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빌니우스 카페

(26)
남겨진 커피 불안은 오히려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혼자서 커피를 두 잔을 마신다. 인류 평화의 정점이다. 문 근처에서 끽연을 마친 카페 직원이 멀리서부터 내 얼굴과 커피잔을 번갈아 보며 다가온다. 불안함이 존 트라볼타처럼 스테이지로 미끄러진다. 당연한 표정으로 빈 잔 하나를 치워주려는 행동을 취한다. 불안함이 칸첸중가 즈음에 머문다. 나는 전혀 설득력없는 어조로 나지막히 그냥 놔둬도 된다고 말한다. 너무나 사려깊고 칭찬 받아야 마땅한 그의 행동인데 그는 나로 인해 상처를 입고 두번 다시 그 누구의 빈 잔도 치우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멋쩍어져 걸어들어가는 그의 뒤로 앞치마가 민망함에 뒤로 쭈뼛쭈뼛 펄럭인다. 그제서야 불안함이 깍아지른 크레바스로 빨려 들어간다. 나를 떠나도 될 것들은 테이블 귀퉁이에 슬쩍 밀어..
리투아니아어 44_한국 Pietų Korėja 어릴 적 동네 소아과 선생님의 '어디보자아'하는 친절한 목소리와 함께 혀를 짓누르고 들어오던 스테인리스 설압자. 이 카페에서는 바닥이 얕은 커피잔에 담겨지는 커피에는 늘상 그 설압자 같은 스푼을 놓아준다. 얼마전에 우유를 작은 병에 따로 담아주던 것이 기억나서 오늘도 밀크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귀여운 스푼도 딸려 나왔다. 이곳은 생강 쿠키 하나도 함께 얹어 준다. 읽으려고 가져 간 잡지에 뜬금없이 '한국'이 제목에 들어간 기사가 있었다. 리투아니아의 언론에 한국이 등장하는 경우는 보통 북한 관련 소식이다. 인도에 가서 인도 사람들에게 카슈미르 같은 분쟁지역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노프라블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참 많다. 언론에 보도되는 북한 관련 이야기들을 진정 걱정 섞인 눈빛으로 물..
누군가의 커피 어느 일요일 오후, 집을 나서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카드를 놔두고 나온 것을 알게 되었다. 현금 카드랑 마트 카드만 들고 마트에 갈 때가 많다 보니 쓰고 나서도 종종 다시 지갑에 집어 넣는 것을 깜박하는 것이다. 자전거를 잡아 타고 대성당 근처에 내려서 어느 상점 계산대 앞에 섰을 때에야 동전도 카드도 없어서 오늘의 나는 커피 한 잔도 사 먹을 수 없겠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동전을 탈탈 털어도 1유로가 모아지지 않았다. 누군가가 마신 이 커피 사진들은 그 날 집을 나와서 걷다가 자전거를 타기 직전 찍은 사진이다. 빌니우스의 모던 아트 뮤지엄 건설이 한창인 그 거리의 자전거 스탠드 앞에 카페 세 곳이 줄지어 서있다. 이곳의 이런 풍경들은 기분 좋은 질투심을 불러 일으킨다. 누군가가 마시고 간 커피 만큼 아..
빌니우스 카페_Taste Map Taste Map, 빌니우스의 이 카페를 좋아한다. (http://ashland11.com/232) 사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장소들에서 이 카페가 결코 멀지 않지만 구시가지를 벗어나 외곽으로 빠지는 방향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여행객들이 오기엔 그 위치가 애매하다. 혹시 일본 대사관이나 라트비아 대사관에 갈일이 있다면, 빌니우스 대학의 의대생과 친해져서 그들의 학교를 방문하기로 했다면, 빌니우스 구시가지에서 가장 가깝고 큰 공원인 Vingis 에 가려고 한다면 이 카페를 지나칠 수 있다. 문을 연지 2년이 좀 넘은 이 카페는 성업중이다. 그렇게 되기를 바랬더랬다. 나는 이곳에서 마시는 커피의 첫모금이 좋다. 가까스로 찾아낸 시간을 쏟아지지 않게 가방에 담고 어깨에 이고 이곳에 도착해서 들이키..
Vilnius 41_굴뚝과 크레인 (Vilnius_2016) 삐뚤어진 코 카페(http://ashland.tistory.com/444) 앞에는 기분좋은 볕이 든다. 도로변이지만 새로운 건물이 올라간 상태라 보도블럭도 일반 거리보다 두세배는 넓게 확보된 상태이다. 야외 테이블에 커피를 놓고 비스듬히 앉아 있어도 좁은 공간에 테이블을 놓고 영업하는 구시가지의 카페에서처럼 옆으로 지나가는 행인들을 위해 꼰 다리를 풀어야 할 필요도 없고 주차되었던 차를 빼서 돌아가는 사람들때문에 갑자기 생겨난 눈 앞의 텅 빈 공간에 종전에 느꼈던 아늑함을 반납할 필요도 없다. 물론 그런곳은 그런곳 나름의 매력과 낭만이 있지만 각각의 공간의 상대적인 장점을 말하자면 그렇다. 그리고 이곳은 매우 조용하고 집에서 가장 가깝고 항상 조금은 불완전한 마음으로 집을 비우..
커피와 물 2 물을 마실때 잘 흘린다. 이쯤에는 입이 있다고 생각하고 컵을 기울이는데 황당하게 그냥 쏟을 때가 있다. 컵을 입으로 좀 더 가까이 가져가야 할 순간에 불필요하게 서두르는것인지 아무튼 당황스럽다. 가끔가는 이 카페에는 직접 물을 담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보통 진한 커피를 먹을때 큰 물병에 물을 담아가서 커피는 금새 마시고 천천히 앉아서 물배를 채우고 나온다. 그런데 수도꼭지(?) 에서 물이 나오는 부분이 뻔한데도 매번 컵을 잘못된 위치에 놓아 이곳에서도 물을 자주 쏟는다.
커피와 설탕 1년여만에 간 어느 카페. (http://www.ashland11.com/232) 설탕 봉지 속에 적혀있던 문구 Ar jums tikrai manęs reikia? (뒷면에는 'Do you really need me?) . 인생에 해로운것은 절대 설탕이 아니다. 했던말을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성가시게 한번 더 생각하게끔 하는 생활 속의 작은 이데올로기들이다.
오랜만의 엽서 커피를 줄때 우유를 따로 내어주는곳도 좋다. 우선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설탕을 넣어서 한 모금 마시고 원한다면 우유를 부을 수도 있다. 정 아니면 우유를 따로 마실 수도 있다. 이 베이글 카페는 10센트를 추가하니 따뜻한 우유를 따로 내어주었다. 같은 커피 두잔을 주문하고 우유를 추가했는데 커피 한 잔은 약간 큰 잔에 담아주었다. 기계에서 추출된 획일적인 커피 맛이 좋다. 그럼에도 커피 맛은 전부 다르다. 내가 짐작할 수 있는것이라곤 각설탕을 혀 위에 얹으면 녹아버릴것이라는 사실 뿐이다.카페 건너편에는 작은 출판사가 있었다. 이 출판사의 책을 한권 가지고 있다. 빌니우스 구시가지의 조각과 동상들에 관한 책이다. 이 거리를 지날때마다 바깥에 내놓은 엽서 진열대를 마주치곤 했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