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 카페 (21) 썸네일형 리스트형 다른 토닉 에스프레소 집에 냉장고가 오래되서인지 냉동실에는 성에가 거대한 빙하처럼 자리잡고 있다. 미끈하게 울룰불룩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들이 든든하게 느껴질 정도로. 얼마전 냉장고 전원을 빼놔야 할 일이 있었는데 희끄무레해진 빙하 가장자리 틈으로 칼날을 밀어넣으니 쩍하고 크레바스처럼 벌어졌다. 그렇게 냉장고를 빠져나온 한 조각의 빙하를 그냥 싱크대에 놔뒀다. 여름이 얼마만에 그를 녹여버릴지 궁금했기때문이다. 요즘의 여름은 딱 그렇다. 싱크대 배수구 언저리에서 점점 작아지던 딱 그 얼음 조각처럼 간신히 걸려있다. 이미 진작에 끝났는지도 모르는 그 신기루 같은 여름의 끝자락에서 마시는 시원한 커피. 에스프레소 모자를 쓴 토닉. Pilies kepyklėlė_지난 겨울 브랜디와 초콜릿, 스콘과 카푸치노. 버섯 수프와 녹차. 토마토 수프와 루이보스. 애플 파이위로 쏟아 부어지는 따뜻한 크림. 커피 그리고 커피. 커피 한 잔 하자고 들어간 아늑한 카페의 좁은 탁자가 각자의 입맛에 따라 채워지고 따개비처럼 붙어 앉아 잔을 비우며 하는 이야기들은 각양각색이다. 모두가 동시에 이제 좀 살것 같다 말하는 순간에도 언 발이 녹는 속도가 다르듯 긴 아침식사를 끝낸 누군가의 앞으로 느릿느릿 등장하는 마지막 커피잔이 바닥을 보일때까지 다시 이어지는 이야기들. 지난 겨울. 빌니우스 카페_ELSKA coffee 지난 여름 자주 갔던 카페. 아마 빌니우스내에서 일조량에선 단연 일등일 카페. 한국에서 돌아와보니 그리고 다시 베를린에서 돌아와보니 생각지도 못한 자리에 베를린 카페스럽게 떡 하니 버티고 있었던 카페. 이곳의 커피는 한국에도 분점이 있다는 베를린의 보난자 카페의 에스프레소를 떠올리게 하는 맛이었다.이 자리는 원래 전시 공간을 겸한 수공예 품을 파는 넓은 갤러리였는데 갤러리의 공간 자체는 줄어들었지만 카페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만들어졌다. 내부 공간은 개인적으로는 편안한 느낌을 받지 못해서 야외 테이블이 있던 여름에만 집중적으로 갔다. 겨울이지만 일조량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맑은 1월 같은 경우 이곳의 야외 테이블은 충분히 앉아 있을 만 할 것이다. 날씨를 탓하지 않고 투박하고 정직하게 옷을 잘 차려만 입.. 빌니우스 카페_Caffe italala 곧 카페가 생긴다는 암시만큼 기분좋은 일이 있을까. 장사가 안되서 가게를 접어야 했던 어떤 이의 눈물은 나몰라라 하고 개업을 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누군가의 싱싱한 함박웃음을 떠올리며 결국은 희열에 젖고 만다. 지난 달 길을 걷다가 마주친 미래의 카페. 보통 문을 열기 전에 점포를 가리고 수리에 들어가면 Jau greitai, Comming soon 과 같은 문구를 붙여놓는 법인데 이 미래의 카페는 Dažomės! (페인트 칠하는 중) 라는 독특한 문구를 붙여놓았다. 카페 인테리어에 들어갈 색상인지는 모르겠으나 기존의 빌니우스 카페 인테리어에도 잘 사용하지 않는 색감에 말 그대로 열심히 막바지 페인트칠을 하고 있는 센스있는 문구에 가봐야지 하다가 어느새 한 달이 흘렀다.친구들 여럿과 토요일 아침 커피를 마.. 커피들 이 카페에는 파묻혀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커다란 소파가 있다. 빌니우스에서 소파 감자가 아니라 소파 커피가 될 수 있는 흔치 않은 카페이다. 책이든 잡지든 이만큼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가면 보통은 다 읽어내게 하는 마법의 소파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소파 자리를 항상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럴때엔 높은 의자가 놓여진 창가에 앉아 신호를 기다리는 자동차 구경을 할 수 있다. 한국과 리투아니아의 시차가 6시간에서 7시간으로 늘어난 어제, 항상 그렇듯 온 종일 비가 내렸다. 커피 빛깔 만큼이나 익숙해진 어두컴컴한 낮의 빛깔, 어찌됐든 리투아니아의 이런 날씨를 사랑한다. 카페에 자리가 없어서 혼자서 앉기엔 좀 미안한 가장 넓은 자리에 앉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동석한 낯선 이들과 짧게 나마 대화를.. 남겨진 커피 불안은 오히려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혼자서 커피를 두 잔을 마신다. 인류 평화의 정점이다. 문 근처에서 끽연을 마친 카페 직원이 멀리서부터 내 얼굴과 커피잔을 번갈아 보며 다가온다. 불안함이 존 트라볼타처럼 스테이지로 미끄러진다. 당연한 표정으로 빈 잔 하나를 치워주려는 행동을 취한다. 불안함이 칸첸중가 즈음에 머문다. 나는 전혀 설득력없는 어조로 나지막히 그냥 놔둬도 된다고 말한다. 너무나 사려깊고 칭찬 받아야 마땅한 그의 행동인데 그는 나로 인해 상처를 입고 두번 다시 그 누구의 빈 잔도 치우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멋쩍어져 걸어들어가는 그의 뒤로 앞치마가 민망함에 뒤로 쭈뼛쭈뼛 펄럭인다. 그제서야 불안함이 깍아지른 크레바스로 빨려 들어간다. 나를 떠나도 될 것들은 테이블 귀퉁이에 슬쩍 밀어.. 리투아니아어 44_한국 Pietų Korėja 어릴 적 동네 소아과 선생님의 '어디보자아'하는 친절한 목소리와 함께 혀를 짓누르고 들어오던 스테인리스 설압자. 이 카페에서는 바닥이 얕은 커피잔에 담겨지는 커피에는 늘상 그 설압자 같은 스푼을 놓아준다. 얼마전에 우유를 작은 병에 따로 담아주던 것이 기억나서 오늘도 밀크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귀여운 스푼도 딸려 나왔다. 이곳은 생강 쿠키 하나도 함께 얹어 준다. 읽으려고 가져 간 잡지에 뜬금없이 '한국'이 제목에 들어간 기사가 있었다. 리투아니아의 언론에 한국이 등장하는 경우는 보통 북한 관련 소식이다. 인도에 가서 인도 사람들에게 카슈미르 같은 분쟁지역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노프라블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참 많다. 언론에 보도되는 북한 관련 이야기들을 진정 걱정 섞인 눈빛으로 물.. 누군가의 커피 어느 일요일 오후, 집을 나서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카드를 놔두고 나온 것을 알게 되었다. 현금 카드랑 마트 카드만 들고 마트에 갈 때가 많다 보니 쓰고 나서도 종종 다시 지갑에 집어 넣는 것을 깜박하는 것이다. 자전거를 잡아 타고 대성당 근처에 내려서 어느 상점 계산대 앞에 섰을 때에야 동전도 카드도 없어서 오늘의 나는 커피 한 잔도 사 먹을 수 없겠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동전을 탈탈 털어도 1유로가 모아지지 않았다. 누군가가 마신 이 커피 사진들은 그 날 집을 나와서 걷다가 자전거를 타기 직전 찍은 사진이다. 빌니우스의 모던 아트 뮤지엄 건설이 한창인 그 거리의 자전거 스탠드 앞에 카페 세 곳이 줄지어 서있다. 이곳의 이런 풍경들은 기분 좋은 질투심을 불러 일으킨다. 누군가가 마시고 간 커피 만큼 아..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