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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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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cing in the Dust (2003)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데뷔작을 보았다. 이분은 티브이 드라마나 영화 각본을 쓰다가 감독 데뷔를 한 경우인데 이 데뷔작과 다음 해에 만든 두 영화가 다른 영화들에 비해 확실히 좀 더 날것의 저예산 느낌이다. 악어,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박하사탕, 똥파리 같은 한국 감독들의 데뷔작을 봤을 때 느낌이랑 비슷했다. 그의 최근 영화들이 더 재밌고 절묘하고 볼거리도 많지만 그런 영화는 감독이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가 이런 초기작의 느낌을 다시 구현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64색 물감을 쓰던 사람에게 갑자기 8색 크레파스를 쓰라고 하면 좀 당황스러워할 것 같고 봉준호 감독에게 플란다스의 개 같은 영화를 다시 만들어달라고 애원하면 난처해할 것 같다. 나자르(Yousef Khadopa..
소 (The cow, 1969) - 가장 소중한 것과 함께 소멸하기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다큐영화 를 찾다가 우연히 다리우스 메흐르지 감독의 이란 영화 를 보게 되었다. 이렇게 뜬금없이 보게 되는 옛날 흑백영화들은 대부분 좋은 영화다. 수십 년이 흘러서도 리마스터링 되고 회고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다. 는 다리우스 메흐르지 감독이 서른살에 만든 두 번째 영화이다. 미국 유학 후 돌아와서 만든 제임스 본드 컨셉의 첫 상업영화가 실패한 후 만들어진 초기 대표작이고 이 영화를 이란 뉴웨이브의 시작이라고 본단다. 내가 극장에서 보는 행운을 누렸던 이나 같은 이란 영화가 웰메이드 제3세계 영화로 알려지기 훨씬 이전의 영화이다. 역시 뉴웨이브가 있어야 황금기도 있는 건가 보다. 조용한 이란의 시골 마을. 남성 한명이 소를 몰고 허허벌판을 지나간다. 웅덩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