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영화 (17) 썸네일형 리스트형 The Color of Paradise (1999)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년 모하메드(Mohsen Ramezani)는 가족들과 떨어져서 맹인 기숙학교에서 생활한다. 그곳은 다른 이란 영화 속의 일반학교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들은 훨씬 따뜻하고 사려 깊다. 그들은 쉽게 속도를 낼 수도 없고 아이들을 다그칠 수도 없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정상인들과는 다른 출발선을 가지게 된 아이들은 시험을 위해 배운다기보단 언젠가 그들이 내던져질 세상을 보다 예민하게 인지하기 위한 감각을 키우는데 열중한다. 방학이 되면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간다. 친구들이 모두 부모와 만나 학교를 떠나고 모하메드는 여전히 아빠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둥지에서 떨어져 울고 있는 새를 감지하고선 주머니에 넣고 나무 위에 올라가 둥지에 올려준다. 볼 수는 없지만 들을.. 참새들의 노래 (2008) http://ashland.tistory.com/559070 에서 알리의 아버지로 나왔던 레자 나지가 이 영화에서는 세 아이의 아빠이자 다정한 남편 카림으로 등장한다. 그가 일하는 타조 농장에서 타조 한 마리가 도망치자 그는 해고된다. 직업을 잃은 남자는 타조알 하나를 퇴직금처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기대에 찬 아이들에 둘러싸여 망치로 타조알을 깨는 모습이 모스크에서 가져온 설탕을 깨던 알리의 아빠를 떠올리게 한다. 아내는 샥슈카를 만들어 이웃과 나눈다. 타조알이 얼마나 큰지 열 접시는 넘게 나온다. 해고당한 가장의 막막함이 전해지면서도 풍성한 샥슈카 한 접시를 보는 순간 마음이 놓인다. 귀가 잘 안 들리는 큰 딸은 동네 아이들과 버려진 수조에서 놀다가 보청기를 빠뜨린다. 카림은 딸의 보청기를 .. 천국의 아이들 (1997) 한국에서 이란 영화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키아로스타미의 코케르 트릴로지와 마지드 마지디의 〈천국의 아이들〉이 개봉하던 시기였을 것이다. 그때부터 이란영화는 공책, 운동화, 좁은 골목길, 언덕 위의 나무 한 그루 같은 어떤 소박한 이미지와 연결되기 시작한다. 키아로스타미의 https://ashland.tistory.com/559048 에서 아이는 친구의 공책을 돌려주기 위해 온마을을 달린다. 마지드 마지디의 에서 알리는 여동생의 신발을 잃어버린 대가로 골목길을 달리고 또 달린다. 공책과 신발. 너무 사소해서 이야기로 만들기조차 어려울 것 같은 소재들 (실제로 마지드 마지디는 신발 잃어버리는 이야기로 무슨 영화를 만드냐며 투자를 받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대박이 났.. White Bridge (2017) '언젠가 폭이 넓은 강에 강물이 흘렀고 다리가 생겼다. 그리고 물이 흐르지 않게 된 후에도 다리는 그 자리에 남았다. 다시는 물이 흐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강에 물이 흐르던 날 바하레가 웃었다. ' 엄마와 소녀가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간다. 도시를 벗어난 자동차가 황량한 도로를 달린다. 언젠가 그 길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남편은 죽었고 딸아이는 장애를 얻었다. 아이는 사고 당시의 기억 때문에 눈을 가린다. 그날 아이는 발달 검사를 망친다. 장시간 차를 타느라 힘들었고 소변 마렵다는 소리를 제때 하지 못해 오줌까지 싼다. 그 검사 결과에 일반학교에 남느냐 특수학교에 가느냐가 달려있었다. 바하레는 결국 일반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된다. 엄마는 딸아이는 지능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바하레가 다니던 학교에 남길 원.. Bag of Rice (1996) 작년에 꽤 많은 이란 영화를 봤고 연도순으로 기록해놓고 싶었지만 중간중간 무임승차하는 영화들과 어떤 이란 영화들에 대한 편애로 그러지 못했다. 그런대로 이 영화는 어린 소녀들의 모험을 다룬다는 것에서 내가 지금까지 본 중에선 https://ashland.tistory.com/559049과 https://ashland.tistory.com/559063와 함께 묶일 수 있을 것 같아 이어서 쓴다. 금붕어를 찾아 헤매는 라지에, 집을 찾아 헤매는 미나, 그리고 쌀을 찾아 테헤란을 누비는 소녀, 자이란. 물론 깊게 들여다보면 이 소녀의 사정은 조금은 다르다. 아이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와중에 마주치는 크고 작은 미션만 놓고 보면 이 영화는 거의 최상위 레벨이다. 이제는 저 아이를 좀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 The Mirror (1997) 자파르 파나히의 두 번째 작품 . https://ashland.tistory.com/559049 에서 금붕어가 사고 싶었던 라지에를 연기한 아이다 모하마드 카니 (Aida Mohammad khani)의 실제 여동생 미나 모하마드 카니(Mina Mohammad Khani)가 극 중 '미나'로 등장한다. 보는 동안 같은 아이라고 생각해서 의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인가 보다 생각했지만 영화 중반부터 반전이 있다. 두 아이의 생김새가 비슷하고 그 사이 자란 느낌이 있어서 재밌게 이입할 수 있다. 학교가 끝나고 교문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미나는 기다려도 오지 않는 엄마를 포기하고 혼자서 집에 가기로 결정한다. 깁스를 해서 불편한 팔에 몸의 반은 차지하는 책가방을 들고 겁도 없이 야무지게 길을 나선다. 어린 여.. Bashu,the Little Stranger (1986) https://ashland.tistory.com/559051 가 끝나고 제작진 이름이 차례로 나오는데 '편집-바흐람 베이자이' 한 줄이 눈에 들어왔다. 순전히 감독 아미르 나데리보다 더 많이 들어본 이름이라는 이유만으로 어쩌면 이 세련되고 독특한 1984년 영화의 완성도는 이분 때문이지 않을까 넘겨 집게 만든 감독, 바흐람 베이자이의 영화 를 연이어 봤다. 바흐람 베이자이 감독은 작년 12월 자신의 87번째 생일에 세상을 떠났다. 제목에서부터 '이것은 바슈라는 아이의 이야기입니다'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영화. 하지만 인정사정없는 폭격장면으로 시작된다. 너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마지막 한마디조차 내뱉지 못한 바슈의 부모는 그의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지고 공포에 질린 아이는 누군가의 트럭에 가까스.. The Runner (1984) 아미르 나데리의 영화 는 이란 혁명 이후에 선보인 가장 초기 영화이다. 이 영화는 그저 독보적이고 이 정도의 에너지와 스피드로 충만한 이란 영화는 없는것 같다. 감독 아미르 나데리의 유년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는 복원된 좋은 화질로 봐서 인지 80년대 이란의 바닷가 도시를 완벽하게 고증해 낸 요즘 영화라고 해도 믿어질만큼 세련되고 스타일리쉬하다. 주인공 아미로는 이란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뜀박질하고 걸어서 앞으로 나아가는 이란 아이들의 가장 원시적이고도 생명력 넘치는 원형일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아이들의 영화라기보다는 오히려 땀으로 뒤범벅된 남자들의 영화에 가깝다. 지금은 아마도 반백살이 되었을 마드지드 니로만드(Madjid Niroumand)의 연기는 탁월하다. 아미로의 유년시절이라는 ..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