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즈음. 대성당이 자리잡은 게디미나스 언덕 아래 공원을 걷다가 발견한 개들. 언제부터 여기에 이렇게 살고 있었지? 자주 걷던 구역인데 못보던 친구들이다. 보자마자 지나치게 흥겨운 노래 한 곡 떠오름. Who let the dogs out! 어디서 뛰쳐 나온 개들이지. 멀리서 어렴풋이 봤더라면 살아있는 개라고 생각했을것 같다. 금세라도 달려 나갈것처럼 한 방향을 주시하고 있음. 으르렁거리고 있진 않음. 빌니우스에 동상 하나가 더 생긴게 너무 기뻐 한참을 요리조리 살펴 봄. 이 근처에 봄되면 졸졸졸 강물이 흐르는데 1년후에 아기가 걷게되서 함께 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국가의 주도로 정치적인 목적으로 세워지는 인물 동상을 제외하면 특정 동상 세우기는 뚜렷한 목적 의식을 가진 의욕적이고 추진력 있는 사람들이 있을때에만 가능한 듯. 공공장소에 동상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생기고 그 생각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모금펀드를 구성해서 아무런 입장료도 부과하지 않고 남녀노소, 가진자와 덜 가진자 모두에게 자유롭게 개방되는 이런 동상들. 세상에 더 더 많아졌으면 하는것. 특히 빌니우스 곳곳에 우리의 추억을 저장할 수 있는 이런 장소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동상 세우기를 주창한 사람이 '나 빌니우스 구시가지 한복판에 사냥개 동상을 세울 생각이야' 라고 첫 아이디어를 공개했을때 주변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궁금해진다. 힘든 설득이 필요했을까. 어찌됐든 누군가의 작은 꿈은 실현됐다. 한 공간을 점령하는 동상. 탄생의 순간부터 존재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이들.
이 개들은 리투아니아의 사냥개를 형상화한것이다. 사냥개하면 닥스훈트, 비글, 그레이하운드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 동상 덕분에 거의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이 자국을 대표하는 사냥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리투아니아에서 사냥에 참여하는 품종들의 생김새를 분석해서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만든것이라고 하는데 이 세마리의 개는 그냥 사냥개 세마리가 아니라 엄마개 아빠개 아기개임. 개 한마리는 네 다리를 곧게 펴고 위풍당당하게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고. 다른 개 한마리도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데 약간 뒷발을 멈칫 하며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맨 마지막의 개는 크기가 작아서 잘 안보였는지 머리를 약간 치켜들었음. 뒤늦게 달려와서 급히 멈춰 선듯 발의 위치도 제각각. 심지어 왼쪽 앞발은 들고 있다. 누가 엄마개이고 아빠개인지는 성차별의 위험이 있으므로 각자의 상상력에. ㅋ
리투아니아어,영어, 독일어, 폴란드어 4가지 언어로된 간략한 설명. 신기하게도 러시아어가 없네.
나중에 눈 많이 오면 이 개들 보러 와야겠다. 등에 소복하게 눈이 쌓이 겠지.
앞쪽에서 보니 개성이 좀 더 뚜렷해지는 느낌. 꼬리 위치도 귀의 위치도 제각각.
20년전에 똥개 한마리 키운적있는데 그때 한창 존 그리샴의 법정 소설에 빠져있을때여서 개 이름도 존 그리샴이었음.
존 아저씨 지금 뭐하고 계시는지 사뭇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여전히 소설 쓰시게 계시네. 어멋..
빌니우스에 있는 동물 동상들 이야기 앞으로도 계속. 뛰쳐나온 다른 강아지들 이야기도.
생각난 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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