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ičiaus 거리. 타운홀을 앞에두고 걷다보면 분수대 근처에서 왼편으로 이어지는 작은 길이 있다. 이 거리에는 빌니우스가 사랑하는 오래된 두 식당, 발자크와 블루시네가 있고 (http://ashland.tistory.com/222) 구시가지에서 가장 허름하고 음산한 버려진 느낌의 교회 하나가 거리의 끝무렵에 자리잡고 있다. 타운홀 광장을 중심으로 이 거리와 대칭을 이루는 지점에서 뻗어나가는 꼬불꼬불한 Stiklų 거리가 관광지 냄새를 물씬 풍기며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빌니우스의 거리라면 이곳은 구시가지 곳곳을 익숙한 발걸음으로 걷던 현지인들에게도 일부러라도 한번 찾아가서 들여다보게 되는 그런 숨은 보석같은 거리이다. 특별히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거나 그런것은 아니지만 이 거리에 들어서면 왠지 조용히 쉬어갈 곳을 찾을 수 있을것 같은 그런 평안함이 있다. 그런데 이 거리는 구시가지 내에서도 유모차에 가장 친절하지 않은 길이었다. 유모차가 겨우 지나갈 폭이 좁은 보도블럭은 이곳 저곳에서 쏟아져나온 야외테이블이 점령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보도 블럭 사이의 좁은 길은 구시가지의 가장 투박하고 거친 돌들의 집합소라고 해도 좋을만큼 움푹 패인곳이 많았다. 그리고 며칠전 열기구가 뜨는 모습을 보고 이 길에 들어섰는데 놀랍게도 길이 정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난 거리의 한 조각은 고스란히 남겨둔채였다. 오래된 건물의 리노베이션이 진행되면 못알아볼 정도로 외관이 바뀌는 경우가 많지만 보통 옛 건물의 흔적은 한 토막씩 남겨둔다. 건물을 다 부수고 수리를 하는 경우에도 건물 외벽은 두툼한 철근으로 고정시켜서 부수지않고 남겨둔다.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것. 내것이라고 점찍어두고 매만져 볼 수 있는 어떤 돌들이 묻혀 있는 곳. 남겨진다는것은 참 고귀한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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