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언어를 배우든 혹은 진지하게 배우기 시작하지 않더라도 어떤 외국어를 접하든 가장 처음 찾아보는 단어는 대개 '여행'이다. 하나의 언어를 배우는 것 자체가 새로운 세상으로의 '여행'이기도 할뿐더러 언젠가 지금 속해있는 세상 밖으로 뛰쳐나가게 될 것이라는 갈망은 '여행'이라는 단어 없이는 쉽게 성립되지 않기때문이다. 길 Kelis. 여행자 Keliautojas. 여행은 켈리오네 Kelionė 이다. 연휴 후에 찾아간 어린이 도서관에서 발견한 월리를 찾아라. 월리를 찾을 때 만큼의 에너지로 매번 월리인지 윌리인지를 뚫어져라 확인해야 했던 책. 리투아니아에서는 월리가 Jonas 로 바뀌어서 여전히 세상을 활보하고 있었다. 요나스 Jonas 는 리투아니아에서 매우 흔한 이름으로 이 이름이 붙은 교회도 있고 그렇다면 당연히 요한복음의 요한, John 의 리투아니아식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 항상 같은 옷에 같은 모자를 쓰고 엉망진창 요지경의 세상을 한결같은 표정으로 여행하는 월리, 요나스. 커다란 종이 두 바닥에 함축된 각양각색의 세상 속에서 가장 평온했던 얼굴. 문득 나는 어떤 표정으로 여행했으며 다음 여행 속의 나는 어떤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여행의 본질은 어쩌면 다시 돌아와서 질주해야 할 곳과의 말랑한 타협일뿐인지도. 떠나와 만끽한 느낌에 대한 질척한 증명욕으로 반복되는 고질적인 감기에 지나지 않을지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항상 어딘가로 떠나야만 한다는 집착으로 훼손되어서도 새로운 것을 보고 느껴야 한다는 강박으로 어지럽혀져서도 안되는 가치, 그리고 지금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길에도 아직 내 마음이 닿지 않은 '히든 트랙' 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여행의 일부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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