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 시내를 걷다 보면 어디에서든 마주 칠 수있는 신문 가판대 Lietuvos의 spauda. 리투아니아어로는 이런 신문 가판대를 가리켜 키오스카스 (Kioskas) 혹은 키오스켈리스 (Kioskelis) 라고 부른다 . 키오스크 라는 단어는 여러 언어에서 광범위하게 쓰이지 만 리투아니아어에서는 일부 남성 명사가 -as 로 끝나는 것을 감안하여 변형시켜 kiosk+as 와 같이 키오스카스로 사용 하는것 . 예를 들어 브래드 피트 (Brad Pitt ) 의 이름을 리투아니아식 으로 바꿔야한다면 브래드 +as / 피트+as 로 브래다스 피타스라고 적게되는데 브래드 피트를 주어가 아닌 다른 문장 성분으로 사용해야 할 때 -as 형태에서 -o, -UI, -a, -u, -ame 의 어미 를 붙여 격변화를시켜 준다.
이런 신문 가판대는 주로 버스 정거장 근처에서 발견 할 수있다 .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보통 이곳에서 버스 카드를 충전하고 각종
공과금 지불은 물론 신문이나 잡지 , 자잘한 군것질을 비롯하여 따끈한 커피를 구입하기도한다
꼭 버스 정거장 근처가 아니더라도 인파가 몰리는 구시 가지 내에서도 종종 발견 할 수에있다. 신문 가판대를 오징어도 아닌 쭈구미로 만들어 버리는이 바로크 식 교회는 성 카지 미에로 교회 SV. kazimiero bažnyčia (st.casimir). 빌니우스를 방문했던 도스토예프스키가 들렀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직 리투아니아 화폐 인 리 타스를 사용 할 무렵 식당에는 항상 거스름 돈이 부족해서 은행에서 정기적으로 동전을 교환해서 쓰곤했다. 그런데 10 센트 20 센트의 동전들과 달리 1 센트 2 센트 같은 동전들은 화폐 가치가 거의없고 (유로화가 도입 된 지금 가장 작은 1 센트를 리타 스로 컨버트하면 3.45 센트) 1 센트 10 개를 모아도 10 센트로는 할것이별로 없으니 사람들은 거스름 돈으로 발생하는 그런 센트들을 챙기지 않고 팁으로 남기곤 했었는데 그 작은 센트들을 처치하는 것이 골칫거리였다. 한 꾸러미를 모아도 얼마되지 않는 그 동전들을 은행에 가서 바꾸려면 역설적으로 바꿀 액수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했던 것. 그런데 직원 혼자서 하루 온 종일 좁은 공간에 앉아 손님을 상대하는 이런 키오스크 같은 경우 혹시 거슬러 줄 돈이 모자라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집에서 식당으로가는 길목의 대여섯 개의 키오스크에 센트 꾸러미를 가져다주고 돈을 바꾼 적이있다. 그러므로 이런 신문 가판대에서는 가능하면 종이 돈 대신 지갑을 탈탈 털어 동전을 사용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다. 지갑은 가벼워 질 것이고 직원은 거슬러 줄 돈이 없어 난처한 상황에 직면 할 경우가 줄어들게 될테 니.
작년 즈음에 이 신문 가판대들은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쳤다 . 식품 진열 공간도 훨씬 늘어 났고 쵸코바 나 과자류뿐만 아니라 샌드위치 류도 팔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눈에 띄는 것은 가판대 외부에 프린트 된 레트로 스타일의 흑백 사진이다 .
내가 지금까지 본 것은 총 5 개의 이미지인데 아마 더 이상의 다른 이미지는 없는듯하다. 흑백 사진 하단에 커피 이미지가 있고 '1944 년부터 리투아니아를 깨운다'라는 공통된 문구와 각각의 사진에 어울리는 캐치 프레이즈가 추가되어있다. 신문 가판대하면 역시나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연상된다. 아직 덜 깬 정신으로 몸을 추스 리며 일터로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이미 침대 밖을 빠져 나온 것만으로도 누군가는 또 다른 하루를 시작했다는 승리감에 안도하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한 손에는 따끈한 커피가 다른 한 손에는 갓 발간 된 일간지나 즐겨 보는 잡지가 쥐어 져 있다면 그런 식으로 시작하는 하루가 그리 절망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요즘 같은 세상에 손바닥만한 스마트 폰 하나면 굳이 거추장스럽게 종이를 넘기고 붙잡고 할 일도 없겠지만 그래서 더더욱이 신문 가판대가 이미지 쇄신 용으로 선택한 옛 사진들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제자리를 지키고있다. 변하는 것은 그것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의 마음가짐일지도 모른다. 이 신문 가판대의 흑백 사진 전략은 그렇게 아직 제자리를 지키고있는 것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다가왔다. 리투아니아 인의 일상 생활에 깊숙히 파고 들어 그들 삶의 일부가되어 버린이 신문 가판대를 어린 아이의 모습 비롯하여 청년들, 첫사랑의 순간들에 융화시킨 것은 이미 그 시절을 산 사람들에게는 노스탤지어를 불러 일으킬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마치 옛 흑백 고전 영화를 볼 때의 희열처럼 그들이 겪지 못한 어떤 과거에 대한 동경 혹은 지금 내가 살고있는이 순간들이 색깔을 잃게 될 먼 미래에서 현재의 모습을 반추 해 볼 여지도 준다.
<Ištikimas įpročiams 습관에 대한 믿음>
사진 속 남자는 <대부 2>의 젊은 로버트 드 니로를 참 닮았다. 야망에 가득 찼지만 아직은 그저 평범한 얼굴로 성실하게 가족을 부양하는 어느 가장이 아내와 자식들을 남겨두고 일터를 향하는 중간에 담배와 신문을 사 들고 끽연하는 모습을 상상 해보았 다. 무엇을보고 웃고있는 걸까. 아침이면 어김없이 만나는 또 다른 자전거 여행자를보고? 신문 가판대 근처에서 과일을 파는 아줌마, 아침부터 고주 망태가되어 널 부러져있는 술 주정 뱅이 혹은 엄마 손을 잡고 남자의 자전거 바퀴는 만지작 만지작 거리는 꼬마가 있었던 걸까. 이 사진은 왠지 각양 각색의 사람들이 떠들썩 거리고있는 풍경의 커다란 사진 속의 한 조각처럼 느껴진다.
<Pirmojo pasimatymo jaudulys 첫 데이트의 설레임>
설레임은 뭔가가 영원 할 것이라는 기대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 감정이다. 숱한 설레임을 경험하고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냉소적 인 독백을 몇번 날리고 나면 아마 1.5 센티 정도 성장하는 것이 우리들 감정 일까. 하지만 감정은 무한대. 더 이상 그 깊이를 가늠하지 않을 때 그 영원함은 이만치 다가와있는 것인지도.
<Pauzė- Muzikos dalis 정지, 음악의 일부>
콘서트의 리허설 중이었을 까. 모든 연주자들이 악기를 남겨두고 떠났을 때 홀연히 자리를 지키고있는 소녀는 무슨 생각을하고 있었 을까. 아 누군가가 돌아 오면서 나에게 차가운 음료 한 잔 건넨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 악기를 가져 왔더라면 이렇게 무료하지 않았을 텐데. 미켈란젤로 안토니오의 <blow up>에 보면 포토 그래퍼인 주인공이 공원에서 우연히 찍은 사진 속에서 뭔가 수상 쩍임을 눈치 채고 일련의 사진들을 현상하고 확대해서 역 추적하며 사건을 파헤치는 데 실제로 어딘가를 응시하고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며 그들이 무엇을보고 있고 무슨 생각을하고 있는지 상상하는 것이 참 자연스러운 일 이었구나 사뭇 깨닫게된다.
<Augantis smalsumas 자라나는 호기심>
지금은 책을 맛보고 움켜 쥐고 싶어하는 아기이지만 언젠가 자라서는 책을 읽어달라고 나를 끌어 당기고 책을 사달라고 조를 수도 있고 마음에 드는 글귀를 줄로 그을지도 모르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책장에 편지를 써서 선물을 할 지도 모르겠다. 책을 베개 삼아 잠들지 모르며 평생 책과는 상관없는 삶을 살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아이가 책을 들고있는 자연스러운 사진은 한 장 남겨야겠다고이 사진을 보며 생각한다. 따뜻한 음료를 마시 며 머리를 맞대고 함께 책을 읽는 모습도 상상해 본다.
<Popietės potėpiai 오후의 붓질>
가장 마음에 드는 이미지이다. 햇살이 한 가득 내리 쬐는 광장에서 그림을 그리고있는 청년들의 모습이 오래된 러시아 영화 <나는 모스크바를 걷는다 모스크바의 거리를 산책> 속의 낭만적 인 모스크바의 여름을 떠올리게한다을. 같은 유니폼을 입고있는 것으로 보아 이들은 어쩌면 미술 시간에별로 그리고 싶지 않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은 레닌의 동상을 스케치하고있는지도 모를 일. 어쩌면 지루한 수학 시간에서 도망쳐 나와 구시 가지 광장을 스케치하고있는 미래의 미술 학도 였는지도. 분명한 것은 기나 긴 겨울, 회색 빛 터널을 뚫고 나와 햇살 아래에서 붓질을하면서 그들이 느꼈을 희열이다. 그들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면 왠지 그들의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릴 듯, 파란 하늘에 이어폰을 대면 바람 소리가 들릴 것 같다. 광장 바닥에 온도계를 대면 용기내어 양말을 벗고 한 발짝 내 디뎌도 차갑지 않을만큼의 기분 좋은 온도를 가리킬 것도 같다. 물감 한 방울을 사진에 떨어 뜨리면 왠지 모든 피사체들이 자기 색깔을 찾아 입고 움직일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좋은 사진이란 아마 이래야 하는거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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