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이른 아침. 사람도 차량도 없는 구시가지를 혼자 걷는것은 나의 작은 일상이 되었다. 텅 빈 구시가지와 구름 낀 하늘은 온통 내 차지이다. 집과 식당 중간 쯤, 로맹 개리의 조각이 있는 이 골목의 고풍스런 건물에 매번 크리스마스 조명을 달린다. 이 사진을 찍고 나는 장갑 한 짝을 잃어버린것을 알아챘다.
거리 이곳저곳에 크리스마스 관련 용품 광고가 눈에 띈다. 크리스마스는 다른 서양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리투아니아의 최대 명절이다. 올해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부터 27일까지 4일 연휴이다. 리투아니아에서는 24,25,26 3일이 기본적으로 크리스마스 공휴일이다. 크리스마스 당일보다는 24일 저녁을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기념한다.
크리스마스 어드벤트 캘린더과 곰인형 광고. 곰인형 들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하루하루 서랍을 열고 있는 소녀의 얼굴을 상상해본다. 동지를 끼고 있는 12월은 뭐랄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설레임이 아니라면 실제적으로 가장 어두컴컴하고 쓸쓸한 달이다. 사람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크리스마스가 지나고나면 진정한 겨울의 포스를 풍기는 춥고 건조한 1월이 시작되지만 1월의 어둠은 12월과는 조금 다르다. 밤이 점점 짧아지는것이 느껴지고 어둠의 농도와 채도도 12월의 그것과는 다르다.
리투아니아의 대통령궁도 크리스마스 장식을 달았다. 빌니우스 문과 대학 옆에 위치한 대통령궁은 차량 통제나 별다른 경호 장치 없이 이렇게 일반에 개방되어있다.
11월말이나 12월초에는 항상 빌니우스 대성당 광장에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 행사가 열린다. 그리고 몇해 전 부터는 크리스마스 장터도 함께 열리기 시작했다.
대성당 광장에 자리잡은 크리스마스 마을 관련 광고.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는 12월 27일까지 계속된다고 적혀져 있다.
대성당 앞의 종탑과 크리스마스 트리
크리스마스 점등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이런 장터에서 파는 물건들은 보통 비슷비슷하지만 역시나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나는 물건들이 많이 팔리고 있었다.
리투아니아인의 주식은 검은 빵.
겨울이면 항상 생각나는 뜨거운 와인
겨울의 진리는 뜨거운 와인인데 올해 마실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참 예쁜 마을들. 속에 양초를 넣으면 예쁘게 밝혀지고 향초를 넣을때더 있다. 리투아니아에서 미술시간에 자주 만든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리투아니아에 왔던 첫해에 너무 예뻐서 시어머니 댁에 있는 집 몇채를 한국으로 가져갔더랬다.
근데 여기서 파는건 확실히 판매 목적이어서 인지 색상도 질감도 느낌이 다른데 하나 살까 고민하며 오래 쳐다보고 있으니 비싼 돈 주고 살 것 없다고 집에 남아있는거 다 가져가라고 하셨다. 정말 다 가져와야겠다.
대낮에 보는 대성당과 크리스마스 장식도 색다르다.
이런 전통 장날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리투아니아 과자. 베이킹의 기본 재료에 꿀과 계피 생강 정향들의 향신료를 첨가해서 만든다.
곳곳에 맛있는 음식 파는곳도 있어서 옹기종기 서서 음식먹는 사람들.
작년까지는 실제 소나무에 트리 장식을 하곤 했는데 올해에는 나무로 집을 만들어서 그 위에 장식을 했다. 내부에선 크리스마스 관련 이야기를 들려 준다.
겨울을 보내는데 빠질 수 없는 각종 허브차
차에 곁들이는 단 음식들도 덩달아
작년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연장 모형의 초콜릿
사진 찍어도 되는지 신호를 보내자 살짝 웃어주었던 여인.
리투아니아의 가장 대표적인 군것질. 밀가루 반죽에 고기속이나 양배추 혹은 다진 버섯이 들어있다. 마트에 가면 바로 사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들이 바로 이런것들.
각종 치즈들.
리투아니아의 특산물이라도 해도 좋을 각종 꿀들도 예쁘게 포장해서 팔고 있다. 다음주면 벌써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아이와 함께 맞이하는 첫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식탁에 함께 앉을 수는 없겠지만 왠지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이 겨울이 금세 지나갈것 같아 크리스마스를 손 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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