하는 이탈리아인 스트리트 아티스트인 Francesco camillo giorgino 의 작품이다. 피렌체와 로마를 중심으로 활동한다고 하는데 언젠가 우리가 좋아하는 피렌체에서 우연처럼 그의 벽화를 마주칠 수 있다면 좋겠다. 작년에 B.art competition 이라는 대회에 참가해서 토리노에 혼자서 무려 13개의 벽화를 그렸다고.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된 그의 대부분의 작품에는 건축 전공자 답게 고층 건물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흑백의 단순한 라인으로 그려진 위에서 내려다 본 각도의 건물 사이로 반복적으로 사람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들은 보통 선명한 색깔로 채색되어 건물 사이에서 강렬한 인상을 준다. 빌니우스의 벽화에는 그 캐릭터가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건물 외벽에 난 창문을 재치있게 새집처럼 묘사했다. 봄이 되면 빌니우스에는 나무 기둥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새집을 달기 시작하는데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일까?


http://www.huffingtonpost.com/2015/01/14/millo-street-art_n_6466456.html

http://www.millo.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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