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 카페 (33) 썸네일형 리스트형 커피와 물 2 물을 마실때 잘 흘린다. 이쯤에는 입이 있다고 생각하고 컵을 기울이는데 황당하게 그냥 쏟을 때가 있다. 컵을 입으로 좀 더 가까이 가져가야 할 순간에 불필요하게 서두르는것인지 아무튼 당황스럽다. 가끔가는 이 카페에는 직접 물을 담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보통 진한 커피를 먹을때 큰 물병에 물을 담아가서 커피는 금새 마시고 천천히 앉아서 물배를 채우고 나온다. 그런데 수도꼭지(?) 에서 물이 나오는 부분이 뻔한데도 매번 컵을 잘못된 위치에 놓아 이곳에서도 물을 자주 쏟는다. 빌니우스 카페_Crooked nose & coffee stories 집에서 5분정도 떨어진 곳에 로스터리가 한군데 있다. 1년 반 전쯤 완전 주택가의 볕이 아주 잘드는 신축 주택 단지의 1층에 생겼는데 다행히 아직 없어지지 않았다. 마트에서 집으로 곧장 가는 길에서 옆길로 약간 새어야 하긴 하지만 아침에 한두시간 정도 여유가 생길때, 돌아다니다 잠깐 조용히 앉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집으로 가는 길에 잠깐 들르곤한다. 이곳의 이름은 Crooked nose, 리투아니아의 법인 이름도 Krieva nosis, 삐뚤어진 코이다. 왜 이름을 이렇게 지었는지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질문에 답하는게 이력이 났을 수도 있으니 물어보지 않을 생각이다. 혹여 뭐라고 답해줄지 모르면 여러 손님이 있는 가운데에서 난처해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은 모두가 서로의 숨.. 커피와 설탕 1년여만에 간 어느 카페. (http://www.ashland11.com/232) 설탕 봉지 속에 적혀있던 문구 Ar jums tikrai manęs reikia? (뒷면에는 'Do you really need me?) . 인생에 해로운것은 절대 설탕이 아니다. 했던말을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성가시게 한번 더 생각하게끔 하는 생활 속의 작은 이데올로기들이다. 레몬타르트, 타협의 정점 맛없는 커피를 만났을때에도 타협의 여지를 주는것들이 있다. 묽고 쓴 맛없는 커피가 변명하지 않고 저자세를 취할때. 병에 담긴 물이 침묵할때. 무심하게 흩뿌려졌지만 언제나 배려에 여념이 없는 피스타치오와 함께 기대하지 않았던 레몬 타르트가 협상 테이블위의 날렵한 분쟁 해결사가 되어주는 순간. [빌니우스풍경] 오랜만의 엽서 커피를 줄때 우유를 따로 내어주는곳도 좋다. 우선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설탕을 넣어서 한 모금 마시고 원한다면 우유를 부을 수도 있다. 정 아니면 우유를 따로 마실 수도 있다. 이 베이글 카페는 10센트를 추가하니 따뜻한 우유를 따로 내어주었다. 같은 커피 두잔을 주문하고 우유를 추가했는데 커피 한 잔은 약간 큰 잔에 담아주었다. 기계에서 추출된 획일적인 커피 맛이 좋다. 그럼에도 커피 맛은 전부 다르다. 내가 짐작할 수 있는것이라곤 각설탕을 혀 위에 얹으면 녹아버릴것이라는 사실 뿐이다.카페 건너편에는 작은 출판사가 있었다. 이 출판사의 책을 한권 가지고 있다. 빌니우스 구시가지의 조각과 동상들에 관한 책이다. 이 거리를 지날때마다 바깥에 내놓은 엽서 진열대를 마주치곤 했기에 .. 빌니우스 카페_Holy Donut 새로 생긴 도넛 가게에 갔다. 카페든 식당이든 상호와는 다른 재미있는 법인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항상 영수증을 유심히 본다. 영수증의 가게 로고 바로 아래 적여 있는 UAB 'Gero vėjo" 가 법인 이름인데. '좋은 바람' 이라는 뜻이다. 정확히 말하면 Geras vėjas가 '좋은 바람'을 뜻하고 남성명사의 -as 가 -o 로 어미 변형을 해서 '좋은 바람 되세요' 라는 기원의 의미가 되는것이다. '좋은 날씨에 콧바람 잘 쐬고 와' 뭐 그런. Geras vakaras 는 즐거운 저녁, Gero vakaro는 즐거운 저녁 되세요. 의 식이다. Gero vėjo 는 일반적으로 자주 쓰이는 표현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말하는 이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말이다. 예를 들어 .. 금요일 아침의 텅빈 거리 가 너무 생소했다. 왜 이렇게 차가 한대도 없지. 오전 9시인데 다들 벌써 출근해서 일을 하기에도 너무 이른 시간이 아닌가. 하며 한참을 걷다가 공휴일인 것을 깨달았다. 일년 중 낮이 제일 긴 날. 한국의 절기로 따지면 하지였던 금요일은 리투아니아인들에게는 작은 축제의 날이다. 섬머 하우스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아마 집을 비웠을것이다. 들꽃을 꺽어 화관을 만들어 쓰고 작은 초를 강물에 띄워 멀리 흘려보낸다. 은행을 가려고 나왔던것인데 그냥 커피를 마시러 가기로 했다. 커피와 함께 물을 내어오는 카페만큼 기분 좋아지는 곳은 이런 작은 쿠키를 곁들여주는 곳이다. 쿠키는 달지. 그래서 설탕도 한개만 준다. 리투아니아의 티샵 체인점인 skonis ir kvapas 가 운영하는 카페가 구시가지에 딱 한곳있다... Vilnius 26_인생의 분위기 메이커 (Vilnius_2016) 늦잠을 자고 일어나거나 한 여름 밤 뒤에 바짝 달라붙어 몰려오는 이른 아침의 얇은 빛줄기 혹은 부지런한 새소리에 자연스럽게 깨어나서는 대충 눈꼽을 떼고 커다란 남방 따위를 걸치고 신발을 구겨신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방금 막 문을 연 카페가 있는 건물에 사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가끔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햇살이 스며드는 발코니에 저런 의자가 놓여져있다면 오히려 왠지 아래층 카페에는 가게 되지 않을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저런 의자를 놓아둘 발코니가 없더라도 아슬아슬하게라도 잠시 햇살이 머물다가는 그런 부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런 부엌이 없어서 커피가 맛이 없다고 생각된다면 카페에 가면 되는것이다.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