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홀을 지나 구시가의 재래시장으로 가는 길목에 벼룩시장이 열린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소박하게 탁자 위에 이런저런 물건들을 꺼내 놓고 사과를 먹고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떠는 그런 풍경. 벼룩시장에 참여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희소가치 있는 골동품이라기보다는 무엇이든 내다 놓고 팔 수 있는 용기이다. 저런 철제 대야를 보면 허름한 마루가 깔린 방구석에 놓인 철제 대야 거치대(?) 같은 것이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대야를 넣으면 쏙 빠질 수 있게 동그랗게 구멍이 뚫려있고 대야 아래에는 아마 수건을 걸 수 있고 간혹 비누를 놓을 받침 자리도 있다. 뭔가 고흐의 방에 어울리는 그런 풍경이다. 드럭 스토어 카우보이의 맷 딜런이 머물던 여관방에도 냉정과 열정사이의 준세이의 피렌체 집에도 어울릴 거다. 예전에 이집트의 시와를 여행할 때였나. 숙소의 방에 간이 세면대가 있었다. 손을 씻고 세수를 하러 굳이 욕실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사막 도시 시와 어디에도 모래가 가득했다. 아침에 일어나 물을 틀면 얼마간은 차가운 물이 콸콸 나온다. 저런 대야에 물을 채워서 대야 거치대에 올려놓고 자면 다음 날 아침 창으로 들어온 햇살이 물을 데우겠지. 그 미지근한 물에 손을 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맨발로 풀을 밟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맛있는 아침을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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