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12) 썸네일형 리스트형 티타임 (Seoul_2016) 거리거리 커피자판기, 곳곳의 카페, 한 블럭 건너서 뒤돌아서면 비싸지 않은 커피를 파는 편의점이 즐비하지만 오랜만에 찾아 온 서울에는 의외로 바깥에 앉아서 조용히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커피가 식을것을 감안하고 조금 더 걸어 찾아가서 앉고 싶은 공간은 생긴다. 동네 구석진곳에는 버릴듯 내다놓은 낡은 소파와 플라스틱 의자가 넘쳐난다. 이곳에서도 역시 손에 쥐어야 할 것은 시간뿐인지도 모른다. Vilnius 30_마틸다의 커피 (Vilnius_2016) 지나가다 테이블보가 마음에 들고 사람도 없고 해서 밖에 내다 놓은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 한잔을 마셨다. 굳이 비유하자면 빌니우스의 인사동이라고도 할 수 있는 Pilies 거리에서 타운홀 가는 길목에 큰 노천 식당이 있다. 그루지야 전통음식 하차푸리를 파는 곳인데 영수증을 보니 법인 이름이 마틸다여서 반가운 마음에 한 컷... 코르토나, 이탈리아인의 모카포트 나이가 들면 정말 코르토나같은 도시에서 한적하게 살고싶다. 워낙에 경사가 심해서 그 지형에 익숙하지 않은 외지인이 살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만 내 정서에 맞는 이탈리아 도시를 하나 꼽으라면 베네치아도 피렌체도 아닌 코르토나이다. 코르토나의 밤길을 걸으면서 까치발을 들고 훔쳐보았던 어떤 부엌. 인테리어 자료나 영화 속 주방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모카포트를 보고 있으면 왠지 사용하지 말고 깨끗하게 진열해놔야하는 장식품처럼 느껴져서 스스로 사용을 하면서도 가끔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중적인 느낌을 받곤 했는데 익숙한 창살사이 꽃무늬 커튼이 쳐진 실제 누군가의 부엌 한켠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모카포트들을 보고있으니 이들도 수많은 부엌살림중의 하나일 뿐인데하며 아차 했다. 2인용 4인용 6인용 8인용쯤 되려나? 나에게.. 피렌체의 에스프레소 Firenze_2010피렌체 중앙역에서 베네치아행 기차를 기다리던 중 간단히 요기를 하러 역내 스낵바에 들어갔다. 이탈리아에서 매번 카페에서 주문을 할때마다 이렇게 서서 에스프레소를 단숨에 들이키고 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에게 커피를 마신다는것은 내가 커피를 마시는 행위와는 전혀 다른 뼛속깊이 체득된 뭔가였다. 이탈리아에서의 커피맛이 다르게 느껴진것은 우유의 지방 함량,커피의 산도, 알맞게 잘 데워진 커피잔의 조화 따위로는 설명될 수 없는것이었다. 그들이 인사를 나누고 주문을 하고 한 잔의 에스프레소가 추출될때까지의 시간, 커피를 들이키고 문을 나설때까지의 낯선이들과의 짧은 대화의 시간은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두세시간씩 앉아서 수다떨때의 나른함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촘촘한 밀도였다. 이전 1 2 다음