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어로 된 인터넷 사이트에서 회원 가입을 하거나 물건 구매를 할때처럼 다음 절차로 넘어 가야 하는 상황에서 항상 볼 수 있는 단어. Tęsti. 계속하다. 연장하다의 동사 원형이다. 오늘 마트 계산대 앞에 서 있는데 직원이 자리를 비운 옆 계산대의 모니터 속에 남아 있던 풍경이다. 괜히 눌러주고 싶다. 마우스 커서만이라도 좀 옮겨주고 싶다. 버스 앞자리에 앉은 모르는 이의 코트에 붙은 머리카락을 무의식중에 떼어주려다 멈칫 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늦은 시간 마트에 가면 일을 마치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은채 장을 보며 아직 근무중인 동료들과 수다를 떠는 직원들을 마주칠 수 있다. 구시가지에서 24시간 영업을 하는 마트는 이곳이 유일한데 아마 이제 막 옷을 갈아입고 자리에 앉거나 물건을 채워넣는 직원들이라면 아마 아침이 올때까지 일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런 이들을 생각하면 특히나 10시 이후 주류를 팔지 않는 방침이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어딘가에서 흥건히 취해와서는 코 앞에서 쾌적하지 않은 기운을 뿜어내는 이들은 항상 있겠지만. 물건들을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어 바코드를 찾는 직원과 그 손길을 지나쳐 온 물건들을 장바구니에 담아 넣는 손님 사이의 반경 1미터. 버스를 타고 매일매일 어디를 이동하지도 사람이 많은 곳에 갈일도 거의 없는 단조로운 빛깔의 이곳 생활에서 아마 가장 가깝게 낯선이의 눈빛과 손짓을 읽을 수 있는 순간이다.
마트 가기 3시간 전 쯤. 1월의 8일이 지난 오늘. 같은 자리 같은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아 이제 휴가가 끝났겠네 하고 뒤돌아 보니 아직 끝나지 않은 휴가. (http://ashland.tistory.com/689) 한 달이나 늘어난 휴가. 눈을 씻고 다시 봐도 바뀐 숫자. 웃음이 나왔다. 휴가를 계속하시겠습니까? 라는 물음에 Tęsti 버튼을 눌러 휴가가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나 당연하게 연장된 것처럼 느껴진다. 갑이 을이고 을이 갑이여야 가능한 기나긴 휴가일까. 정말 주인 혼자서 일하는 가게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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