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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니우스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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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물 2 물을 마실때 잘 흘린다. 이쯤에는 입이 있다고 생각하고 컵을 기울이는데 황당하게 그냥 쏟을 때가 있다. 컵을 입으로 좀 더 가까이 가져가야 할 순간에 불필요하게 서두르는것인지 아무튼 당황스럽다. 가끔가는 이 카페에는 직접 물을 담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보통 진한 커피를 먹을때 큰 물병에 물을 담아가서 커피는 금새 마시고 천천히 앉아서 물배를 채우고 나온다. 그런데 수도꼭지(?) 에서 물이 나오는 부분이 뻔한데도 매번 컵을 잘못된 위치에 놓아 이곳에서도 물을 자주 쏟는다.
빌니우스 카페_Crooked nose & coffee stories 집에서 5분정도 떨어진 곳에 로스터리가 한군데 있다. 1년 반 전쯤 완전 주택가의 볕이 아주 잘드는 신축 주택 단지의 1층에 생겼는데 다행히 아직 없어지지 않았다. 마트에서 집으로 곧장 가는 길에서 옆길로 약간 새어야 하긴 하지만 아침에 한두시간 정도 여유가 생길때, 돌아다니다 잠깐 조용히 앉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집으로 가는 길에 잠깐 들르곤한다. 이곳의 이름은 Crooked nose, 리투아니아의 법인 이름도 Krieva nosis, 삐뚤어진 코이다. 왜 이름을 이렇게 지었는지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질문에 답하는게 이력이 났을 수도 있으니 물어보지 않을 생각이다. 혹여 뭐라고 답해줄지 모르면 여러 손님이 있는 가운데에서 난처해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은 모두가 서로의 숨소리를 공유할 ..
커피와 설탕 1년여만에 간 어느 카페. (http://www.ashland11.com/232) 설탕 봉지 속에 적혀있던 문구 Ar jums tikrai manęs reikia? (뒷면에는 'Do you really need me?) . 인생에 해로운것은 절대 설탕이 아니다. 했던말을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성가시게 한번 더 생각하게끔 하는 생활 속의 작은 이데올로기들이다.
레몬타르트, 타협의 정점 맛없는 커피를 만났을때에도 타협의 여지를 주는것들이 있다. 묽고 쓴 맛없는 커피가 변명하지 않고 저자세를 취할때. 병에 담긴 물이 침묵할때. 무심하게 흩뿌려졌지만 언제나 배려에 여념이 없는 피스타치오와 함께 기대하지 않았던 레몬 타르트가 협상 테이블위의 날렵한 분쟁 해결사가 되어주는 순간.
[빌니우스풍경] 오랜만의 엽서 커피를 줄때 우유를 따로 내어주는곳도 좋다. 우선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설탕을 넣어서 한 모금 마시고 원한다면 우유를 부을 수도 있다. 정 아니면 우유를 따로 마실 수도 있다. 이 베이글 카페는 10센트를 추가하니 따뜻한 우유를 따로 내어주었다. 같은 커피 두잔을 주문하고 우유를 추가했는데 커피 한 잔은 약간 큰 잔에 담아주었다. 기계에서 추출된 획일적인 커피 맛이 좋다. 그럼에도 커피 맛은 전부 다르다. 내가 짐작할 수 있는것이라곤 각설탕을 혀 위에 얹으면 녹아버릴것이라는 사실 뿐이다. 카페 건너편에는 작은 출판사가 있었다. 이 출판사의 책을 한권 가지고 있다. 빌니우스 구시가지의 조각과 동상들에 관한 책이다. 이 거리를 지날때마다 바깥에 내놓은 엽서 진열대를 마주치곤 했기에 나중에..
[빌니우스카페] 아이스크림 칵테일 얼마전에 문을 연 이 도넛가게에 짧은 기간내에 세번을 갔다. 한번은 도너츠를 맛보러. 한번은 카푸치노를 마시러. 그리고 한번은 차가운 아이스크림 칵테일을 먹으러. 도넛 가게는 타운홀 (Rotušė) 을 등지고 서서 왼쪽방향으로 이어지는 보키에치우 (Vokiečių,독일의, 독일인의 라는 뜻) 거리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있다. 사실 이 거리는 나에게 오랫동안 '뭘 해도 안되는 죽은 거리' 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 거리에서 개업을 한 식당이나 카페들은 생긴지 얼마 지나지 않아 쉽게 폐업을 했고 들어서있는 상점들 사이에는 뭔가 개연성이 없었다. 애플 직영점도 있었고 빗과 샴푸를 파는 가게부터 표구점과 옷가게 등등 타운홀에서 가장 가까운 구시가지의 심장부라고 하기에는 뭔가 어수선한 느낌으로 가득한 거리..
[빌니우스카페] 달콤함의 왕 일요일 아침 9시반쯤 전부 잠든 틈에 집을 나와서 친구가 맡아줬던 물건을 찾아 가지고 돌아오는길에. 너무 졸려서 그냥 다시 잘까 하던 유혹을 뿌리치고 나왔기에 승리감에 도취되어서 커피를 마시러 갔다. 빌니우스의 에스프레소 가격은 보통 0.8유로에서 1.5유로 선인데 취향이 까다롭지 않아도 누가 마셔도 맛없는 커피들이 있다. 맛없는 커피 맛없는 케잌 이런것이 있다는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그런데 마치 두번 세번 볶아서 거의 타다시피한 콩을 갈아 만든듯한 맛이 나는 여러번 달인 한약같은 커피를 가진 곳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맛있는 조각 케잌과 빵을 파는 경우가 많다. 왜 좀 더 맛있는 콩을 사용하지 않는건가. 기계의 문제인가? 거래처에 빵 많이 파니깐 커피로 돈 벌 생각은 없는건가. 커피까지 굳이 맛있게 만들지..
빌니우스 카페_Holy Donut 새로 생긴 도넛 가게에 갔다. 카페든 식당이든 상호와는 다른 재미있는 법인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항상 영수증을 유심히 본다. 영수증의 가게 로고 바로 아래 적여 있는 UAB 'Gero vėjo" 가 법인 이름인데. '좋은 바람' 이라는 뜻이다. 정확히 말하면 Geras vėjas가 '좋은 바람'을 뜻하고 남성명사의 -as 가 -o 로 어미 변형을 해서 '좋은 바람 되세요' 라는 기원의 의미가 되는것이다. '좋은 날씨에 콧바람 잘 쐬고 와' 뭐 그런. Geras vakaras 는 즐거운 저녁, Gero vakaro는 즐거운 저녁 되세요. 의 식이다. Gero vėjo 는 일반적으로 자주 쓰이는 표현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말하는 이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말이다. 예를 들어 내가 화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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